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얼마 전 아이의 학교에서 재미난 미션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도덕 시간에 선생님이 미션을 아이들에게 줬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가족들에게 전화를 해서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는 중에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도전 성공으로 인정하고 상점을 주겠다고 말이죠.
일명 '그대 이제~ 사랑한다 말해요' 미션인 셈입니다.
사실 이런 일로 상점을 준다는 부분이 썩 마음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아이들의 수업태도도 도움이 될 듯해서 나름대로 의미는 있어 보였습니다.
도덕 선생님께서는 조건도 하나 걸었습니다. 가족들과 미리 이런 사실을 공유하지 않고 정직하게 하자고 말이죠. 짜고 하지 말자는 뜻이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렇게 미션을 다음 시간에 진행한다고 예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겠다고 손을 든 학생이 한 반에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이죠.
둥이들도 그 미션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집에 와서 제게 자세히 설명해 줬습니다. 저 또한 흥미진진하게 들었죠.
"와.. 재미있겠다. 너희들도 손들고 신청하지 그랬어?"
"그냥 우리는 손 안 들었어요"
"왜?"
"우리는 휴대폰이 폴더폰이어서 스피커폰이 작게 들려서 힘들어요. 그리고 어차피 우리는 사랑한다고 맨날 이야기하잖아요. 그리고 이미 우리는 아빠한테 이렇게 얘기해 버려서 하면 안 돼요."
이렇게 논리적으로 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말할 수 있다니 기특하기는 했습니다.
듣다 보니 스마트폰이 아니어서 손을 들지 않았다니 뭔가 석연치 않았지만 말이죠.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억지로 하라고 싶지는 않았기에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소 전화 통화를 할 때 저와 아이들은 항상 끊을 때 아직 서로 '사랑해', '사랑해요'라는 말을 늘 하기 때문에 미션을 한다고 하면 성공할 자신이 있어서였죠.
며칠 뒤 아이들에게 도덕 시간 미션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물었습니다. 아이들 반 친구들은 열 명 정도가 신청하고 절반 정도가 성공했다고 하더군요. 제가 아는 다른 반 친구들에게도 도덕시간 이벤트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거기는 더하더군요. 대부분 네댓 명 밖에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이죠. 아름답게 성공한 경우보다는 웃기는 상황들이 더 많이 생겼다고 하고요. 부모님이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 조부모님께 연락드린 경우도 있는데 계속 자기 말씀만 하시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원래 사랑한다는 낯간지러운 말을 이렇게 자주 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마음은 누가 알아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기회가 될 때마다 자주 드러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경상도 출신인 부모님들도 예전에는 그런 표현을 자주 하지 않으셨는데 둥이들이 태어난 뒤로는 '사랑한다'는 표현을 말로도 메시지로도 제법 자주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희 가족들끼리는 이런 표현을 해도 전혀 거리낌이 없죠.
그러니 저도 자연스럽게 부모님께도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감정을 표현할 때 어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기분 나쁜 감정이 생길 때는 좀 자제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 대해서 아직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지만요.
평소 이렇게 표현을 자주 하니 장점이 훨씬 많습니다. 아이들도 누군가와 깊은 인간관계를 맺게 될 텐데 집에서 감정 표현을 하는 훈련을 더 열심히 해서 사랑해, 고마워 같은 긍정적인 말을 쉽게 잘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말하지 않고서는 서로의 마음을 알기 어려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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