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주도에서 재지 넘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길에서 습득한 신용카드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편의점으로 들어갑니다. 거기서 가장 싼 물건인 300원짜리 사탕을 결재한 뒤 300원을 현금으로 편의점주에게 드립니다. 카드 주인이 결제메시지를 받고 찾아갈 수 있도록 했죠. 300원도 카드 주인께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제 기준에서 봤을 때는 기발한 방법이었습니다. 분실신고를 하기 전에 찾을 수 있는 재치 있는 해결책이라 생각이 들어서였죠.
그런데 이 훈훈한 뉴스에 이해하기 힘든 댓글이 올라왔습니다.
ㅇ 경찰서에 왜 갖다 주지 않았냐..
ㅇ 우편함에 넣어도 되는데..
ㅇ 저런 식으로 썼다면 무단 사용 아니냐..
ㅇ 편의점주는 남의 신용카드를 썼는데 소유자의 신분을 제대로 확인을 않느냐..
이런 이야기들이 언급되기 시작했죠. 이 학생들의 행동에서 거슬리던 부분이 느꼈던 분들도 있던 모양입니다. 사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고방식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보통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프로불편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매사 예민하고 별것도 아닌 일을 과대 해석해서 논쟁을 부추기는 유난스러운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이기도 하죠.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는 있지만 사실 이 세상의 발전은 프로불편러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언가를 발명한 사람부터 제도를 개선한 사람까지 불편함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기에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느낀 불편함으로 인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 살기 좋아진 셈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건강한 프로불편러는 사회의 부조리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비판적인 사고능력이 필요합니다. 정말 많은 뉴스나 소식들이 쏟아져서 감당하기가 힘들어서입니다. 그런 점에서 프로불편러의 능력은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비판적 사고를 넘어 과도하게 모든 부분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하는 경우가 생기는 상황이 많아진다는 점입니다. 과도한 참견이나 비난으로 인해 오히려 불필요한 문제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연예인의 기부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을 예시로 들어보면
기부를 안 하면 돈도 많이 벌면서 기부도 안 한다고 뭐라 하고
기부를 하면 돈을 얼마나 버는데 이 정도밖에 안 하냐고
기부를 많이 하면 그걸 왜 공개적으로 하냐며 비난합니다.
이런 상황들이 자신과 관계없는 남의 일이라면 크게 개의치 않을지 모르지만 문제는 이런 일을 우리가 당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들이 가진 사고방식에 공감해 주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그렇게 하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피곤함을 느끼는 상황을 넘어 제가 타깃에 되어 상처를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좋게 생각하면 조언이지만 나쁘게 이야기하면 불필요한 참견, 잔소리, 꼰대질, 험담이 되기도 하죠.
그런 사람들에게 걸리면 특히 마음이 고단해집니다.
나를 좀 먹는 사람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말처럼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깊게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