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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Apr 14. 2022

잔소리와의 전쟁(1탄)

기나긴 여정의 시작


 최근 아이들과 책을 한 권 같이 읽었습니다. 그 책은 바로 <잔소리 없는 날>이었죠. 예전에 저 혼자서 알라딘 중고서점을 배회하다가 뜻하지 않게 찾았던 재미난 책이었습니다.

https://brunch.co.kr/@wonjue/171



 그런데 별 것 없을 것 같았던 이 책이 뜻하지 않게 저에게 엄청난 시련을 안겨주었습니다. 잔소리 없는 날을 실제로 만들게 돼버렸거든요..


 모의 입장에서 봤을 때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평소 말을 잘 안 듣 주인공 푸셀에게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늘 불만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푸셀은 잔소리 없는 날을 부모님께 제안했습니다. 흔쾌히 그 부탁을 수락한 부모는  이후에 푸셀의 행동들로 인해 황당한 경험들을 하게 되죠.



 그 책을 자기 전에 함께 읽었는데 분량이 적진 않아서 중간까지습니다(저도 쉬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뒷이야기가 얼마나 궁금했던지 아이들은 다음 날에 모두 읽어내는 열정여주었습니다.

 그러고는 그때부터 잔소리 없는 날이 있는 주인공이 너무 부럽다고 중얼거리네요.



 저는 남자 치고는 걱정과 잔소리가 많은 편입니다. 아무래도 어머니의 피를 많이 이어받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도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저는 범불안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범불안장애불안장애의 한 종류로, 어떤 사건이나 활동에 대한 과도하고 통제하지 못하며 비이성적일 수도 있는 걱정을 말합니다. 더 쉽게 말해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걱정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을 키울 때도 꼼꼼함을 발휘할 수는 있었지만 그와 더불어 잔소리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죠.


저도 이정도는 아닙니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다가 조금씩 자라고 보니 아빠가 잔소리가 많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는 듯한 눈치입니다. 왜냐하면 친구들의 다른 아빠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죠. 거기에 제가 과묵하기보다는 말수가 많은 편이라 더 그렇게 느꼈을 겁니다.



 아무튼 이 책을 함께 읽고 난 뒤 저는 아이들이 잔소리에 대해 갖는 스트레스를 좀 더 공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저는 큰맘 먹고 아이들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얘들아, 우리도 한 번 잔소리 없는 날 만들어볼까?" 아이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언제 하면 얼마나 자주 하면 좋을지 요일을 조율하다가 결국 이번 주 일요일에 둥이네 역사상 최초의 잔소리 없는 날을 일단 한 번 시행해보겠다고 선포하기에 이르렀죠.


 

 그렇게 결정한 이후에도 저희 집에는 잔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잔소리를 들으면서 "빨리 일요일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하는군요.  

 흡사 회사 회식에서 야자타임을 기다리는 신입의 느낌이 이럴까요?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잔소리 없는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말이 아닌 눈빛으로 지시를 하는 것도 잔소리라고 해서 이제는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아닌 혼잣말을 연습 중입니다.

KBS 드라마 출연자들처럼 말이죠.


"아~ 이제 밥이 다 준비되었는데 먹어야겠다."

"이걸 누가 꺼내놓고 치우지 않았을까? 정말 궁금하네"

"아이고 힘들어라, 빨래 갤 것들이 오늘따라 되게 많네~"

라고 말이죠.


일요일이 되면 양치질도 안 하겠다, 밥도 안 먹겠다, 계속 자겠다, 게임만 하겠다, 숙제도 안 하겠다..... 도대체 일요일에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걸까요?





 제가 과연 이번 주 일요일을 잘 버텨낼 수 있을까요? 그냥 집에서 나가 있겠다고 하니 아이들은 그건 안된다네요. 요 녀석들이 아주 날을 제대로 잡은 모양입니다.





일요일을 잘 버틴 뒤 2탄에서 다시 만나요~



https://brunch.co.kr/@wonjue/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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