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무호흡검사가 나왔습니다. 원래 수치가 10 이하면 정상인데 11이라서 양압기 사용 기준은 충족된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양압기 세팅을 위해 하루 더 입원 검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수면검사 때는 다른 사람 없이 혼자서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또 하나의 난관이 있었습니다. 주렁주렁 검사기를 다는 것도 모자라 양압기까지 낀 채 자야 해서였습니다.
밤 열 시에 가서 측정기를 설치에 30분, 임상병리사님에게 사용 설명을 듣는 데만 또 30분이 걸렸습니다. 한 시간을 넘게 그러고 있었던 셈이죠.
양압기(陽壓機, PAP, Positive Airway Pressure)는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2등급 의료기기라고 합니다. 잠을 자는 동안 기도 내의 압력이 낮아지고 음압이 형성되어 기도가 폐쇄되는 것을 막아주는 원리로 작동하죠. 기계에서 나온 공기가 호스를 거쳐 마스크를 통해 세팅된 양압의 공기를 코와 입으로 불어넣어 주는 구조입니다.
이 녀석은 정말 복잡한 기계였습니다. 일단 사진에서 보셨듯 코에다 갖다 대는 모양도 마음에 들지 않았죠. 원리는 입으로 숨 쉬지 않고 코로 숨을 쉴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코로 바람을 지속적으로 집어넣는데 만약에 입을 벌리는 순간 그 공기가 코를 통해 입으로 돌아서 나오기에 입으로 숨을 쉴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어떤 말인지 완전히 이해가 잘 가지 않으시죠? 이건 직접 해봐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행인 점은 양압기가 값이 비싸지만 검사를 받고 대상자가 되면 의료보험을 적용받아서 저렴한 금액에 임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첫 달에 30일 중 21일은 매일 4시간 이상 사용해야 의료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죠. 이를 적응 기간이라고 하는데 이때 적응하지 못하면 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반납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코에 대는 마스크와 호스는 매일 세척을 해줘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긴 설명을 듣고서 집으로 돌아와서 대여 비용을 이체한 뒤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불편한 점들도 있습니다.
1. 마스크로 인한 피부 자극
2. 안구와 기도 건조
3. 코막힘
4. 코, 구강의 불편함
5. 기계 소음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야 양압기를 계속 사용할 자격이 생기는 셈이죠.
여기까지 오는데 검사를 두 번이나 했고 관리방법 또한 번거롭습니다.
게다가 이 검사는 보험사에서 질병으로 분류하기에 이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운전자 보험을 바꾸려고 알아보려는데 입원을 했다는 이유로 꼼꼼하게 체크를 하더군요.
집으로 가져와서 직접 얼굴에 대고 혼자 해 봤는데 꽤 불편합니다. 일단 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본 가족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리더군요. 방송인 전현무만 얼굴로 웃길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현재 보름 넘게 사용 중인데 아직 적응이 쉽지는 않습니다. 이상하게 새벽 5시 무렵에는 꼭 한 번은 깨는데 그때는 양압기를 빼고 다시 잡니다. 그런 이유로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과연 도움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없습니다. 다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3달 정도는 사용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기 OTT 드라마였던 <D.P>에서는 다양한 탈영병들이 등장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사연이 서글프게 느껴졌던 장면 중 하나가 코골이가 심하다고 군대 선임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해서 잠을 자고 싶어서 탈영한 병사였죠.
코골이는 당사자는 모르고 주위 사람들이 괴로움을 느끼는 영역이라 간과하기 쉽습니다. 듣는 이들은 충분히 고통스러울 테니까요. 이제는 코골이가 심할 때 생길 수 있는 건강상 문제들이 자주 언급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번거롭더라도 자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가족과의 관계를 위해서도 한 번은 자신의 코골이를 고민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 줄 요약 : 코골이는 알아서 고쳐지지는 않는 나쁜 습관이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