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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Apr 13. 2022

담배와의 전쟁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며칠 전 동네 학원가 대로변에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말다툼을 하고 있었더랬죠. 무슨 이유인지 여학생은 화가 잔뜩 나서 남학생을 향해 욕설을 쏟아냅니다. 남학생은 체념한 듯한 표정과 함께 그 여학생의 손에 무언가를 조용히 쥐어줍니다.

 그제야 그 여학생은 만족한 듯 환하게 웃으며 뒤돌아서고 그들은 각자의 갈 길로 흩어집니다.



 맞습니다. 바로 물건은 담배였습니다. 것도 세 개비!!


일단 저는 이 분야에 한해서만큼은 세상 한없는 꼰대이기 때문인지 세 가지 사실에 놀랐습니다.

1. 여학생이 웬만한 남학생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욕을 아주 찰지게 잘한다는 점(성인지 감수성과는 무관합니다).

2. 남학생, 여학생 둘 다 중학교 2,3 학년 정도 되어 보였는데 골초라는 점.

3. 담배를 지나가는 저 같은 람에게 보일만큼 티 나게 길에서 주고받았다는 점.


 그렇게 꼰대 아저씨는 다시 한번 청소년의 담배문화에 놀라게 되었죠.




 제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1990년대 아버지께서는 연자셨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사실은 담배를  화장실에서만 피우셨다는 사실입니다. 그러고서 몇 년을 태우시다 지금은 끊으셨죠. 그때 화장실에 따로 큰 환풍기를 설치해놓으신 덕에 저는 담배냄새를 그리 많이 맡지는 않았습니다.  

 제 동생도 대학교 때 아주 잠시 흡연자였다가 두 딸의 아빠가 된 지금은 완전히 끊었습니다.



 그에 반해 저는 생 자체가 비흡연자입니다. 몸에 담배와 맞는 DNA가 없는 것인 양 단 한 번도 담배를 입에 물어본 적이 없죠. 그러다 보니 담배라는 존재에 대한 적대감이 적지 않습니다. 오죽했으면 아버지의 담배를 몰래 가위로 잘라서 버리는 만행까지 저질렀겠습니까(범행이 들통나긴 했지만 다행히 크게 혼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제 인생에서 비흡연자만 만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타인의 흡연에 대해서 조금은 관대해지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개인의 기호의 차이일 뿐 잘못이나 죄는 아니니까요.



다만 그건 어른의 흡연에 한해서입니다. 아이, 즉 청소년 흡연은 제가 꽤 용납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안타깝지만 저는 남의 아이들까지 계도할 만큼의 주제는 못됩니다.

적어도 제 아이들만큼은 반드시 지키고 싶을 뿐이죠.

 흡연의 개인 취향과는 별개로 담배를 핌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들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서 밝혀진 바가 있으니까요.



 물론 아이들이 자라면서 담배를 피울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워낙 단호하기에 그러지 않으리라 믿어볼 뿐입니다. 핀다고 해도 본인의 판단이며 본인이 책임질 부분일 테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성인이 되기 전까지 우리가 함께 사는 동안에는 그런 일이 결코 생기지 않아야 된다고 세뇌하듯 자주 말은 해둡니다. 위험성은 물론 몰래 피더라도 예민한 제 코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백해무익한 담배가 팔리지 않는 꿈같은 세상을 한 번 꿈꿔봅니다. 그래서 더 뉴질랜드 정부의 무모한 도전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해지네요.


https://m.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112091801001/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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