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저출생시리즈도 11번째 순서로 딱 두 편이 남았습니다. 오늘은 조금 무거운 주제입니다.
요즘 시대는 혐오와 갈등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 문제가 저출생과도 관련이 제법 있습니다. 이런 갈등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알아보려면 회사 익명 커뮤니티 앱에 들어가면 금세 깨달을 수 있는데요.
원래 공식적으로 이야기하기 힘든 주제를 다룬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정도가 심할 때가 많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감안해도 용인하기 어려운 내용이 꽤 됩니다.
보통 회사라고 하면 노사(勞社) 갈등만 있으리라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 이외에도
남녀(男女)
노소(老少)
지역(地域)
직급(職級)
직군(職群) 등 모든 분야에서 보이지 않는 다툼들이 쉴 틈 없이 일어납니다. 읽고 있자면 기가 막힐 정도죠.
워낙 가지가 많은 나무라서 이 정도 바람은 불 수 있겠다 싶으면서도 선을 과할 정도로 넘은 글을 볼 때면 그 생각에 놀라고 착잡하기까지 합니다. 몇 번 필터 없는 일방적인 혐오 표현들을 경험하고 난 뒤부터는 아예 발걸음을 하지 않게 되었죠. 저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니까요.
문제는 회사가 아닌 사회로 나오면 이 싸움이 더 심각해진다는 점입니다. 이미 수많은 갈등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우리 인생과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죠.
극심한 양극화로 인한 빈부격차는 점점 심화되고 있으며
젠더 갈등은 이미 해묵은 주제가 된 지 오래입니다.
부부를 넘어 고부, 장서 간에 생기는 세대 간 문제도 적지 않습니다.
거기에 지역으로 편을 가르고
정치 성향으로 구분하는 상황까지 이어지죠.
그 이외에도 다양한 갈등들이 우리의 평안한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특히 젠더 문제가 연애, 결혼, 출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이미 서로에 대한 혐오 표현으로 쓰는 된장녀, 한남충 같은 단어는 이젠 너무 자주 언급되어서 딱히 혐오 표현으로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단순히 상대 성별에 대한 강한 반감이 생기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니 결국 사회적인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큰 장애요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현재로서는 이런 혐오 표현들에 대한 젊은 세대들이 사용하는 비율이나 접하는 경험의 빈도가 높은 편이니까요.
이러한 문제는 비단 우리 사회만이 가진 문제가 아닌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모든 인간들이 가진 문제입니다. 선진국도 이런 문제들로 인해 꽤 많은 몸살을 앓고 있죠.
이미 이 세상은 용서나 관용이라는 단어는 먼 세상 이야기가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안타깝게도 서로를 이해해 주고 포용해 주는 사회는 그야말로 존재하기 어려운 유토피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 하나 살기도 힘든데 다른 사람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줄 수 있는 여력이 있을 리 만무하니까요.
물론 어떤 집단이든 일부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물을 흐릴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체 집단을 매도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극단적인 방식으로 서로를 배척하며 살이 찢어질 때까지 물어뜯는 방식의 끝은 공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올바르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경청해 가면서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현재 이 정도까지 온 상황에서는 쉽지 않고 하나 마나한 소리 같겠지만요.
지금도 자라나는 아이들도 이런 표현들을 배우며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어른들은 더욱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성인이 되어서 접한 혐오 문화를 더 어린 시절부터 배우고 사용하게 되니까요.
이를 가벼이 여기고 그대로 내버려둔다면 결혼이나 출산은커녕 인간 사이의 유대감조차도 쌓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 좀 더 무겁게 여기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