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영상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짧게 만든 요리에 대한 릴스(인스타그램 동영상)를 접하면서 생각보다 간단해 보이길래 이 정도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레시피를 접하면서
류수영이 만들었다던 수육도 만들고
유명 셰프의 레시피로 냉수육도 만들고
집코바치킨(집에서 만든 지코바 치킨)도 만들고
여러 음식을 만들 수 있었죠. 그 덕분에 제 요리 스펙트럼이 좀 넓어지기는 했습니다. 만들 줄 아는 음식이 늘어났으니 당연히 실력도 늘어났다고 느꼈죠.
하지만 그 어쭙잖은 요리부심은 뜻하지 않게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바로 오코노미야키라는 음식을 만들면서 말이죠.
오코노미야키에서 오코노미(お好み)는 일본어로 취향이란 뜻입니다. 야키는 구이라는 뜻으로 한국어로 번역하면 취향에 따라 구워 먹는 부침개라는 의미로 보시면 됩니다.
오코노미야키는 늘 모임이 있을 때 술집이나 식당에서나 먹었지 집에서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몇 번의 소소한 성공을 거둔 뒤 자만심에 빠져 도전하게 되었죠. 전 같은 요리는 내공이 필요한데 그 사실을 간과하고야 말았습니다. 요리를 글로 배운 저는 일단 레시피 상에 있는 재료를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가장 핵심이 되는 재료는 바로 양배추와 오징어 그리고 베이컨이었죠. 여기까지 준비할 때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요리는 재료를 준비하는 일이 절반 이상의 영역을 차지하기 때문이죠.
계란과 밀가루까지 넣은 뒤에 반죽도 열심히 합니다. 이 정도로 점성이 생길지 조금은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특별히 문제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레시피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프라이팬이 반죽을 부어서 굽기 시작하는데 무언가 이상한 기운이 감지됩니다. 모든 재료들이 불협화음을 내는 오케스트라처럼 화합하지 않고 따로 놀기 시작해서였습니다.
이 불협화음의 범인은 바로 오징어였습니다. 오징어에 남은 물기가 반죽의 점성을 떨어뜨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만든 첫 번째 오코노미야키는 맛은 좋았으나 모양에서만큼은 낙제점이었습니다. 재료들이 뭉쳐서 어우러지지 못하다 보니 숟가락으로 퍼먹어야 하는 지경이었습니다. 요리를 한 사람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이었죠.
오징어로 인해 점성이 떨어지더라도 이 정도까지 없을 줄은 몰랐는데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결국 부침가루를 적게 넣고 바삭한 맛을 위해 튀김가루를 많이 넣어서였다는 사실을 밝혀내고야 말았죠.
그래서 절치부심 끝에 며칠 뒤 다시 한번 더 바뀐 방법으로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가족들 모두 맛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기에 다시 오코노미야키를 만들어준다니 좋다고 합니다. 두 번째 시도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부침가루의 비율을 좀 더 높이고 오징어의 물기도 확실히 제거했죠.
그 결과 만들어진 작품은 사진상으로는 티가 많이 안 나지만 지난번보다 훨씬 더 나아졌습니다. 이렇게 오!노!미야키가 될 뻔한 오코노미야키를 살려내게 되었습니다. 각각 접시에 담아놓으니 뿌듯합니다. 한 개는 오징어를 넣지 않고 했는데 확실히 모양은 더 그럴듯하게 나옵니다.
이렇게 오코노미야키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습니다. 아직은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부침개의 형태를 유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다음번에는 좀 더 나아지겠죠. 인간은 점점 발전하는 동물이니까요. 거기에다 아무 음식이나 쉽게 도전해서는 안 되겠다는 깨달음도 얻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