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도권 교육 과정을 충실히 거쳐서 서울에 있는 대학을 들어갔고, 대기업에 입사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기에 성공한 인생으로 비친다. 나도 아직까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살아온 지금까지의 과정에 충분히 만족한다.
하지만, 처음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나는 상당히 당황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주변의 어른들은 뭐든 대학 가서 하라고 했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시절에 대학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렸고 대학교엔 뭐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대학교를 들어가 보니,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대학교는 중고등학교 이후의 또 다른 학교일뿐, 그 공허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없었기 때문에 대학교는 그저 텅 빈 공간일 뿐이었다.
그리고 입사 이후에, 2014년 경에 대학생 멘토링을 봉사활동으로 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어문학부+경영학을 전공했고, 대기업에 입사해서 해외 영업을 하고 있다 보니, 멘토링을 하게 된 대학생 5명도 비슷한 이력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들도 여전히 묻지 마 취업을 하고 있었고, 영어 점수를 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내가 졸업한 2006년에서 8년이나 지난 시기라 세상이 많이 바뀌고, 아이들도 자기 꿈을 더 넓게 펼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취직하던 시절과 크게 달라져 있지 않았었다. 그중 한 학생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아직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취직하면 뭐가 있지 않을까 한다."
난 멘토링 해준 학생들에게, 허왕되게 들리겠지만 '꿈을 찾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래서 내 아이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자기 주도적으로 삶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우학교라는 대안 학교에 보내게 되었다. 1차 전형이 '추첨'이다 보니, 운이 필요했는데, 운 좋게도 합격을 하여 이우중학생이 되었다.
어떻게?
대안 학교를 보낸다고 하면 주변에서 공부 안 시키는 것으로 아는데, 정규 교과 과정은 모두 이수한다. 나중에 검정고시 봐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그런 학교도 있는 걸로 아는데 이우 학교는 아니다.
물론 지금 의사, 변호사가 되기 위한 입시 준비 과정을 따르지는 않는다. 만약 이우 학교를 다니다가 의사가 되고 싶어지면 다시 공부를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것도 아이가 본인 스스로 고민해서 정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대입을 위해 3년씩은 기본으로 선행학습 한다고 들었다. 그렇게 배운 것들은 머리에 제대로 남아있을까? 대다수의 아이들은 파편화된 지식만 머리에 채워 넣은 채로 대학에 진학할 것이다. 그 상태로는 대학교의 전공 과정을 자기 주도적으로 할 준비가 안되었을 것 같다.
이우학교에서는 스스로 탐구해서 학습할 수 있어서, 깊이 있는 지식을 탐구하게 될 것이다.
응원한다. 내 딸아.
꿈을 찾고 도전하고, 그리고 실패와 좌절할 권리도 아이 본인에게 있다. 그 모든 과정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