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결국 식량위기로 이어진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며칠 전에 저희 집에서는 뜻하지 않게 옷정리를 다시 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아이들이 춥다고 해서 긴팔 실내복을 다시 꺼내기 위해서였죠. 아이들은 열이 많은 편이어서 어른보다 덥다거나 답답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어제 아침 서울의 기온이 7도라는 뉴스가 나올 때만 해도 이상했는데 이어지는 강원도 산간지방에 내려진 대설주의보 소식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예보대로 대청봉에는 21cm가 넘는 눈이 쌓였습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을 무색하게 하는 날씨였죠. 솔직히 5월에 눈이 내린다는 사실은 직접적인 피해가 생기지 않는 한 '그것 참 희한한 일이구나..' 하면서 가볍게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결코 그렇지가 못합니다.
첫 번째 문제가 심한 일교차로 인해 건강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5월에 일교차가 20도를 넘나드는 일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닙니다. 건강이도 행복이도 석가탄신일인 수요일에 갑자기 춥다는 소리를 하더군요. 날씨가 비가 제법 내리고 바람도 부는 날씨였는데 반팔 옷을 입은 아이들이 추웠던 모양입니다.
둥이들이 춥다고 말하는 경우를 몇 번 본 적이 없는데 당황스러웠죠. 그런 이유로 4월에 차곡차곡 넣어두었던 긴 팔 실내복을 급하게 꺼내게 되었습니다. 건강관리에 대한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두 번째는 더 심각한 영역입니다. 바로 작물의 생육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 작황을 매우 떨어뜨린다는 점입니다. 최근 올리브유가 30% 이상 비싸졌다는 뉴스가 나온 적이 있죠. 이미 국제시장에서 값이 일 년 만에 40%가 넘게 올랐다고 합니다. 바로 전 세계 올리브유 생산의 40%를 맡고 있는 스페인에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으로 작황이 급락해서입니다.
올리브뿐만이 아니라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주산지인 서아프리카에 극심한 가뭄이 발생해 생산량이 급감했고 값 또한 크게 인상되었죠.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니 초콜릿을 비롯한 다른 제품들의 값 또한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얼마 전에는 김 양식장이 기후위기로 인한 타격을 크게 입어 김 값이 폭등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수온이 23도보다 높으면 김을 수확하기 어려워서입니다. 김이 없어지면 당장 김밥값에 영향을 미칠 테니 결코 작은 일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극심한 흉작으로 인해 우리 식탁에서 자주 보이던 음식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요즘에는 이런 현상을 일컬어 '기후플레이션'이라고도 부릅니다. 이미 우리는 사과나 대파 같은 생활밀착형 농산물로 인해 경험을 했는데 점점 종류가 많아지고 그 정도 또한 심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결코 한두 해로 끝나지 않을뿐더러 개인이나 한두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막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결국 이런 문제들은 장바구니 물가를 급격하게 상승시킵니다. 더 나아가 언젠가는 식량을 차지하기 위한 생존경쟁 또는 국제적인 분쟁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식량안보라는 말은 이미 닥친 현실입니다.
사실 올해 총선 때 기후위기와 관련된 이슈는 있기는 했지만 크게 다뤄지지 않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의 유력 대선 주자인 트럼프마저도 기후위기를 거짓말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고 있으니 심히 걱정입니다.
지금보다 더 큰 위기의식을 가져도 모자랄 판인데 되려 답보하고 있는 듯해 보이니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쉽게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대로 있다면 안 된다는 막연한 생각만 할 뿐입니다. 저는 그 고통을 이 정도로만 겪고 지나갈지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 세대는 훨씬 더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을지도 모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