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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괴로운 시간이었던 수면다원검사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어제의 1탄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wonjue/981#comments



코골이를 하는 사람의 75%가 수면무호흡증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니 거의 나는 확실해 보였다. 다만 어느 정도 심각한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컸다.


드디어 검사일이 되었다. 전날에 문자가 왔는데 담당 임상병리사님인 듯했다.

몇 시에 퇴실하냐고 물었는데 새벽 4시라는 답이 왔다. 최소한의 측정치만 확보되면 바로 깨워서 보내는 시스템인 모양이다. 집에 가서 더 자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하루 리듬이 완전히 망가질 듯해서 다섯 시 반에 퇴원하기로 합의했다. 여기가 첫 번째 난관이었다.


이비인후과에 도착해 병실로 들어갔는데 그리 나쁘지 않은 환경이었다.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왜 이 옷은 입고 나면 항상 뭔가 스산한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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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복을 했으니 이제는 측정장치를 설치할 시간이다.

수면다원검사는 다음과 같은 신체 기능을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ㅇ 뇌파: 수면의 진행과 구조 파악

ㅇ 안(眼) 전도: 눈 움직임 측정으로 수면 단계 판정

ㅇ 전도: 주기적 사지운동과 같은 수면 장애 파악

ㅇ 턱 근전도: 수면 단계에 따른 근육의 긴장도 파악 및 이갈이 확인

ㅇ 심전도: 수면 중에 발생하는 부정맥 측정

ㅇ 혈액 내 산소 포화도: 수면 무호흡증의 정도 파악

ㅇ 코골이: 수면 무호흡증과의 연관성을 파악


이 정도로 많은 정보가 필요하기에 온몸에 측정장치를 붙여야 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주렁주렁 액세서리를 달고나서 자야 하는데 사진만 봤을 때는 크게 불편해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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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그림과는 정말 많이 달랐다. 단순히 온몸에 전선을 연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무게가 400g은 족히 나갈 법한 측정기를 가슴에 벨트처럼 찍찍이를 연결해서 달아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눈 깜짝할 사이에 말이다. 마치 아이언맨의 가슴에 달린 아크원자로 같았지만 느낌은 180도 달랐다.

KakaoTalk_20240220_105712392_05.jpg 이런 리액터는 사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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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부담스러운 치렁치렁 전선을 두르는 시간은 40분 가까이 걸렸다. 마무리가 되어갈 때쯤 때마침 10시에 예약한 사람이 도착했다. 이비인후과 출입문 바로 근처에서 설치작업을 하고 있었기에 고개를 살짝 출입문 쪽으로 돌리면 누군지 서로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차마 그 사람의 눈을 마주할 수 없어서 반대쪽으로 고개를 살짝 더 돌렸다. 이 꼴을 도저히 초면의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내 모습을 봤다면 그 사람은 아마 화들짝 놀라면서 다시 되돌아갔을지도 모를 일이니 내가 큰 도움을 준셈이다. 이 상황이 두 번째 난관이었다.




모든 작업을 마치고 이제 자려는데 임상병리사가 갑자기 이상한 말을 했다.

"혹시 잠이 안 오면 수면유도제를 드리기도 하니까 벨을 누르세요. 대신 12시 전에만 드리니까 참고하시고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코웃음을 쳤다. 나라는 남자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그런 약을 먹어본 적이 없는 머리만 대면 잘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장 고통스러웠던 세 번째 난관은 내가 아닌 옆방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두 시간 동안 단 1분도 잘 수 없었다. 처음 1시간 정도는 가슴에 달린 장치가 신경 쓰여서였고 그 이후는 옆방에서 들려오는 10시 타임 아저씨의 코 고는 소리 덕분이었다. 분명 내가 더 일찍 누웠는데 더 늦게 누운 아저씨가 눕자마자 코를 골기 시작하다니 정말 대단했다.


진공청소기? 기계 소리? 아니면 탱크 소리 같기도 했다. 도저히 말로 표현하기 힘든 처음 들어보는 굉음이었다. 자고 있던 나를 깨워서 내보내던 아내와 아이들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코를 고는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시끄러운지 모른다는 말이 새삼 와닿았다.


결국 끝까지 버티고 버티다가 11시 57분에 임상병리사를 호출할 수밖에 없었다. 여유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다급하게 "저 빨리 수면제 주세요!"라고 말했다.


결국 나는 그렇게 약을 먹고 5분 정도 잔 듯한 느낌으로 새벽 5시 반에 일어나는 기적을 경험한 뒤 그 어마어마했던 곳을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다.




며칠 뒤 결과를 들으러 갔을 때 안 사실이지만 수면무호흡증 검사결과에서 양압기 치료가 필요한 무호흡지수 기준이 10인데 나는 11이었다. 그런데 원장님을 통해 들은 그분의 무호흡지수는 75였다고 한다. 매우 심각한 수준이란다.


그래서 그다음 양압기 측정검사는 나는 일정을 확인한 뒤 무조건 혼자서 할 수 있는 날로 예약했다.

3탄에서 계속됩니다.


한 줄 요약 : 수면다원검사는 무조건 혼자 받으세요. 이게 오늘의 가장 중요한 꿀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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