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어제 건강이에게 건강하지 못한 상황이 생겨서 뜻하지 않은 결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편두통이 심하다고 하더니 일어나기 힘겨워하는 모습이었죠. 시험 때도 괜찮더니 갑자기 아프다길래 심히 걱정스러웠습니다.
컨디션이 많이 좋지 않아 보기에 등교를 시킬지에 대해 잠시 동안 고민을 했습니다. 처음에 제안한 방식은 이 정도였죠.
"학교에 일단 갔다가 힘들면 보건실에 가서 좀 쉬어"
"학교에 일단 갔다가 힘들면 조퇴를 하자"
"학교에 일단 갔다가 힘들면 외출해서 진료받으러 가자"
저도 아내도 보내보자는 쪽이었습니다. 아주 오래된 지난 일이지만 교직에 계셨던 장모님은 아프다고 등교하기 싫어하는 아내를 "아파 죽겠으면 학교 가서 죽어!"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강하게 키우셨거든요.
중학생이 되니 결석에 대한 부담이 아무래도 더 커진 점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아이나 어른 모두 마찬가지였죠. 그런데 평소에 그러지 않던 애가 병든 닭처럼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그러고 있으니 도무지 학교에 가라는 말이 더 나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며칠 전부터 컨디션 난조에 대한 조짐이 보였기에 과감하게 하루 쉬기로 결정합니다. 선생님께 메시지를 보낸 뒤 방에서 재웠습니다. 다행히 저도 어제는 야간 근무였기에 낮에는 수발이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세 시간을 내리 잤고 일어난 모습을 보니 자기 전에 비하면 한결 나아진 듯해 보입니다.
진료를 받으러 나갈 채비를 하는데 갑자기 괜한 욕심이 납니다.
"저 정도면 지금이라도 학교를 가도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점심시간 직전이었으니 진료를 받고 약을 먹여서 보내면 점심을 먹고 5, 6교시 수업은 하고 올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오길래 조심스럽게 물어봅니다.
"혹시 진료받고 지금 등교하면 점심 먹고 수업 두 개는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대답 또한 조심스레 돌아옵니다.
"음... 오늘은 그냥 좀 쉬고 싶어요"
그 말을 듣고는 더 설득하지는 않았습니다.
학교생활에 평소에도 열심히 하는 편인데 이렇게 한 번 물어봤고 대답을 들었으면 충분했다 싶어서였죠.
진료를 받으러 가니 이비인후과 선생님이 말하시기를 비염이 심해서 목으로 가래도 넘어가서 염증도 생겨서 잠도 설쳤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콧속을 보니 많이 부어있기도 합니다.
아픈 덕분에 오랜만에 건강이와 함께 바람도 쐬고 맛있는 점심도 밖에서 먹었습니다. 아이도 여러모로 기분이 한결 나아진 눈치더군요.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건강이가 묻습니다. 아빠도 학교 가기 싫은 날이 있느냐고 말이죠. 까먹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제가 살던 집 옥상에 숨어있다가 부모님이 출근하시면 슬그머니 내려와서 결석을 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저는 학교도 가기 싫었던 적이 많았고 지금도 회사도 가기 싫은 날이 수도 없이 많은데 제 아들이라고 다를 바가 있겠습니까.
그 이야기를 듣더니 건강이가 대뜸 물어봅니다.
"제가 만약 아빠처럼 학교에 안 가면 혹시 화내실 거예요?"
제가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왜 혼을 내? 왜 아빠한테 미리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봐야지. 아빠도 그때 땡땡이쳤을 때 할아버지랑 할머니한테 혼 안 났어."
만약에 아이가 그런 행동을 했다면 그 이후부터는 부모의 몫입니다. 아이를 혼내기보다는 더 소통하면서 수습해 나갈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어제는 아이를 오후에 억지로 학교를 보내지 않아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하루였습니다. 억지로 보냈다면 지금은 아닐지라도 나중에 원망스러웠던 기억으로 남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이와의 관계는 이렇게 하나의 선택으로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고 이런 기억들이 쌓이니 늘 고민 또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이 이제 더 예민해지는 사춘기가 올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