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얼마 전에 학교알리미로 독특한 행사 홍보 메시지가 왔습니다. 제목도 뭔가 이상했죠. '미래교육원탁토론회'라니 뭔가 올드한 냄새가 나는 쓸데없는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론회 날이 때마침 휴무일이었기에 일단 신청은 해봤습니다. 교육과 관련된 행사니 경험해 보면 좋겠다 싶어서였죠.
신청을 하고 토론회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 정도 되니 조를 편성했다는 메시지가 왔습니다. 조별로 다른 주제로 토론을 하게 된다더군요.
드디어 행사 당일이 되었고 저는 행사장인 구청으로 향했습니다. 무의미한 시간 낭비라고 판단되면 중간에 언제라도 뛰쳐나가리라 다짐하면서 말이죠. 도망에 용이하도록 평소에 무조건 메고 다니던 가방조차도 집에 두고 나오는 치밀함도 보였죠.
3층 강당에 도착하고 나서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꽤 놀랐습니다. 생각보다 인원이나 규모가 상당한 행사라고 느껴져서였죠.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2021년부터 이미 정례화가 되어 몇 년째 진행하던 역사가 있는 토론회였다고 합니다.
아는 분이 계실까 싶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는데 한 분도 없더군요. 어떤 분위기인지 파악을 하면서 참석지에 서명을 했습니다. 저는 8조로 배정되어 강당 뒤쪽에 배치된 원탁에 앉았습니다. 가슴에 붙이는 이름표도 따로 주시더군요. 원탁을 보니 평등한 토론을 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다는 의도도 느껴졌습니다.
자리에는 먼저 오신 분들도 계셨는데 거기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앳된 학생들도 있고 나이가 지긋하신 60대는 넘으신 듯한 어르신들도 계셔서였죠.
나중에 각 조별로 배정된 퍼실리테이터 선생님 주도로 자기소개를 가졌는데
중학생
고등학생
사범대 학생
중학교 선생님
초등학교 학부모
중학교 학부모(바로 접니다)
마을강사 선생님
이렇게 다양하게 섞여있었습니다. 꼼꼼하게 준비한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성동광진교육지원청과도 함께 협업하는 행사여서 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세 시부터 원탁토론회는 아이스브레이킹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사회자가 재미있는 게임을 준비해서 금세 분위기가 부드러워졌습니다. 각각 배정된 주제를 대상으로 의견을 취합해 나가는 과정이었죠. 각 조별로 진행자가 계신 덕분에 늘어지지 않아 훨씬 편했습니다.
저희 조는 8조여서 어린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미래교육 제안이 주제였는데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저도 중간중간 하고 싶은 말을 학생들이 혹시나 어른들에게 밀려서 말을 못 할까 봐 계속 제가 말을 시키려고 노력했죠. 결국 모두 다 힘을 합쳐야 하기는 하지만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학생이니까요.
의견을 취합하고 각 주제별로 대표를 정해서 발표를 했는데 앞에서 말하는 학생들도 참 멋졌습니다. 특히 한 초등학생은 웬만한 어른 못지않은 발성과 발음, 전달력을 보여서 보는 어른들을 흐뭇하게 만들었죠.
그렇게 모든 과정을 끝낸 뒤 행사는 마무리되었습니다. 2시간 반이라고 했을 때 '뭘 하려고 그렇게 시간이 길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해보니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더 나아지지 않겠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집단지성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점도 제게 많은 영감을 주기도 했고요.
교육은 언제나 백년지대계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늘 모자라다고 느끼죠. 이런 활동을 통해서 점점 더 구체적이고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들이 늘어난다면 불확실성이 큰 미래가 오더라도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한 줄 요약 : 많은 사람들의 지혜가 모여서 이루어진다면 교육 또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