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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Aug 24. 2024

'티라미수케잌'이 아니라 'T라미숙해'였다고?

T가 죄인이 되는 세상은 물러가라!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끄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바로 일명 '티라미수 케익'이라는 노래에서 나온 챌린지인데요. 이 노래의 제목·가사를 활용해서 하는 이른바 '티라미수 챌린지'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유행하고 있습니다.  


방식은 간단합니다. 음악에 맞춰 두 팔을 벌려 머리 위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가 다시 내리는 동작을 취하며 박자에 맞게 다리도 가볍게 흔들어주는 식입니다. 올해 5월부터 셀럽들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나가면서 웬만한 젊은 세대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죠.




원곡 또한 2015년에 발매된 앨범이었음에도 이렇게 온라인에서 다양한 파생 콘텐츠로 인기를 끈 덕분에 노래도 함께 역주행을 제대로 하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늘 이런 분야에서 뒤처지는 편인데 아이들이 집에 와서 얘기해 준 덕분에 알게 되었죠. 학교에서도 친구들이 많이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둥이들이 하도 혼자서 흥얼거리길래 저도 찾아보고 정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노래는 우리가  티라미수 케이크를 말하는 게 아니라 'T라 미숙하다'라는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하지만 이 유행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바로 이 노래에 등장하는 T형 인간들입니다. 제가 그 T형 인간들 중 하나죠. 아시다시피 MBTI는 총 16가지의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 T형의 사람들이 요즘 계속 타깃이 되는 콘텐츠들이 뜨고 있습니다. 뜻하지 않게 타깃이 된 셈이죠.




판단영역에서 감정형인 F형과는 달리 T형은 사고형이라는 특징처럼 이성적인 성향이 강하고 상대적으로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끼리 만나서 대화를 나눌 때도 조금이라도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말이나 행동이 있다면 "너 혹시 T야?"라는 질문이 바로 날아옵니다. 공감 능력이 부족한 상대방에 대한 우회적인 공격 방법으로 통용되고 있죠.


이런 분위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공감 능력 떨어지는 사람을 T발놈이라고까지 부르고 있다니 T형 인간은 서럽기 짝이 없습니다. 어찌 보면 그만큼 각박한 사회에서 공감 능력이 중요하다는 뜻이겠죠.





이번 유행을 보면서 노래가 참 신선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T형 인간에 대한 풍자가 녹아있는 듯해서 좀 서글픈 마음도 듭니다. 사실 저는 MBTI 검사를 십수 번도 더했지만 단 한 번도 T가 아니었던 적이 없기 때문이죠. 요즘 같은 시기에는 아예 얼굴에 F라고 써 붙이고 다닐까 봐요.


한편으로는 둥이들을 보면서 F 성향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에 대해서도 깨닫게 됩니다. 같은 배에서 태어났지만 녀석은 F 성향이 높고 녀석은 완전한 T형입니다. 13년 동안 관찰해 본 결과 공감 능력 하나만 두고 보면 차이가 확실하게 느껴지기는 합니다. 가르친다고 다 길러지는 능력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저는 당당하게 외치고 싶습니다. 세상에 F형 인간만 산다면 문제해결능력이 부족해서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하지 않았을까요? 사실 T형 인간도 알고 보면 분석적이고, 평가도 잘하며, 비판적인 사고능력이 뛰어나며 객관적이고 원칙적이라는 강력한 장점이 분명하게 있으니까요.



물론 이런 유행이 퍼진 의미 정도는 기억하면 좋겠다 싶습니다. 적어도 "오늘 내가 슬퍼서 빵을 많이 샀어"라고 하는 사람한테 위로는커녕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무슨 빵 샀어?"

"빵 어디 있어?"

"내 빵도 있느냐?"

"얼마나 샀는데?"

"그런데 슬픈 거랑 빵 사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라고 묻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죠. 챗 GPT보다 못한 사람이 될 수는 없잖아요.




어찌 되었든 always T로 살아온 저로서는 이번 유행이 빠르게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세 달이 넘었는데 왜 아직도 유행이 끝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한 줄 요약 : 이 세상의 모든 T형 인간을 응원합니다. T가 죄는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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