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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Mar 19. 2022

냉장고와의 전쟁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전제품을 꼽으라면 혹시 어떤 것을 꼽으시나요? 요즘 삼신가전이라고 불리는 식기세척기, 빨래건조기, 로봇청소기를 꼽으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거기에 요즘에는 스타일러스와 공기청정기까지 오신가전으로 합류했죠. 그래도 가전계의 터줏대감인 냉장고를 빼놓고 이 주제로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1862년 냉장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영국의 제임스 해리슨이 최초의 냉장고발명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150여 년의 나름 긴 역사를 가진 냉장고는 저희 집에서는 가장 오래된 가전 식구입니다. 신혼인 2009년 4월에 구입하고 난 이후로 아직까지 함께하고 있죠.

나를 잊지 말아요~~


 일반적으로 냉장고의 평균 수명은 10년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녀석이 얼마 전부터 조금씩 눈에 띄는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냉장고 안쪽의 LED 등이 깜빡거리는 것부터 팬에서 소음이 생기는 것까지 말이죠.


 수리 견적을 받아보려고 AS센터에 전화 문의를 해보니 비용이 꽤 많이 나온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잠시 고민하다가 아직까지 냉장과 냉동 같은 기능상의 문제는 크게 발견되지 않았기에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이거 보고 직접 고치겠다는 생각은 마세요~ AS는 AS센터에서


 일단 불이 깜빡거리는 문제는 그냥 참으면 되는 가벼운 문제였습니다. 모터 소도 나름대로의 임시방편을 우연찮게 찾게 되었습니다. 냉장고를 좌우로 잡고 좁은 틈새로 이리저리 옆으로 옮기다 보 소음이 그치는 것이 아니겠어요.

 말 그대로 '컴퓨터가 말을 안 듣거나 버벅거릴 때는 때리면 말을 듣는다'는 오래된 석기 시대 급의 진리와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방법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AS 센터에서 알려준 대로 냉장고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과다 보관을 피하기 위해 큰맘 먹고 하루 날을 잡아 정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하루에 십수 번씩은 열어보는 냉장실은 머릿속으로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그림을 그릴 수도 있을 정도로 익숙합니다. 제가 수시로 정리를 하기 때문이죠. 분담하고 있는 집안일 중에서 냉장고 정리는 제 담당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냉장실에서 식품이 오랫동안 보관되거나 변질된 채로 있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유통기한이 아닌 소비기한이 지난 것들은 바로바로 버리기 때문입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장을 보고 물건들을 쑤셔 넣어두었던 냉장실에 대한 정리를 어느 정도 마쳤습니다.

냉장실 정리 전과 정리 후, 차이가 거의 없다.

 

 진짜 큰 문제는 냉동실이었습니다. 일단 문을 여는 순간 추운 겨울의 찬바람처럼 한기가 제 몸을 감싸기 시작합니다. 겨울왕국에 온 듯 한 느낌이랄까요. 진짜 추워서 느끼는 한기가 아닌 이 중에서 얼마나 비워내야 할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보관되어 있지만 무엇인지 알아보기 힘든 종류의 음식들이 투명색 비닐백에 쌓여 있습니다.

 하나씩 정리를 하다 보니 중구난방으로 쑤셔 넣어져 있는 재료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건어물은 건어물대로 떡이나 면 종류도 따로, 냉동식품도 따로 나누는 작업을 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짧게 끝나리라 생각된 분류작업은 20여 분이 넘는 시간이 넘도록 걸렸습니다. 거기에다 음식물 쓰레기봉투도 생각보다 많이 채워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연출되었습니다.  


 분명히 넣어둘 때는 먹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음식들이었는데 어느샌가 잊혔던 것이죠. 음식들을 버리면서 반성하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이런 반복적인 실수는 언제쯤이면 안 하게 될까요?



 이렇게 냉장고를 살리기 위해 시작한 정리는 효율은 얻었을지 모르나 오히려 그동안의 무관심에 반성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희한한 결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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