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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그만 보고 싶은 현수막 공해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이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10 공천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습니다. 아무리도 곧 본격적으로 시끄럽고 정신없는 정치이야기에 전 국민들이 휩싸이게 되겠죠. 총선에 대한 언급을 해서 혹시 정치이야기로 오해하실 듯한데 제가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환경과 경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제 곧 우리 주위 곳곳에는 어마어마한 녀석들이 몰려올 텐데요. 그 녀석들은 사거리뿐만 아니라 물론 집 근처에도 많이 붙어서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물건들입니다.

바로 선거현수막인데요. 이미 그동안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는 각 정당들이 걸어놓은 불필요하며 자극적인 문구의 현수막들로 인해 눈살을 찌푸려왔는데 당분간 선거를 앞두고는 더욱 심해질 예정입니다.


언젠가부터 예전과 비교했을 때 현수막이 지나치게 많아져서 이상했는데 그 이유가 있었습니다. 국회가 정당 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며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한 뒤 2022년 12월부터 정당의 현수막은 신고 없이 15일의 게시기한만 지키면 얼마든지 ‘합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정치인들에게만 좋은 방향으로 법이 개정된 뒤 이 15일짜리 쓰레기는 여기저기 사람이 많이 다닐 법한 곳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현수막 1개를 설치하고 철거하는데 보통 8만 원 내외의 비용을 잡고 있다고 하는데 정치적인 이슈가 있을 때는 더 많이 설치되니 얼마만큼의 비용이 들어가는지 짐작이 가지도 않습니다.


문제는 제 눈이 피곤하다는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법적으로 게시 기한인 15일이 지나면 재활용할 수 없는 현수막은 폐기되어 매립하거나 소각해야 합니다.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예산낭비나 환경오염은 필연적인 수순입니다.


가까운 예로 서울을 들면 2023년 1분기 동안 서울에서 발생한 폐현수막은 총 4만 7000장이었다고 합니다. 환경부가 정한 장당 무게기준이 0.6kg이므로 아무리 못해도 28톤은 족히 넘는 무게입니다.




문제는 이 폐기물들을 처리하는 방식인데요. 54.6%는 소각, 11%는 매립, 25%는 보관하고 있으며 겨우 10% 남짓만 재활용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각을 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찮습니다. 1톤당 30만 원 가까이 들어간다고 하니 돈 먹는 하마가 따로 없습니다. 거기에 소각을 할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물질도 매우 위험한 수준이죠. 매립을 할지라도 비용은 당연히 들어가니 총체적 난국입니다.


그리고 소각과 매립 모두 많은 환경오염물질을 발생시킵니다. 폴리에스터라는 플라스틱 재질이기에 태우면 온실가스를 비롯해 다이옥신 같은 발암물질까지 생깁니다. 땅에 묻으면 잘 썩지도 않습니다. 어마어마한 공해인 셈이죠.




환경운동단체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많이 언급하고 있지만 정치인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관대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이 부분이 계속 지적되자 서울시에서는 기업과 협약을 맺고 폐현수막을 더 재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재활용을 하기만 하면 해결이 되는 문제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베트남 푸꾸옥을 다녀왔을 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관광지에 종이 안내문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인터넷 QR코드로 접속해서 지도나 안내문을 볼 수 있게 만들어두었더군요.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환경을 지키려는 베트남의 노력보다 우리나라의 수준이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신들의 정치적인 이익에 대해서만 관대하며 경제적인 비용이나 환경오염을 나 몰라라 하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참으로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어차피 이번에도 정치인들의 현수막 전쟁이 이어질 테고 다음에도 바뀔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겠지만 이런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많은 사람들이 깨달아 빠른 시일 내에 전향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한 줄 요약 : 우리나라에 현명한 정치인이 더 많아지려면 우리가 더 많은 지혜를 가진 시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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