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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May 28. 2024

이모, 여기 소주 한 잔 추가요!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오늘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움을 넘어서 신비로울 정도의 정책이 시행됩니다. 바로 소주를 잔 단위로 팔 수 있게 되어서입니다. 


5월 28일부터 주종에 관계없이 모든 식당에서 잔 단위의 술을 팔 수 있도록 국무회의 때 시행령이 개정되었습니다.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주류면허법 시행령)' 개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맥주 다음으로 소주의 소비가 많다 보니 이 시행령과 가장 연관이 깊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정안에는  '주류를 술잔 등 빈 용기에 나눠 담아 파는 경우'를 주류판매업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사유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모든 주종의 잔술을 팔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죠.


사실 이 기사가 나오게 된 시기는 3월 정도였습니다. 그때도 이 정책에 대한 전체적인 여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고 싸늘했죠. 소주를 즐겨 먹지 않는 저 같은 사람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일단 한 잔의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한 병을 여러 사람에게 나눠서 판다면 뚜껑이 개봉되어 있을 테니 위생관리에 대한 걱정도 언급됩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해서 가장 찝찝한 부분은 남이 먹다가 남긴 술을 내가 먹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겠죠. 




경제적으로도 과연 어떤 이득이 있을지도 알기가 어렵습니다. 시중에 파는 소주는 소주잔 기준으로 한 병에 7.5 잔 정도가 나옵니다. 음식점에서 파는 소주 한 병이 5,000원이라면 한잔의 값은 최소 700원 이상은 되어야겠죠. 보통 식당에서는 100원 단위의 금액을 취급하지 않으니 잔당 1,000원에 팔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을 1300~1400원에 파니 뭔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주량이 소주 한 잔인 사람에게는 아주 합리적인 소비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주 한 잔이 간절한 사람이라면 두 잔도 먹고 싶을 테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한 병을 사서 먹는 편이 낫다는 결론에까지 이르게 되죠.


자영업자 입장에서도 마냥 반갑게 느껴지지는 않을 듯해 보입니다. 시비가 생길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영역이기 때문이죠. 이번 시행령은 식당이나 술집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얼마나 많은 호응을 얻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음주문화를 바꾸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해석도 있지만 지나친 낙관론처럼 보입니다. 음주문화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르면 해결될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음주운전과 주폭 같은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이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도 약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 정책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조금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높은 분들의 깊은 뜻을 저 같은 뱁새가 모를 수도 있으니 앞으로 지켜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무알코올 맥주를 팔 수 있도록 개정된 부분은 바람직해 보입니다.



보통 우리는 식당에 가면 너스레를 떨면서 이렇게 말하는 분들을 보고는 합니다.

"이모, 4인분 같은 3인분 주세요!!"


하지만 이제 곧 식당에서 이런 말도 새롭게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모, 여기 소주 한 병 같은 한 잔 주세요!"


한 줄 요약 : 슬프거나 속상하지도 않은데 <소주 한 잔>이라는 노래가 더욱 생각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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