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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이머문자리 Apr 14. 2023

장사를 해보지 않고, 사업을 시작하지 마라

어떻게 팔아야 하는 것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

내가 초기 기업 대표님들을 만나면서 성공 가능성을 필터링하는 첫 번째가 '자기 사업으로 매출을 일으켜본 적이 있는가?'이다. 


사실 나는 10년 가까이 영업 실무를 해봤기 때문에, '판매'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잘 팔 수 있는가에 대한 이해가 있다. 반면, 너무 멋진 제품이나, 매력적인 서비스로 스타트업을 시작하시는 대표님들은 제품/서비스가 좋기 때문에 판매는 문제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내 제품과 서비스를 팔려는 채널에서 판매를 경험해 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면 제품/서비스가 아직 없는데 어떻게 판매를 해볼 수 있을까? 

녹색창에 '위탁판매'라고 검색하면, 재고 없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나온다. 특정 사이트를 광고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도 내가 백수인 기간 동안 사회적인 실험을 해봤다. 부업으로 돈 벌기라는 강좌도 많아서 이렇게 위탁 판매를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지도 궁금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업자를 하나 내고, 쿠팡, 네이버, G마켓, 11번가에 셀러로 등록해 봤다. 등록 절차는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위탁 판매를 위한 매입 채널로는 도매매를 선택했는데, 다수의 제품을 API 연동만으로 간단하게 등록할 수 있었다. 하루에 커머스 별로 500개씩 등록이 가능한데, 몇십 분이면 등록이 끝났고, 한 달이 되지 않아서 쿠팡에 1만 개 제품, G마켓, 11번가에 각각 5천여 개가 등록되어 2만 개의 제품을 판매하는 셀러가 되었다. 

그런데 사실 너도 나도 이렇게 할 수 있다 보니, 많이 팔릴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


작년 11월에 시작해서, 광고도 해봤는데, 광고를 잘하지 못해서인지 큰 효과는 없었고, 당시에 제품 수가 많지 않았다. 12월부터 위에서 말한 방식으로 제품 수를 늘리고 나니 매출이 늘었다. 하지만 남는 돈은 크지 않았다.


앞서서 부업으로 돈을 벌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의 답은 '아니다'이다. 부업이라 하면 본업을 하면서 슬쩍해서 돈을 버는 느낌인데, 이것도 돈을 벌려면 공부도 해야 되고,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당장 뭘 할지 모르는 사람이 한 번 본업으로 해볼까 하고 나의 적성에 맞는지 시도해 보는 것은 괜찮을 듯하다. 유튜브에 무료 강의들이 많으니까 들어보시면 판매에 깨알 같은 노하우들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나의 사회적 실험 기간 동안 확인한 것은 커머스 플랫폼의 수수료 체계와 정산 소요일이었다. 플랫폼 수수료 체계는 카테고리별로 다르고 많게는 13%까지 된다는 정도를 이해하고 있으면 된다. 여기에 배송비는 쿠팡의 경우 3% 정도의 수수료가 적용되는데, 적당한 선에서 상품가격과 배송비를 나눠두는 것도 수익성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많은 고객님들은 '무료배송'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그럼 사업을 할 때, 돈의 회전이 중요하니까 정산은 어떨까?

아래는 총 5개월의 기간 동안의 정산까지 소요된 날짜이다. 대개 고객님이 구매확정을 해주면 그 날짜로부터 얼마 후에 정산이 되는 구조인데, 네이버에서는 많이 팔지 않아서 모수가 적지만, 가장 빠른 정산 기간인 것은 업계에도 잘 알려져 있는 편이다.

여기서 쿠팡을 주요하게 봐야 하는데, 정산 소요일에 계산된 날짜는 판매금액의 70%만 저 날짜에 정산이 되고 나머지 30%는 +1개월 정도에 정산을 받는다. 그래서 전액을 받는 기준으로는 40일이 넘는다고 보면 된다.


사실 제품 기반 스타트업을 하는 대표님들께서는 커머스 플랫폼 수수료, 정산 기간은 실제로 판매를 해보지 않고는 구체적으로 체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주변에서 말로는 해주지만, 실전에서는 좀 차이가 있다. 게다가 각 플랫폼 별로 신규 셀러에 대한 혜택을 제공해 주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일정 기간 수수료 혜택을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으므로 꼭 확인해보셔야 할 것이다.


내가 사회적 실험을 하는 동안 주로 의류, 생활용품을 판매했는데, 요일과 시간대별로 판매 데이터를 아래와 같이 보여드린다.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지에 따라 판매의 데이터를 보시고, 주력 광고 시간을 어떻게 세팅할 지에 대한 고민에 도움이 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 데이터를 보시라는 것이 아니라, 판매를 연습해 보시면서 이런 데이터를 축적해 보시라는 의미이다. 요일별 시간대별 판매 건수이다)



실제로 판매를 해보면서 확보되는 데이터를 가지고 다양한 분석을 할 수 있고 전략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제품을 만드시는 스타트업 대표시라면, 경쟁사 제품 또는 유사 제품을 소싱해서 실제로 판매해 보시기를 부탁드린다. 실제로는 거의 안 팔릴 수도 있고, 안 팔리면 왜 안 팔리는 지를 분석해 볼 수도 있다.


서비스를 만드시는 스타트업이시라면 실제 유사 제품을 판매해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얼른 MVP를 만들어서 판매해 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판매를 경험해 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보는데, 그럴 때는 위의 위탁판매를 한 번 해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린다.

더불어 제품 개발 스타트업이라면, 위탁판매 플랫폼을 통해서 판매를 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본다. 제품이 괜찮다면, 다수의 위탁판매하시는 셀러분들이 다양한 채널로 빠르게 판매를 해주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을 해서 돈을 벌어보고, 잃어보면서 그 자체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경험 안에서 자신만의 인사이트와 노하우가 축적된다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출을 내 본 스타트업 대표님께 성공 가능성을 단 1점이라도 더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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