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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이머문자리 Jan 27. 2023

스타트업 대표님 가슴속엔 두 개의 숫자를 지녀야

대표님 기업의 Value와 Price. 두 가지를 지니고 다녀야 한다.

Venture Capitalist로 투자 대상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한 기업을 사후관리하면서 스타트업 대표님들께 해드리는 몇 가지 이야기가 있다. 그중에서 투자 유치와 관련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기회가 된다면, 투자유치와 매각을 동시에 진행하셔라.'


코로나 시절을 겪으면서, 투자 심의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났다. IR 일정 잡아뒀는데, 투심위원이 코로나에 걸려서 2주씩 밀리는 일이 흔하게 발생하면서 IR을 하고 투자심의를 하는 물리적인 시간이 늘어났다. 그리고 지금은 투자 혹한기라고 해서 더 세밀하게 검토하면서 투자 결정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났다. 반대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현금이 빠듯해졌다. 그러다 보니, 투자 유치에 임하는 대표님의 마음은 점점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막연히 몇몇 투자자의 투자 심의 결과만 목 빠지게 기다리지 마시고, 인수 의향이 있는 기업이 있다면, 투자 유치와 동시에 매각 또는 합병에 대한 협의도 같이 추진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를 이번 글에 설명해보려고 한다.



1. 매각이나 인수합병은 협상에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인수를 하려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싸고 좋은 것을 원한다. 대개 싼 것들은 좋지 않고, 좋은 것은 비싸다. 그래서 여러 인수 대상 후보 기업들을 검토하게 된다. 이 말인즉슨, 대표님과 인수 협상을 하고 있지만, 꼭 대표님 회사여야만 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더해서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는 확인할 것이 많다. 재무적으로 법률적으로 실사가 필요하다. 제품 구매 시에도 불량이 없는지 확인하는데, 기업은 내부적으로 계약 등과 같은 복잡한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더욱 많이 소요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문제점이 확인되면 언제든지 인수 과정은 중단될 수 있다. 하자 있는 제품을 사지 않는 것과 같은 논리다. 특히 실사 중에 발견되는 문제점들은 개관적으로는 명백한 하자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러한 것들이 인수 과정을 중단시킬 수도 있다.


더욱이 대기업처럼 조직이 구조화되면 될수록 인수를 최종 결정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인수 협상을 진행하면서 내부 보고 및 전결 프로세스를 진행해야 되기 때문인데, 그 과정에 굉장히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대표님과 협상을 이야기하는 담당자는 내부 사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없고, 내부적으로 최종 확정 전까지는 확실하게 답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느낌을 받으실 것이다.


2. 제품 또는 서비스의 성과 지표가 좋을 때 매각을 협상해야 한다.

대개 회사 매각을 회사가 어려워지고 나서, 폐업으로 가기 전의 옵션으로 생각한다. 한창 성장 시에 몇몇 기업으로부터 인수 의향을 받아봤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대표님께서 하는 데까지 해보고 안되면 매각하고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 의향이 있던 기업들이 인수 의향을 가졌던 것은 대표님의 회사가 잘 나갈 때여서 그런 것이다. 시장 상황이 변하거나 해서 매출이나 MAU, Retention 등의 사업 주요 지표가 안 좋아지면 기존 인수 의향은 사라진다. 그래서 활발하게 성장추세에 있으면서 여기저기 투자 유치 협의도 하고 있을 때가 매각을 논의하기 가장 좋은 시점이다. 투자 유치 중인 상황 자체가 인수를 검토하는 기업에게 있어 경쟁의식을 갖게 하기도 해서 인수 가격을 올려볼 수도 있다.


3. 주요 지표가 꺾인 이후로는 정상적인 매각이 불가능하다.

앞선 이유들로 주요 성과 지표가 꺾이면 대표님 회사의 일부 자산 매각 형태로는 매수자를 알아볼 수 있겠으나, 기업 전체를 매각하는 것은 어려워진다. 안 좋은 것을 싸게 사려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지표가 안 좋아지고 나서 매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만약 이런 상황이시라면 빠르게 사업 중단을 결정하고 일부 자산 매각과 폐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제가 어려움에 봉착한 스타트업 대표님께 드리는 말씀 중에 또 하나가 "지금 접는 것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든다."이다. 이는 사업을 중단하는 옵션도 하나의 전략으로 생각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이야기이다.



자 그럼 대표님께서 '투자 유치와 매각을 어떻게 한 가슴에 담고 다니냐?'라고 물으실 수 있다.


아마도 대표님께서 투자 유치는 사업 지속이고, 매각은 사업 중단이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매각도 사업 지속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표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셔야 한 가슴속에 두 가지 숫자를 지니고 다닐 수 있다.


매각 = 사업 지속

이 관점은 더 잘하는 사람 또는 기업에게 대표님의 사업을 매각함으로써 그 사업이 지속되게 한다는 관점이다. 이 회사는 대표님의 것이 아니고, 주주의 것이기 때문에 회사와 대표님을 동일시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물론 초기 스타트업일 경우 대표님이 대주주이시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회사와 대표님을 떼어서 보셔야 한다.



그럼 어떻게 두 개의 숫자를 들고 다녀야 할까?

투자 유치 시에는 valuation, 매각 협상 시에는 pricing을 해야 한다. 두 가지가 바라보는 관점은 완전히 정반대다.


1. Value ; 미래의 vision에 대한 평가가 Valuation

Pre-value 100억, 10억 투자 유치 중이라고 하면, 투자받기 전의 기업 가치(Pre-value) 100억이고, 10억을 투자받으면 Post-value 110억이 된다. 이때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미래의 수익성, 성장성 등이다. 10억을 투자받아서 대표님의 회사가 잘 성장할 것이다라는 내용을 숫자로 표현한 것이 Pre-value다.


2. Price ; 과거에 이뤄둔 결과물에 대한 평가가 Pricing

Value와 달리 Price는 대표님 회사가 지금까지 이루어둔 것에 대한 평가이다. 지금까지 얼마를 투자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투자받은 돈으로 무엇을 만들었는지가 중요하다. 아직 이룩한 것이 크지 않다면, 인수 협상시점에 price에 포함시킬 내용이 없기 때문에 낮은 가격이 될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Value와 Price를 계산하는 방법론을 설명하고자 함이 아니다. (혹시 그런 것을 기대하셨다면 개별적으로 연락 주시면 도와드리겠습니다.) 이 글은 Value와 Price가 갖고 있는 관점의 차이를 이야기하고자 함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많은 대표님들께서 매각에도 열려있다고 하시지만, 얼마에 파실래요?라고 물어보면 price가 정해져 있지 않다. Price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만으로 대표님께서는 좋은 조건에 회사를 매각하여 회사가 더 빨리 성장할 수도 있는 기회를 버려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가격을 지니고 다니지 않더라도, 가격을 구성하는 근거(유무형 자산 등의 근거)를 가지고 다녀야 매각 협상을 바로 시작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가 대표님의 회사를 100억에 사겠다고 말한다면, 대표님은 그 가격이 적당한지 말할 수 있나요? 적당하지 않다면, 어떤 근거로 얼마가 적당하다고 말해주실 수 있나요? 그렇지 않다면 대표님께서는 대표님 회사의 Price를 모르시고 계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Value, Price 모두 상대적인 수치이다. 누군가에게는 내 회사를 높은 price에 사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낮은 price에 사려고 할 것이다. 투자를 하려고 해도 누군가는 매력적이라고 보고 높은 가치에도 투자할 것이다.


이 말인즉슨, 대표님께서 만나는 상대방마다 그에 맞는 value와 price가 달라진다. 대표님께서 투자 유치 또는 매각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만나는 상대방에 대한 needs를 분석하고 그에 맞춰진 value와 price, 그리고 그에 따른 근거를 가슴에 담고 다녀야 한다. 이런 준비가 되어 있어야 투자 유치가 됐건, 매각이 됐건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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