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4월입니다. 정신없던 한 달이어서 그런지 중학교 1학년 학부모인 저도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렸습니다. 그래도 곰곰이 되돌아보면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때만큼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며칠 전에 오랜만에 만난 지인을 통해 뜻밖의 고민을 전해 들었습니다. 바로 이번에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들의 생일파티 때문이었습니다.
3월 초에 다른 친구 한 명이 따로 친구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했다고 합니다. 거기에 다녀온 뒤에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을 했다죠. 마냥 모른 체 할 수는 없었기에 이리저리 알아보던 차에 부담감만 커져가던 차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학원 친구들, 학교 친구들, 어린이집 친구들 모두를 초대하고 싶다는 점도 걱정이라고 하시더군요.
둥이들이 1학년이었을 때는 학급에서 단체 생일모임를 주기적으로 했습니다. 제가 학부모총회 때 반대표가 되고 나서 전체 단톡방을 만들고 행사 추진을 했거든요. 물론 지금 엄마들의 단톡방이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지만 그때는 좋은 분들이 많아서 큰 문제없이 잘 유지했답니다. 3~5, 6~8, 9~11, 12~2월 이렇게 분기별로 그 기간에 태어난 친구들 엄마들이 함께 장소를 대관하고 단체파티를 진행하는 방식이었죠. 아이들이 6월에 탠어나서 두 번째 모임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크게 좋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하려면 선결되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먼저 나서서 추진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죠. 안타깝게도 지인은 그런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반 분위기는 천차만별인데 그 학급에서는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혼자서 준비를 하고 초대를 해야 한다더군요. 저는 이야기를 듣다가 안타까운 마음에 웬만하면 아이와 이야기를 잘 나눠서 생일 모임을 하지 않는 쪽으로 하면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드렸습니다.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해본바 혼자서 일을 추진했을 때
ㅇ 비용은 비용대로 적잖이 들고
ㅇ 정신없이 혼자서 모든 일을 챙기느라 정작 다른 엄마들과 교류는 하기 힘들뿐더러
ㅇ 누구는 초대하고 누구는 초대하지 않음으로 인해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생길 수 있으며
ㅇ 아이를 위한 모임이 아닌 엄마를 위한 모임이기에 아이에게 그리 감동적인 기억으로 남지 않는다
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온라인으로 1학년 생일파티라는 검색어로 찾아보면 수많은 사진들과 광고들이 나옵니다. 저렇게 준비하는 일을 여러 명이 나눠서 해도 부담스러운데 혼자서는 무리죠.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그분도 혼란스러운 모양이었습니다. 지인들께도 여쭤보고 아이를 잘 설득해서 좋은 방향으로 결정하시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린 뒤 이야기를 마무리지었습니다.
저 역시 초등학교 시절 생일파티에 대한 로망이 있었습니다. 저는 방학인 1월에 태어났기에 친구들을 초대하기 어려웠죠. 그래서 한 번도 하지 못하다가 6학년에 어머니께서 딱 한 번 챙겨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출근하셔야 했기에 음식을 미리 세팅을 해놓고 제가 시간에 맞춰서 차린 뒤 아이들을 맞는 그런 방식으로 말이죠. 절반 정도는 셀프였습니다.
그때의 기억을 되돌아보면 생일파티를 했던 기억은 나는데 괜히 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초대하지도 않았던 친구가 연필 두 자루를 선물이라고 들고 와서 엄청 음식을 먹고 간 기억만 생생합니다. 그 이외에는 누가 왔는지 단 한 명도 기억나지 않죠.
아이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친구들과 잘 어울리게 하기 위해
내 자식을 기죽이지 않기 위해
엄마들과 소통하기 위해
여러 이유로 생일 파티를 하고는 합니다.
그렇지만 굳이 이런 모임을 하지 않더라도 부모에게 의지가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기회들이 생깁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몇 자 남겨봅니다.
한 줄 요약 : 생일파티, 지나고 보니 하면 좋지만 안 해도 크게 상관은 없는 행사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