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절 애니메이션들을 보면, 산타를 믿지 않아서 산타가 사라지는 동화적인 내용들이 많았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아이들이 꿈과 환상이 전혀 없이 살아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1년에 크리스마스이브 하루라도 산타를 기다리는 기쁨이 유지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엄빠는 산타가 아니라고 얘기한다. 혹여 들키더라도 산타가 시켜서 하는 거다라고 말한다.
올해도 아이들에게 빨리 자야 산타할아버지가 오신다고, 늦게 자면 우리 집 지나쳐 가실 수도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잠들면 나는 산타의 하수인으로서 임무를 수행한다.
이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첫째와 이야기를 하는데, 올해가 산타에게 선물 받는 마지막 해라고 했다. 이유인 즉, 중학교부터는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어서 산타가 선물을 안 준다고 한다. 물론, 첫째 친구들 대부분은 산타가 엄빠라고 알고 있고, 환상과 기대보다는 엄빠에게 필요한 선물이나 용돈 받는 날 정도로 생각하기는 한다. 그럼에도 나는 바득바득 산타의 환상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어느 누가 산타가 선물을 초등학교 6학년까지 준다고 말했던가?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아이들은 산타에게 편지를 남긴다. 둘째를 제외하고는 요구사항이 아주 구체적이다. 다만, 이 편지는 크리스마스이브 직전에 작성돼서 이걸로는 선물 준비를 못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 달 전 즈음부터 애들이 뭘 갖고 싶어 하는지 떠본다. 첫째와 셋째는 그걸 파악하기가 쉬운데, 둘째는 항상 오묘하게 숨겨서 알아내기가 쉽지 않은 편이었다. 위의 편지처럼 말이다. 그래서 종종 엄빠는 절대 안 사주는 슬라임 같은 것들을 선물로 줌으로써 엄빠는 산타가 아닌 것을 증명했다.
올해도 첩보 작전을 수행해서 대부분의 선물들을 미리 준비했는데, 갑작스러운 갤럭시 버즈 2, 최강경찰 미니특공대, 빨간 체크무니 목도리가 추가되는 바람에 급하게 주문을 했는데, 우리나라 물류 시스템에 찬사를 보낸다. 쿠팡은 심지어 24일에도 배송을 해준 덕분에 모든 선물이 배송 지연 없이 포장되어 트리 아래 놓이게 되었다.
산타를 더 이상 믿지 않게 되면, 엄빠가 귀찮아서 산타의 대리인을 더 이상 하지 않기 때문에 산타는 사라지는 것이다. 내년에도 나는 계속 산타의 수하로 열심히 꿈과 환상을 유지해 주겠다.
그나저나 셋째는 포켓몬 카드, 포켓몬 인형이 누락되었다며, 크리스마스에 아빠를 끌고 나가 포켓몬 카드를 사달라고 해서 바득바득 선물을 챙겨 간다. 포켓몬 인형도 얘기하는데, 일단 묵살했다. 내년에 챙겨주던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