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어제는 둥이들의 열세 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나이가 들면 신체적인 능력도 떨어지고 기억도 가물가물해지고는 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다른 기억들과 달리 둥이들이 태어났을 때 양수가 터진 하루 전 시점부터 수술실에 들어가서 새 생명이 탄생하기까지 동안의 시간은 정말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저와 아내 모두 말이죠. 그만큼 제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기억이어서겠죠.
아이가 둘이지만 귀 빠진 날은 딱 한 번만 챙기면 되기에 그동안 그날이 다가오면 생일상만큼은 열심히 차려왔습니다. 평소 녀석들이 선물을 크게 바라지도 않기에 음식이라도 푸짐하게 먹이고 싶어서였죠. 매년 그래왔듯 이맘때쯤이 되면 그날의 기억을 아이들과 함께 공유하며 얼마나 이 날이 소중하고 놀라우며 감사한 날인지를 되새기고는 했습니다.
둥이들이 점점 자라서 막상 중학생이 되어서는 태어난 날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외식이나 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귀 빠진 날 하루 전, 아내는 갑자기 생일상을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에게 갑자기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당일에 변경하기 힘든 고객사와의 회식이 잡혀있어서 하루 전날이지만 챙겨주기 위해서라고 하더군요.
무리는 하지 말라고 권하기는 했는데 그냥 해주고 싶다더군요. 일정이 맞아 장모님께서도 계셔주셔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파티가 되었습니다. 태어난 날 하루 전이었지만 가족끼리 오붓하게 축하의 시간을 가지고 음식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생일인 6월 24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저는 휴무일이라서 집에 있는 날이었죠. 전날 생일상을 차려주고 케이크로 촛불도 불었기에 그냥 넘어가도 될 법한데 이상하게 그러자니 왠지 찝찝한 느낌이 드는 게 아니겠어요. 아이들은 아무런 불만이 없었는데 제가 딱히 준비한 이벤트가 그랬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늘 해왔듯 언제든 쓸 수 있는 쿠폰을 만들어주는 방법도 좋지만 한 번 더 축하하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학교 및 동네 친구들 몇 명과 함께 저녁시간에 간단하게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분식을 잘하는 맛집에서 떡볶이와 순대 그리고 튀김을 사 오고 목이버섯, 시금치, 파프리카를 넣어서 직접 만든 잡채를 곁들여서 소소한 만찬을 준비했죠. 가족과 함께 한 파티도 좋지만 친구들이 불러주는 생일축하 노래도 의미 있겠다 싶어서였죠.
좀 멋쩍어 하기는 했지만 즐겁게 노래도 부르고 맛있게 음식을 먹고 이야기도 많이 나눠서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옥에 티라면 안타깝게도 제가 열심히 만든 잡채는 그리 인기가 많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따로 포장해서 사 온 자극적인 떡볶이, 튀김에 밀려버리고 말았죠.
건강을 위한답시고 야채를 너무 많이 넣었다는 점이 문제였던 듯합니다. 집에서 평소 만드는 기준으로 만들었는데 당근, 파프리카, 버섯 같은 야채를 생각보다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음식의 평가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태어난 날을 축하하는 자리였기에 크게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뜻하지 않게 두 번씩이나 생일파티를 준비하게 되어 번거롭기도 하고 손이 많이 가기도 했지만 막상 하고 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조금만 시간이 더 지나서 아이들이 더 자라면 이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테니까요.
사실 생일은 아이도 세상에 나오기 위해 애를 했지만 부모, 특히 엄마가 가장 고생한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도 엄마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얘기해 줍니다. 굳이 소소한 바람이 한 가지 있다면 아이들이 언젠가 나중에 이 글을 보면서 자신들이 사랑받으면서 자랐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점입니다. 그런 의미로다가 이 글은 절대 지우지 않겠습니다. ^^
한 줄 요약 : 보상이나 본전을 바라지 않고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