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밀리의 서재 북마스터가 되면서 세 권의 지정도서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중 한 권이 바로 현봄이 작가님의 <교토의 햇살을 간직해>라는 여행 에세이였죠.
일본의 경주라고도 불리는 고도(古都) 교토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다뤄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한 곳을 이렇게 자주 그리고 오래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은 그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많다는 의미겠죠. 작가님이 책에서 겪은 이야기와 삶의 깨달음에는 꽤 많은 흡입력이 있었습니다.
교토를 십수 번 이상 방문하면서 갔던 식당, 카페, 사찰, 숙소, 사진 맛집 등 다양한 장소와 그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의외의 지점이었죠.
바로 자주 가는 식당에서 언급한 타마고산도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타마고산도란 일본식 계란 샌드위치를 말하는데 제가 꽤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는 이런 음식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회사에서 아침 행사를 했을 때 처음 이 샌드위치를 나눠줬고 그때 그 맛에 눈을 뜨게 되었죠. 초밥집에 가서도 계란 초밥을 따로 시켜 먹을 정도로 달달한 계란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이 타마고산도는 그야말로 제게 신세계의 맛이었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파는 곳이 많지 않아서 자주 접하지는 못하는 음식이기도 했죠.
그런데 이 책에서 타마고산도에 대한 내용이 나오니 갑자기 너무 먹고 싶어졌던 겁니다. 잊고 지냈던 오랜 벗처럼 잊고 있던 맛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듯한 기분이었죠. 책을 읽다 말고 엄청 열심히 검색하기 시작합니다. 서울에서 타마고산도를 파는 곳 중에서 퇴근하는 길 인근에 한 군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주말근무였기에 가는 동안 걱정이 들었습니다. 혹시나 다 팔리지는 않았을까 싶어서였죠. 다행히도 다 팔리지는 않았다고 해서 과감하게 세 개나 샀습니다. 주문을 하니 그 자리에서 직원분께서 만들어주시더군요. 미리 만들어놓은 제품을 사는 방식이 아니어서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와서 한 개를 뜯어보니 생각보다 한 개의 양이 꽤 많더라고요. 과욕을 부린 듯합니다. 가족들과 아침 한 끼를 이 샌드위치로 해결했지만 결국에는 남아서 제가 마저 다 먹었습니다. 가족들은 많이 먹기에는 좀 느끼하고 질리는 맛이라고 하던데 저는 전혀 그렇지 않았거든요.
책을 읽고 타마고산도라는 음식을 찾아서 여행을 떠난 셈이었기에 제게는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이러다가 여행을 떠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책을 단순히 지식을 주는 매개체가 아니라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배운 하루였습니다.
한 줄 요약 : 책은 읽으면서 겪어본 적 없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