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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Apr 29. 2024

시험 망치면 집에 들어오지도 마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둥이들의 중간고사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아이들은 금요일 3교시를 끝으로 시험을 모두 마치고서는 금~토 동안 실컷 놀았습니다. 시험을 마친 뒤 이틀 동안 잔소리 없는 날을 주겠노라고 공언한 상태였기 때문이었죠. 그 덕분에 주말 동안에는 원 없이 놀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첫 시험이라고 부담감이 있었을 텐데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한 녀석은 스스로가 흡족해할 정도로 잘 봤지만 한 녀석은 조금 아쉬운 과목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과목 때문에 조금 제가 잠시 싫은 소리를 하기도 했죠. 물론 성적으로 아이들을 비교하거나 평가를 할 이유는 없었기에 다음에는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잘 준비해서 하라는 말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제가 평생 책임질 인생도 아니며 제가 살아갈 인생이 아니니까요. 스스로 물을 마시지 않으려는 말에게 억지로 먹일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부분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굳이 첨언을 했던 부분이 있다면 "공부는 아빠 엄마가 아닌 너를 위해서 하는 일이니까 하기 싫다면 언제든지 이야기해도 돼. 미래의 너 자신에게 미안할 일은 하지 말자"는 정도였죠.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혹시나 과하지는 않았나 되돌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둥이들을 통해 주위에서 접했던 시험과 관계된 친구들의 했던 말들을 전해 들으니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친구는 자신의 엄마가 시험을 못 보면 집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다더군요. 어떤 아이들은 시험을 마치고 모여서 자기들끼리 답을 맞혀보며 한숨을 쉬더니 "우리 그냥 같이 한강 가자"라고 했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한 문제를 틀릴 때마다 격노하며 욕설을 하는 일은 너무 흔해 별날 일도 아니었죠.


놀랍게도 초등학교 때도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수행평가에서 100점을 못 받으면 집에서 매를 맞는다는 친구가 있었죠. 100점을 받으면 돈이나 선물을 받는다는 친구들이 되려 양반이었던 셈이죠.




이런 이야기가 제 아이들 세대에는 없을 줄 알았는데 듣고 놀랐습니다.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도 그저 사실이 아니라 아이가 과장되게 이야기했다고 믿고 싶었죠.


각자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가 사는 동네는 초등학생 중학년(3~4학년) 때부터 아이들의 학업 스트레스는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편입니다. 학원을 다니는 시간도 폭발적으로 늘어나죠. 부모가 가지는 기대치와 아이에게 주는 부담감은 점점 더 높아집니다. 


물론 공부가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최고이자 최선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강요된 방법이라면 결코 좋은 결과가 나오기 쉽지 않을뿐더러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이뤄낸 결과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결과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런 중고등학생의 통계 또한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고 보입니다.




시험 결과가 좋지 않으면 누구나 속상합니다. 부모도 기분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다고 해서 공부에 관심이 없는 아이는 별로 없습니다. 잘하고 싶어 하는데 그 방법을 모르는 친구들이 더 많죠.


둥이들을 통해서 여러 이야기들을 전해 들으면서 진짜 아이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기말고사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이 많이 없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한 줄 요약 : 부모는 앞에서 끌고 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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