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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Mar 13. 2024

보험 가입, 높은 문해력을 요하는 숙제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우리가 하는 경제활동 가운데 가장 민감한 주제 중 하나가 바로 보험입니다. 비상상황이 생겼을 때 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아무 일이 없을 때는 그만큼 돈이 아까울 수밖에 없는 존재죠.


주장에 차이가 있지만 역사상 최초의 보험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로 4세기경 로마 말기에 있었던 콜레기아(collegia, 현대 영어 college의 어원)입니다. 콜레기아는 신앙. 오락. 상호부조를 위한 직역조합(職域組合)으로, 조합원이 사망할 경우 장례지원금 및 유족의 생활비를 지급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1897년 6월 대조선보험회사에서 발행한 '소'와 관련된 상품이 최초라고 합니다.


이처럼 보험은 사람들이 가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적절히 이용해 꾸준히 성장해 왔습니다. 우리나라에만 해도 현재 서른 개 가까운 회사들이 성업 중이죠.




이렇게 업계에 회사가 많다는 말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며 고객들도 그로 인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이익을 제대로 얻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기업들이 제시하는 조건이나 약관은 꽤 높은 문해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죠. 이번에 저도 개인적으로 운전자보험을 새로 알아보던 중에 지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운전자보험은 자동차보험에서 보장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보장해 줍니다. 만약 12대 중과실사고나 중상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형사 합의금이나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의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나중에 환급받을 수는 없지만 1~2만 원 대로 가입할 수 있어서 부담이 덜해 가입자들이 꽤 많은 분야이기도 하죠.






얼마 전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기존 상품은 변경하면 좋겠다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충분히 설명을 듣고 나서 A사에 가입된 상품을 해지하고 B사로 갈아타기로 했습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절차라고 생각하고 A사를 해지한 뒤 B사의 콜센터와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을 겪었게 되었죠.


전화를 해온 B 업체의 담당직원은 짧게 끝난다더니 제가 3년 동안 진료를 받은 이력들을 검색하며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그 대화를 하는 동안 취조를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점입니다.


2022년 6월에 진료이력이 있어요. 어디가 아파서 다녀오셨어요?

아토피 때문에 피부과요.

2022년 10월에도 다녀오신 이력이 있는데 어떤 내용이실까요?

허리를 다쳐서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받았어요.

2023년 3월에는 왜 가셨을까요?

비염이 심해서 갔다 왔을 거예요.

2024년 1월에는 입원을 하신 이력이 있으신데요.

입원은 수면무호흡증 검사 때문에 했어요.


짧은 통화로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는 점점 길어졌고 저 역시 점점 화가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태어나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죠. 더 황당한 사실은 이런 이력들로 보장내역이 줄어들 수 있다는 담당자의 말이었습니다.




지속적으로 겪었던 질환도 아닌 일회성의 질환에도 이렇게까지 까다롭게 따지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저는 그냥 가입하지 않겠다며 끊어버렸습니다. 그 이후에 혼자서 인터넷을 둘러보면서 다른 상품을 찾는 중입니다. 일단 내용이 너무 방대하게 구성되어 있고 전화로 신청을 한 뒤 심사를 받고 최종적으로 통보받기 전에는 아무것도 확정할 수 없어서입니다.


제 운전자보험 변경은 아직도 ing 중입니다. 빨리 끝내버리고 싶지만 그렇다고 또 이상한 곳에 가입할까봐 걱정인 상황이죠. 전문가에게 설명을 들을 때는 잠시 알아듣는 듯하다가 지나면 백지처럼 까먹어버리고는 합니다. 아무나 쉽게 이해하지 못하게 만든 부분이 그 업계의 전략이자 상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 이 바닥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느낍니다. 그런 점에서 항상 이런 영역에 대해서는 쉽게 듣고 판단하지 않고 꼼꼼하게 챙기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 줄 요약 : 돈을 많이 버는 일도 중요하지만 내 돈이 나가는 구멍을 잘 찾아보는 노력이 경제적 자유의 기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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