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웃작가님들께서 올려주시는 글들을 보면 봄에 대한 주제를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 눈길을 많이 끄는 내용이 바로 봄나물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음식들을 만들어왔지만 제철 나물이나 채소를 이용한 음식은 도전해 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육류를 좋아하는 입맛 탓도 있겠지만 확실히 손맛이 필요한 음식이다 보니 맛있게 잘 만들 자신이 없어서였죠.
그런데 작년에 이웃에 사시는 분께서 먹어보라면서 음식을 챙겨주셨는데 그때 저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 주셨습니다. 바로 두릅 장아찌였습니다.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과 특유의 향과 맛 그리고 달짝지근하고 짭조름한 양념장을 가진 이 장아찌는 제가 좋아하는 고기와는 그야말로 최고의 짝꿍이었습니다.
얻어온 지 단 며칠 만에 비워버리고 말았죠. 정말 큰 아쉬움이었습니다.
그렇게 일 년이 훌쩍 지나가버린 뒤 저는 얼마 전 아내와 재래시장에 장을 보러 갔습니다. 그러다가 야채가게 매대 앞에 덩그러니 외롭게 놓여있는 낯익은 녹색의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었죠.
커다란 박스에 얼마 남지 않은 양이었던 그 녀석은 마치 "어서 나를 가져가~!"라고 외치는 듯했습니다. 이런 두릅의 메아리를 듣게 된 마당에 더 주저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결단력 있게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때의 반가움이란 오래된 친구와 몇 년 만에 다시 만나는 기분처럼 반가웠습니다.
사장님께서 원래 자연산이라서 2만 원 받아야 하는데 18,000원에 해주신다고 하시더군요. 솔직히 저는 흥정을 잘하는 편이라서 깎으려고 생각했지만 장아찌를 해 먹을 생각에 이성을 잃어버리고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18,000원을 이체해 드리고 말았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자연산 두릅이라고 적혀있는데 두릅은 원래 다 자연산 아닌가라는 싶었지만 지금 와서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죠.
집에 와서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얼른 만들어야겠다는 마음만 앞서서 제대로 씻지도 다듬지도 않고 데치려는 저를 아내가 만류합니다.
장아찌 소스는 예전에 사다 놓은 제품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이번에 검증된 제품으로 한 번 만들어 먹어본 뒤 다음에는 제 입맛에 맞게 직접 제조를 해보려고요. 첫 시도인데 시행착오는 사양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자작하게 두릅을 소스와 함께 재워놓고 나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개운해지며 편안해지는 느낌입니다. 바로 만들자마자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하지만 나름 지성인인데 그러면 안 되겠죠. 참고 냉장고에 일단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얼른 쑥쑥 자라서 먹을 수 있게 되었으면 바람입니다.
이틀 정도 두고 다시 꺼내서 어느 정도 되었나 봤더니 빛깔이 점점 짙어지고 있습니다. 처음의 싱그러웠던 녹색은 온데간데없고 소스의 색상에 동화되어 꽤 어두워져 있습니다. 봄이 가을로 변해버린 듯해서 왠지 세월의 흐름처럼 느껴져서 씁쓸한 느낌도 들지만 그런 생각은 잠시 넣어둡니다.
드디어 제 입과 두릅 장아찌가 서로 상견례를 하는 그날이 다가오고 있는 듯합니다.
얼마 전까지 유튜브에서 꽤 유행했던 이런 주문을 외우고 싶습니다.
오이시꾸나레~ 오이시꾸나레(맛있어져라)
두릅은 여러모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특한 친구더라고요.
1. 단백질과 비타민 그리고 미네랄이 많아 피로 해소에 큰 도움이 되며
2. 사포닌성분과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신체에서 생성되는 노화나 암을 일으키는 활성 산소도 억제합니다.
3. 식이섬유가 많아서 다이어트나 배변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되죠.
제대로 된 봄나물 무침까지는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봄나물을 이용한 반찬을 만들었으니 절반의 성공은 거두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쉽게도 짧디짧은 봄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채 많이 지나가버렸지만 그 아쉬움을 두릅 장아찌로 찬찬히 달래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