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파리올림픽이 한창이라 밤늦게까지 보시는 분들도 많으시리라 생각이 듭니다. 안타깝게도 인기가 높은 편인 구기종목은 여자 핸드볼을 제외하고는 모두 출전하지 못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다른 종목에서 뜻밖의 선전을 하면서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습니다.
세부적인 종목으로 들어가서 보면 비인기 종목들이 선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사격과 펜싱, 양궁은 선수들의 뛰어난 역량도 있지만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효과를 본 종목이기도 합니다.
펜싱은 SK그룹에서 20년간 300억 원이 넘는 지원을 해오면서 키워왔습니다. 생활체육으로서의 저변 확대까지 이끌어냈으니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격은 한화의 역할이 컸습니다. 한화그룹은 2002년부터 대한사격연맹 회장사를 맡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발전기금으로만 200억 원 이상 지원해 왔죠.
명실상부 우리나라가 가장 자랑스러워하고 믿고 있는 양궁은 현대자동차가 협회를 맡아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첨단 기술을 이용해 선수들을 훈련장비나 보조 기구 개발에도 기여하면서 세계 최강의 명성을 유지하는데 크게 일조를 하고 있죠.
요즘 시끄러운 여느 협회와는 다르게 말이죠.
지금의 종합순위는 꽤 높다고 할 수 있지만 메달이 가장 많이 걸려있는 육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나면 많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국민들은 평소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올림픽에서만 반짝 관심을 가지고 혹시라도 중간에 탈락하는 상황이 되면 비난을 서슴없이 하고는 합니다.
지난 주말에도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한 유도 64강에서 경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한판패로 져서 단 한 번의 경기로 패자부활전으로 떨어지고 말았죠. 경기가 끝난 뒤에도 묵묵하게 탈락에 대한 아픔을 다스리려고 하는 선수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유도의 이준환 선수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 랭킹 1위를 꺾으며 동메달이 확정된 뒤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간의 힘들었던 시간들이 떠올라서겠죠.
경기에서 지면 보고 있는 사람보다 당사자가 가장 고통스럽고 힘듭니다. 그동안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 먹고 싶은 음식을 줄이고 잠자는 시간까지 참으며 훈련해 왔을 텐데 그 과정을 지켜봤다면 누가 쉽게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경기 결과로 과정을 대변해 버리는 올림픽은 생각보다 잔인한 국제행사입니다. 탈락한 사람들의 노력과 아픔은 보듬어주지 않죠. 우리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르치려는 과정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된다는 점도 안타까운 대목입니다.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배우고 또한 가르치기 위해서는 보는 사람만이라도 금메달을 딴 순위로 매기는 종합순위에 굳이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도전정신만으로도 존중받고 칭찬받을 수 있도록 말이죠.
메달 색깔이나 종합순위에 연연하지 말고 앞으로도 남은 경기들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응원해 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스포츠 강국과 같은 표현은 알고 보면 우리끼리만 쓰는 의미 없는 말 아닌가요?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비인기 종목들은 평소에는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다가 올림픽에서만 국민들에게 반짝 관심을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금메달을 딴 선수들의 소감에도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라고 말이죠. 이번 올림픽 이후에도 꾸준히 응원해 주는 팬들이 많이 생겨서 비인기 종목들의 저변도 확대되면 좋겠습니다.
메달을 딴 선수든 따지 못한 선수든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다치지 않고 후회 없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