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상하게 추석이라는 즐거움보다는 뭔가 아쉬움이나 불편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이유는 오늘도 거의 다 지나가버렸으니 길었던 닷새의 연휴 중에 이제 단 하루만 남지 않아서겠죠.
연휴 기간 동안 제대로 된 재충전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장거리 운전 또는 이동,
음식 준비 및 정리,
친지들과 관계에서 받은 스트레스
로 인해 오히려 힘들었다는 여기는 분들도 계시겠죠.
언제나 그렇듯 쉼은 정말 중요한데 그 사실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쉬지 못했을 때 오는 피로감, 그 수준을 넘어서 몸의 에너지가 바닥까지 다 떨어져서 채워지지 않는 상황까지 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우리는 방전 혹은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번아웃 증후군은 다양한 요인으로 생깁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해결 방법은 간단합니다. 잘 자고 잘 쉬면 됩니다. 또는 쉬지 못하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너무 휩쓸린 자신을 과감하게 건져내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신체나 심적인 문제가 아닌 외부적인 문제는 그 부분을 도려내기 위한 과감한 변화를 꾀할 필요도 있을 테고요.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은 겪어봄직한 일이니 번아웃은 피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대부분 압니다. 그러니 빨리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상습적으로 이 말을 사용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데 저는 번아웃이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희한한 쪽에서 온 적이 있습니다.
바로 온라인상의 소통에서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 일명 디지털 번아웃이죠. 특히 작년에 출간을 하고 난 뒤 주로 활동하는 SNS인 브런치나 블로그 활동을 비롯해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홍보를 하면서 그 피로감이 급속도로 누적되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에 매일 이렇게 글도 써야 했으니까요.
제가 쓴 <파이브 포인츠>에서는 스마트폰을 아이들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될 때까지 최대한 늦게 사주라고 말했는데 제가 앞장서서 디지털 과의존 증후군을 가진 사림이 되고 있는 꼴이었습니다.
부작용은 컸습니다. 사람과의 관계가 더 서먹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뿐더러 머리도 아팠습니다. 만사가 귀찮기도 했죠. 그때 매일 글쓰기에 대한 위기도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블로그는 글 쓰는 활동 이외에는 다른 활동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카카오톡 단체방, 오픈 채팅방도 시간을 내서 추린 뒤 절반 가까이 방에서 나와서 정리를 했습니다. 그 내용을 읽는 시간도 큰 에너지가 필요하니까요. 단톡방에서 조용히 나오기 기능이 작년부터 생긴 점도 크게 도움이 되었죠.
책 홍보를 시작할 때 저처럼 아직 인지도가 부족한 사람은 인스타그램 활동도 함께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는 권유도 있었지만 그 또한 과감하게 포기했습니다. 책이 잘 되면 좋겠지만 저도 살아야 하니까요. 거기에 휴대폰에 있는 앱에서 오는 알람 또한 다시 한번 점검해서 대부분 정리했죠.
그래서 제 카카오톡은 알림 설정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디킨대 부교수인 샤론 호우드가 PC나 스마트폰 앱의 알람을 최소한으로 줄이라고 주장했는데 그대로 실천을 한 셈이죠. 린다 스톤 마이크로소프트(MS) 전 부사장은 “사람이 여러 디지털 플랫폼에 모두 집중할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 번아웃’이 온다고 주장했습니다.
디지털 활동을 과도하게 함으로 인해 생기는 디지털 번아웃은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단지 스마트폰 과의존 증후군이라는 영역에 포함될 뿐이죠. 대면하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매력은 이 디지털 사회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온라인상의 소통이나 인간관계는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이런 무엇이 되었든 과하면 독이 된다는 사실은 이 주제에서도 당연히 적용됩니다.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디지털 콘텐츠들이 자신을 좀 먹도록 만들어 주객이 전도되는 일은 반드시 경계해야겠죠?
한 줄 요약 : 내가 소화해 낼 수 있는 만큼만 음식을 먹어야 하듯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이용 또한 마찬가지다. 무리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