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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의 죽음을 보며 느낀 죄책감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어제 아침에 퇴근을 한 뒤 지하철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들어왔을 때였습니다. 자전거를 주차한 뒤 자물쇠를 잠그려는 찰나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죠. 낮은 턱에 까치 한 마리가 꼿꼿한 자세로 가만히 앉아있지 않겠어요(놀라실 분들이 계실까 하여 사진은 생략합니다).


처음에는 고놈 참 사람이 가까이 가는데도 놀라지도 않고 대담한 녀석일세.. 하면서 그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그 녀석이 살아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금세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분과 구청 조끼를 입으신 분이 그쪽으로 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면서 말이죠.


그 뒤의 상황은 짐작하신 대로입니다. 그곳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조그맣고 힘없는 녀석의 흔적은 깨끗하게 사라졌습니다. 제가 자전거를 세우고 있을 때 제 곁에서 1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았던 그 까치는 이미 생을 마친 상태였던 모양입니다. 어떤 사연으로 그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곳까지 오게 된 사연은 딱하게 느껴졌습니다.


행복이가 새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던지라 이 소식을 직접 전하기 어려웠죠.




사실 매년 제가 다니는 회사는 까치와의 전쟁을 합니다. 까치나 까마귀를 비롯한 조류가 전주(전봇대) 위로 집을 짓습니다. 집을 짓기 위한 재료들을 물고 가는 과정에서 전선과 닿으면 그쪽으로 전기가 흘러 전류가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쉽게 말해 정전이 발생한다는 뜻이죠.


지방에서는 이런 문제가 훨씬 많아서 전문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포수를 고용해 까치를 따로 잡기도 합니다. 지금은 어떻게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새의 부리 하나에 6천 원으로 계산해 주는 방식으로 정산을 한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잔인한 짓을 할 수 있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도 아마 계시겠죠. 하지만 정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전기설비 고장을 비롯해 다양한 민원(영업손실)까지 발생합니다. 자료에 따르면 2022년까지 5년 동안 조류로 인한 정전은 326건에 21만 가구가 피해를 입고 170억 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희 회사는 매년 평균 300억이 넘는 예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까치들이 전주에 집을 짓지 못하게 말이죠. 제가 조류고장예방 업무를 맡았을 때 까치는 제 원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세상을 뜬 까치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니 시원하기보다는 마음이 많이 고단했습니다. 그동안 이 녀석은 자기 본능에 충실한 행동을 했을 뿐인데 말이죠.


얼마 전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과수원에서 감귤을 계속 쪼아 먹는 텃새들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이 경찰에 붙잡혔다는 뉴스가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알고 보니 주사기를 사용해 감귤에 고의로 농약을 주입해 이를 쪼아 먹은 직박구리와 동박새 등 새 200여 마리를 폐사에 이르게 만든 혐의 때문이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동물이 인간이라는 말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은 이제 없습니다. 일부 반려동물을 제외하고는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은 말로만 남아있게 된 지 오래입니다. 수많은 동물들은 호모 사피엔스에 의해 지구가 지배되기 시작하면서 평생 동안 생존을 위협받아왔죠. 동물을 몰아내며 환경을 오염시키는 인간은 언제까지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저 또한 이런 사안에 위선적인 사람이기에 적절치 않을지도 모르지만 오늘만큼은 어떻게 살아야 옳은 삶인지 공존하는 삶이란 가능한지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며 가장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물의 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침해하는 방식이 옳은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여러 자료를 찾아보면서 마음이 개운해지기보다는 되려 고단해지는 하루입니다.

박지훈 작가 <공존> 2020년 작

한 줄 요약 : 맹자는 인간이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본능을 '측은지심'이라고 했다. 그 본능을 우리는 잊지 않으며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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