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코로나 시기에 뉴노멀이라는 단어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기존의 표준이 아닌 새로운 표준이라는 말인데 씁쓸한 신조어였죠.
기후위기라는 단어 또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새로운 표준이었습니다. 이제는 확실히 뉴노멀이 아닌 노멀이 되어버렸죠. 이제는 더 이상 이 말을 가볍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없습니다. 예전에는 기후위기가 실체가 없는 허상이라는 주장들도 있었지만 워낙 이와 관련된 심각한 문제들이 전 세계적으로 많이 생겼기 때문이죠.
어제 날씨만 해도 이를 여실히 증명해 줬습니다. 낮에 잠시 긴팔과 긴바지를 입고 외출을 하려던 차였습니다. 공동현관을 나서는 순간 뜨거운 볕에 화들짝 놀라 바로 뒤돌아서 반팔과 반바지로 다시 갈아입고 나왔죠. 정말 한여름 날씨 같았습니다. 따뜻한 날씨를 좋아하지만 이 시기에 이런 기온이 맞나 하는 두려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상이 관측된 이래 가장 더웠던 4월이라는 말이 뉴스에 나오니 점점 더 두려움은 커집니다. 이미 지난번 글로 언급해 드렸듯 사과값이 폭등한 이유 중 하나가 이상기후였기 때문입니다. 냉해, 폭우, 우박, 병충해,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탄저병까지 오중고였죠.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니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요 며칠 사이에는 모기도 엄청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 상승 시기가 당겨지면서 모기 번식도 활발해졌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모기들의 활동 시기 또한 두 달여 가량 앞당겨졌다고 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처럼 점점 따뜻하고 습해져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뎅기열’ 같은 전염병이 전파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이 밖에도 이상기후 이야기는 수없이 많이 할 수 있습니다. 폭염, 폭우, 가뭄, 태풍, 산불까지 이루 다 말하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 위기에 대한 대처는 개인도 물론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미진한 부분이 사실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여러 정당들이 내놓은 관련 공약들은 재탕의 느낌이 많이 납니다. 이미 한 번 이상은 들어본 이야기들이었죠.
이상기후는 비가 많이 오고 적게 오고, 날씨가 좀 더 더워지는 문제의 영역이 아닙니다. 막연하게 느껴졌던 압박은 이제 실체가 존재하며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단계까지 다가오고 있죠.
우리가 관리해야 할 외양간은 한두 개가 아니기에 모두 소를 잃기 전에 고칠 수는 없습니다. 불가항력적인 영역들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외양간이 점점 무너져가고 있다는 신호가 오고 있는데 어쩔 수 없는 이유를 대면서 내버려 두게 된다면 그 감당은 소를 지키지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소가 모든 농작물을 망가뜨려버리는 상황까지 치달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겠습니다.
저 스스로도 문제의식에 비해 생활 속 실천은 아직 미진하지만 끝까지 관심을 놓지 않고 챙겨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