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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오코노미야키가 오~노! 미야키가 될 뻔했다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최근 저는 무기력증을 틈틈이 요리로 극복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만든 요리를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내죠. 그 과정은 우연한 계기로 이루어지기는 했습니다. 자주 들어가지 않는 인스타그램에서 요리 관련 영상을 보고 만들기 시작했거든요.


짧은 영상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짧게 만든 요리에 대한 릴스(인스타그램 동영상)를 접하면서 생각보다 간단해 보이길래 이 정도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레시피를 접하면서

류수영이 만들었다던 수육도 만들고

유명 셰프의 레시피로 냉수육도 만들고

집코바치킨(집에서 만든 지코바 치킨)도 만들고

여러 음식을 만들 수 있었죠. 그 덕분에 제 요리 스펙트럼이 좀 넓어지기는 했습니다. 만들 줄 아는 음식이 늘어났으니 당연히 실력도 늘어났다고 느꼈죠.


하지만 그 어쭙잖은 요리부심은 뜻하지 않게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바로 오코노미야키라는 음식을 만들면서 말이죠.


오코노미야키에서 오코노미(お好み)는 일본어로 취향이란 뜻입니다. 야키는 구이라는 뜻으로 한국어로 번역하면 취향에 따라 구워 먹는 부침개라는 의미로 보시면 됩니다.

99b983892094b5c6d2fc3736e15da7d1_7.jpg 전문가의 오코노미야키



오코노미야키는 늘 모임이 있을 때 술집이나 식당에서나 먹었지 집에서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몇 번의 소소한 성공을 거둔 뒤 자만심에 빠져 도전하게 되었죠. 전 같은 요리는 내공이 필요한데 그 사실을 간과하고야 말았습니다. 요리를 글로 배운 저는 일단 레시피 상에 있는 재료를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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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핵심이 되는 재료는 바로 양배추와 오징어 그리고 베이컨이었죠. 여기까지 준비할 때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요리는 재료를 준비하는 일이 절반 이상의 영역을 차지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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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과 밀가루까지 넣은 뒤에 반죽도 열심히 합니다. 이 정도로 점성이 생길지 조금은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특별히 문제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레시피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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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프라이팬이 반죽을 부어서 굽기 시작하는데 무언가 이상한 기운이 감지됩니다. 모든 재료들이 불협화음을 내는 오케스트라처럼 화합하지 않고 따로 놀기 시작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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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협화음의 범인은 바로 오징어였습니다. 오징어에 남은 물기가 반죽의 점성을 떨어뜨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만든 첫 번째 오코노미야키는 맛은 좋았으나 모양에서만큼은 낙제점이었습니다. 재료들이 뭉쳐서 어우러지지 못하다 보니 숟가락으로 퍼먹어야 하는 지경이었습니다. 요리를 한 사람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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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로 인해 점성이 떨어지더라도 이 정도까지 없을 줄은 몰랐는데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결국 부침가루를 적게 넣고 바삭한 맛을 위해 튀김가루를 많이 넣어서였다는 사실을 밝혀내고야 말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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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절치부심 끝에 며칠 뒤 다시 한번 더 바뀐 방법으로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가족들 모두 맛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기에 다시 오코노미야키를 만들어준다니 좋다고 합니다. 두 번째 시도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부침가루의 비율을 좀 더 높이고 오징어의 물기도 확실히 제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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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만들어진 작품은 사진상으로는 티가 많이 안 나지만 지난번보다 훨씬 더 나아졌습니다. 이렇게 오!노!미야키가 될 뻔한 오코노미야키를 살려내게 되었습니다. 각각 접시에 담아놓으니 뿌듯합니다. 한 개는 오징어를 넣지 않고 했는데 확실히 모양은 더 그럴듯하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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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코노미야키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습니다. 아직은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부침개의 형태를 유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다음번에는 좀 더 나아지겠죠. 인간은 점점 발전하는 동물이니까요. 거기에다 아무 음식이나 쉽게 도전해서는 안 되겠다는 깨달음도 얻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한 줄 요약 : 어떤 음식에 한해서 사 먹는 편이 훨씬 더 경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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