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는 회사에서 오랜만에 한 선배에 대한 송별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상적인 정기 인사이동(1, 7월)이나 정년퇴직(3, 9월) 시기와는 맞지 않는 송별회였는데요.
제가 회사를 다니면서 만들어둔 인간관계 원칙 중 하나가 사무실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과는 절대 싸우지 말자입니다. 다투게 되면 관계 회복을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였죠. 그런 소신을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선배만큼은 예외였죠.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이 한두 명이 있듯 사람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맞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작년에 저와 싸우고 난 뒤 화해를 하지 못한 채 그 선배는 부서를 옮겼습니다. 안타깝게도 옮긴 부서에서도 동료들과 갈등을 겪었던 모양입니다. 거기에다가 교대근무를 하면서 생긴 수면 장애를 비롯해 건강상의 어려움까지 겹쳐서 희망퇴직을 신청했던 모양이었습니다.
잠시 고민을 했지만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는 자리이니 유종의 미를 거두는 편이 났겠다 싶어서 회식에 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만난 선배는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도 혈색이 좋아 보였습니다. 의외였습니다. 고등학생 둘을 키우는 아빠가 잘 다니던 회사를 나가기로 결심했다고 하기에 다들 걱정스러운 눈치였지만 기우였죠. 대략 들어보니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던 모양입니다.
차분하게 시작한 모임이 시끌시끌한 분위기로 흘러가자 사람들의 자리가 계속 바뀌었고 그 선배와 잠시 이야기를 하게 될 시간도 생겼습니다. 서로 대화를 나누며 지나간 일에 대해 생겼던 오해를 풀고 서로가 지나쳤던 부분에 대해서 사과도 나눴죠.
배울 점이 많은 후배였는데 더 이야기를 많이 못 해봐서 아쉽다는 말을 해줘서 고마웠습니다. 저도 제가 부족하거나 놓쳤던 부분에 대해서 말을 하고 유종의 미를 잘 거뒀습니다.
어떤 일로 누군가와 감정이 상하는 일은 지나고 보면 정말 별일 아닌 이유가 많습니다. 그 감정의 골이 생각처럼 금세 메워지기는커녕 깊어지는 경우가 더 많죠. 어른은 아이보다 더 합니다. 먼저 손을 내밀며 화해하는 경우란 좀처럼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렇게라도 기회가 생겨서 마음 한편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인간관계를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런 나쁜 기억들이 많을수록 삶은 피폐해지니까요.
어찌 되었든 제2의 인생을 위해 떠난 선배가 할 앞으로의 도전에 행운이 함께 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