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방식으로 생존을 위해 훈련하고, 투약한다
지리산 천왕봉 구간을 가기 전에 연습용 코스라고 9월에 가려던 7구간을 비가 와서 못 가고, 천왕봉을 다녀와서야 가게 되었다. 7구간 거리가 20km이고, 천왕봉과 비슷하다고 해서, 약간 걱정을 했다. 아내도 함께했는데, 거의 두 달만의 산행이라 아내도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직전 수요일에 러닝도 하면서, 이번 산행을 준비했다. 산행을 시작하고 후미대장님께서 조금만 가면 경관이 끝내주는 곳이 있다고 했다. 말씀으로는 백운산 정상에 가기 전인 듯 말씀하셨지만, 알고 보니 백운산 정상 근처에 가야 되는 거였다. 역시 산에서 ‘조금만 가면’이라는 말도 믿을 것이 못된다.
이번 산행의 고도표이다. 최고 높이 백운산 1,276m
아래는 1구간 천왕봉의 고도표이다. 최고 높이 천왕봉 1,866m
둘 다 6km 지점에 최고 높이가 있다는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천왕봉은 오르막 내내 평지나 내리막이 거의 없어서 회복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없었다. 백운산에 오르는 길은 그래도 종종 평지와 내리막으로 허벅지가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훨씬 수월하게 올라갔다.
백운산에 아주 조금 못 미치면, 2개의 산소가 있는데, 여기 전망이 백운산 정상보다 훨씬 멋지다. 저 멀리 천왕봉도 보인다.
대원들 모두가 여러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정상이 바로 옆이라길래 나는 정상 표지석 쪽으로 먼저 이동했다. 2개의 산소가 있던 곳에서 아내가 같이 사진 찍자고 나를 부르려고 보니, 내가 이미 정상 표지석으로 가버린 뒤라며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이번 산행은 오랜만에 산행에 함께한 아내와 후미에서 중앙을 오락가락하며 여유롭게 걸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맘 대원들과 무리를 지어서 갈 일이 많았다. 그런데 다들 에너지 젤 하나씩은 챙겨 오셨다. 살기 위해서 몸에 좋다는 것들을 하나 둘 챙겨 오는 모습이 대단했다. 모두 아프지 않고 화이팅 넘치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도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기 전 수요일에 10km 러닝을 했었다. 천왕봉에 오르면서, 선두대장님에게 “러닝을 해서 더 힘든 것 같아요.”라고 했더니, 선두대장님 왈, “러닝 한 덕분에 이 정도 하는 거죠.”
와우! 나도 살기 위해 러닝을 하고 있던 거였다.
게다가 잘 안 먹던 영양제도 마그네슘은 잘 챙겨 먹고 있는 나 역시 살아남기 위해서 평소에 좀 더 열심히 살고 있는 듯하다. 모두들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평소에 열심히인 것 같다.
2024. 10. 26 백두대간 7구간(중재~육십령) / 난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