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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Aug 31. 2024

영화 보러 극장에 가지 않는 진짜 이유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얼마 전 제가 좋아하는 배우인 최민식 씨가 TV프로그램에 출연해 던졌던 화두로 온라인이 꽤 시끄러웠습니다. 한국의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서 자신도 엄두가 안 날 때가 있다는 이야기였죠. 충분히 할 수 있을 법한 말인데 그 발언에 대한 반론이 곧바로 세게 들어오면서 격렬한 토론의 장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사실 현재 극장 관람료는 일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그리 낮다고 보기도 높다고 보기에도 애매한 수준입니다. 그렇지만 그간의 인상률만 봤을 때 소비자가 부담을 느끼는 수준이라고 보기에는 충분했죠. 2인이 주말에 영화를 보러 가서 뭘 사들고 들어간다고 가정한다면 4만 원 이상은 지출해야 하니까요.




어쨌거나 영화티켓 가격 논란에 불이 붙기 시작하고 업계에서도 성명을 발표하자 부담을 느낀 CGV가 컬처위크라는 명목으로 화답을 해왔습니다. 나흘 동안 티켓 가격을 할인해서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평일 2D 일반 요금이 14,000원인데 절반 가격밖에 받지 않는 셈이니 꽤 파격적인 행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큰 효과가 없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컬처위크는 큰 효과 없이 마무리되었죠. 아마 CGV도 결과를 예측했으면서도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빈자리로 두느니 반값으로 관객을 더 모은다면 나쁜 장사는 아닐 테니까요.




요즘 극장에 관객이 들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비싼 티켓 가격이겠죠.

당연한 이유입니다. 어떤 분의 발표와는 다르게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범죄도시나 다른 몇몇 흥행작들처럼 극장에 가서 봐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작품에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게 되어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두 번째는 이유는 OTT와 유튜브의 침공을 이유로 들 수 있겠습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 영화 한 편 가격인 15,000원 정도만 내면 마음껏 다양한 콘텐츠를 입맛대로 골라볼 수 있는데 뭐 하러 시간과 돈을 써가면서 극장에 가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주장이죠. 거기에 영화를 소개해 주는 유튜브들의 영향도 적지 않습니다.


마지막 이유가 저는 생각보다 적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세 번째 이유는 바로 영화의 러닝타임을 버텨낼 수 있는 집중력조차도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그야말로 집중력 상실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까지 우리가 가장 많이 소비했던 영상 콘텐츠는 2시간짜리 영화나 공연, 1시간짜리 드라마였습니다. 2010년대부터 10~30분짜리 유튜브 영상으로 무게 추는 옮겨가기 시작했고 이제는 1분도 채 되지 않는 숏폼이 대세가 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 스마트폰 과의존 증후군이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극장에서 2시간짜리 작품을 진득하게 볼 수 있을 리 만무합니다.


영화관에 가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요. 가장 많이 보이는 사람들이 휴대폰을 열어서 확인하면서 다른 관객들의 관람을 방해하는 족속들입니다.


이들을 일명 폰딧불이라고 부른다고 하죠. 기가 막힌 작명입니다. 이제는 극장을 가면 너무나도 흔한 광경인데 저조차도 그럴 때가 제법 있습니다. 영화에서 조금만 지루한 장면이 나오면 그 시간을 참지 못합니다.




현재 우리는 책을 읽지 않는 수준을 넘어 조금만 시간이 긴 영상조차도 집중력을 가지고 소화해 내지 못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 비율은 점점 늘어나겠죠.


그런 점에서 극장에 관람객이 가지 않는 문제는 단순히 티켓값이 높아서라는 문제로만 볼 수 없습니다.


숏폼 콘텐츠를 통해 얻는 짧은 도파민에 찌들어 중독된 뇌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라고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출판이나 영화 같은 많은 분야의 산업에까지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요?




스스로 통제할 수 없으면 강제적인 제약도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우리나라에는 이런 영역에 대한 그 어떤 유의미한 제약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각자도생인 셈이죠. 저도 체크리스트를 해보니 우려가 되는 항목있었습니다.


영화계를 위해서도 그렇겠지만 건강한 신체, 건강한 정신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도파민 중독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에 대한 바람직한 사회적 논의도 하루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요.


한 줄 요약 : 10분도 길고 지루하다며 더 짧은 영상을 찾는 세상인데 2시간짜리 영화를 버틸 집중력이 누구에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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