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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Nov 10. 2021

2-2. 국어 공부를 가볍게 생각하지 말걸

아이가 10살이 넘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48가지

SQ(Study Quotiont)를 키우는 교육 2 : 국어 공부를 가볍게 생각하지 말걸(단어장 만들기로 키우는 국어 실력)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비트겐슈타인-     



‘수포 하면 대포고 영포 하면 인포다~’

 이 말은 구성진 민요 가락의 한 대목이 아닙니다. ‘수학을 포기하면 대학을 포기하는 것이고, 영어를 포기하면 인생을 포기하는 것이다’라는 요즘 유행하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에 한 줄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바로 ‘국포 하면 공포라~’입니다. 국어를 포기하면 공부를 포기한다는 의미입니다. 

 탄탄한 국어능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자기주도학습은 포기해야 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수학과 영어 역시 탄탄한 국어능력, 즉 문해력이나 어휘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실력을 쌓기 어렵습니다.

 사실 국어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은 그 중요도에 비해 영어나 수학보다 현저히 떨어집니다. 국어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우선순위에서 상당히 뒤로 밀려나 있기 때문이죠. 모국어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통해 자연스레 실력이 향상될 것이라 믿는 점도 크게 작용합니다. 독서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었을 때도 독서만 잘하면 되지 않냐고 할 정도로 국어 공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어의 중요성은 점점 더 강조되고 있습니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의 언어영역의 변별력이 높아져 가장 큰 변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2022학년도부터는 국어 과목에 선택과목인 ‘화법과 작문’과 ‘언어와 매체’가 추가되어 ‘공통+선택’의 형식으로 바뀝니다. 국어에 더 무게를 싣겠다는 교육 당국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런 추세로 볼 때 국어는 그 중요도가 이제 수학과 영어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 누가 세 줄 요약 좀... 

 언어능력에 대한 중요성은 비단 공부에 국한된 것만은 아닙니다. 인터넷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우리는 수많은 미디어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글을 접합니다. 책으로만 글을 접했던 이십여 년 정도 전의 시대와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이상한 점은 글을 읽을 기회가 더 많아졌으니 글에 대한 이해력도 올라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인터넷 기사의 댓글이나 네이버 지식인을 보면 심심찮게 보이는 한 문장이 있습니다. 

 바로 “님아, 세 줄 요약 좀!”입니다. 글이 길면 가독성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짧게 요약된 내용을 빠르게 알고 싶은 신세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입니다. 정보의 홍수로 인해 발생한 폐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요즘 세대가 인내를 가지고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런 실상이 여실히 드러났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2020년 8월 17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될 것이라는 뉴스가 나왔을 때의 일입니다. 그때 포털사이트에 ‘사흘’이라는 검색어가 1위에 올랐습니다. 기사에는 15(토)~17일(월)까지 사흘 연휴라고 써놓았는데 왜 4일을 쉬지 않냐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로 인해 발생했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였습니다. 결국 사흘의 뜻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은 꽤 오랜 시간 동안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어휘력과 문해력으로 대표되는 언어능력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문을 읽고 그 내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국어시험에서 이는 치명적인 약점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국어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단순히 국어시험을 못 본다는 의미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어능력은 결국 일상생활을 비롯한 직장 및 사회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ㅇㅇ엄마이젠 사고력 수학이야~

저학년 엄마들 사이에서 자녀교육에 대해 가장 자주 언급되는 단어의 중심에는 사고력 수학이 있습니다. 수학적인 연산 능력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 풀어서 생각을 표현하게 만드는 방식을 뜻합니다. 학습의 결과를 비롯해 학습의 과정도 평가하고 정의적, 기능적, 창의적 측면을 균형 있게 평가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방식입니다. 요즘 엄마들의 관심이 가장 뜨거우면서도 골치 아픈 분야 중 하나입니다. 

 사고력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타깝게도 문해력과 어휘력이 떨어지면 연산능력이 있더라도 긴 글로 만들어진 문제는 풀기 어렵습니다. 문제에서 무엇을 찾으라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금방 포기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사고력 수학의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예시) 지수네 빵집에서 하루 영업을 끝내려고 빵을 정리하였더니 단팥빵 42개와 크림빵 30개가 남았습니다. 이 빵을 섞어서 아홉 봉지에 똑같이 나누어 담아서 할인하여 팔려고 합니다. 한 봉지에 빵을 몇 개씩 담아야 합니까?]

 이 문제는 초등학교 3학년에 나오는 서술형 수학 문제의 유형입니다. 필요한 내용만 추려서 식으로 간단히 바꾸면 (42 + 30) ÷ 9 = 8입니다. 어른이 보기에는 오히려 못 풀기가 어렵다고 생각될 정도로 간단한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의외로 이런 문제도 어려워하는 3학년 친구들이 많습니다. 글을 숫자와 식으로 바꾸는 작업은 연산의 범위가 아닌 결국 읽고 이해하는 국어 능력의 범위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공부가 머니》에 출연한 박용준 교사는 (마지막 문장을 주의 깊게 봐라), (단서를 찾아라동그라미나 밑줄로 문제를 파악하라), (배운 것을 떠올려라) 방식을 추천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문해력을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사고력이 필요한 서술형 문제는 결국 언어능력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부실한 국어 실력이 불러오는 나비효과

 이런 문제는 비단 수학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수업시수를 비롯해 과목 개수가 늘어납니다. 1, 2학년 때는 국어, 수학, 봄, 여름, 등 총 8권의 책이면 한 학기를 꾸려나갈 수 있었습니다. 3학년부터는 영어, 도덕, 음악, 과학 등이 추가되어 총 13권의 교과서로 한 학기가 구성됩니다. 책이 많아져서 관리하기도 힘들고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기도 무거워지죠.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어휘력이 학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일단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수업 진도를 정상적으로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특히 국어와 사회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현직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어휘력 부족으로 인해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위해 접하는 모든 것은 말과 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휘의 중요함은 영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어휘력은 일상생활에서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습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고학년으로 갈수록 한계가 분명히 있으므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최근 한 지인은 아들의 카이스트 합격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것은 없고 방학마다 교과서에 있는 모르는 단어를 무조건 사전에서 찾아서 정리하게끔 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단순한 방법 같지만 시사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어휘력은 국어공부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초등 국어 뿌리 공부법』의 저자인 민성원 소장도 어휘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휘력은 분석적논리적비판적창의적 사고의 시작이다.” 

 실제로 저희 집에서는 교과서를 함께 읽고 아이들이 모르는 단어는 직접 동그라미를 쳐서 단어장을 만드는 식으로 어휘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물론 한 번 쓴다고 이해하거나 암기가 되는 것도 아니고 당장 눈에 띄는 결과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단어장 만들기가 누적되면 효과는 시간이 누적될수록 분명히 드러날 겁니다. 

 거기에 한자까지 익히면 어휘력을 더 효율적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어휘의 70%는 한자로 구성되어 있기에 한자를 많이 알수록 글의 흐름만으로 뜻을 더 쉽게 유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몇 발 더 나아간 어휘력 공부법은 『초등 공부, 독서로 시작해 글쓰기로 끝내라』의 김성효 선생님이 제안한 고효율 용어를 정리한 개념어 사전입니다. 고효율 용어란 일상용어는 아니나 학습에는 자주 쓰이는 단어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서 투영(속까지 환히 보일 만큼 맑은 것), 수단(어떤 일을 하는 방법), 호우(한꺼번에 퍼붓듯이 많이 내리는 비)와 같은 단어입니다. 평상시 아이와의 대화로 이런 단어를 습득하기는 어렵기에 따로 메모를 해두는 것이죠. 

 이렇게 처음에는 눈에 차지 않겠지만 어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아이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아! 그거 단어 사전에서 봤어요.” 여유가 있을 때는 아이와 이 단어장으로 퀴즈 게임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 단계가 익숙해지면 단어의 뜻만 쓰는 것에서 단어를 사용한 예문까지 활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 집 팔아도 안 되는 국어성적그럼 어떻게?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국어는 다시 태어나야지, 집을 판다고 해도 안 된다”라는 무시무시한 말이 있다고 합니다. 《SBS 스페셜 ‘난독시대’(2019.07.21)》에는 대치동 학원가에서 방학 국어 특강을 듣기 위해 하루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나옵니다. 이제 수능의 변별력은 국어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직에 있는 국어학원 원장들마저도 아이들의 어휘력과 독해력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합니다. 문제는 아무리 유능하고 실력 있는 강사에게 족집게 강의로 배운다고 하더라도 국어의 내공은 하루아침에 쌓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국어 실력은 굳은살이 생기는 것처럼 꾸준히 쌓아나가는 방법만이 답입니다. 

 특히 최승필 작가는 『공부머리 독서법』에서 중1 때 일명 ‘성적 1차 급변동 구간’이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시기는 엄마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초등학교 때 우등생들의 성적이 대거 곤두박질치는 구간이라고 합니다. 그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제대로 국어 실력을 쌓지 못해 어려워진 중학교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교육과정으로서의 국어는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으로 구성되며 수능 국어는 화법, 작문, 문법, 문학, 비문학 독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거기에 탄탄한 어휘력이 합쳐져야 점점 더 어려워지는 국어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독서만으로 해결되는 부분은 분명히 아닙니다. 그에 맞는 공부하는 방법을 익힐 필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듣기와 말하기 능력은 평소의 생활에서 책이나 뉴스로 접한 내용에 대해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음으로써 훈련 가능합니다. 사고력과 논리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하기보다는 식사 시간 등을 활용하여 부모와 아이가 수시로 꾸준히 대화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부모 역시 정확한 표현과 함께 조리 있게 말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읽기 능력은 독서 능력과도 같습니다. 좋아하는 책이 한쪽에 치우쳐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와 절충해서 여러 분야의 책을 읽도록 유도한다면 아이의 생각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음독으로 정확하게 끊어 읽는 연습까지 병행할 수 있다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쓰기 능력을 키우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꾸준히 쓸 수 있도록 격려해줘야 합니다. 뭐든지 재미있게 하면 좋겠지만 일기를 비롯해 독서록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은 아닙니다. 옆에서 꾸준히 지도를 해줘서 습관으로 자리 잡도록 해주세요. 글을 읽은 뒤 요약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문법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같은 것도 신경을 써주고 바르게 말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문학은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들을 찾아서 정독하면 좋습니다. 교과서에는 짧은 지문만 일부 들어가 있습니다. 책으로 온전한 내용을 모두 읽으면 아이들에게 익숙한 좋은 작품을 경험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습니다. 특히 시는 문학의 꽃입니다. 재미있는 동시들을 낭송해보고 필사도 하면서 스스로 자신만의 시를 쓸 수 있도록 독려해 준다면 정말 큰 효과를 얻을 것입니다.  



 이렇게 차근차근 쌓은 국어 실력은 다른 과목들에 비해서 금방 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민성원 소장은 이를 ‘하방경직성’이라는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적금을 붓듯이 쌓아놓은 국어는 아이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힘들어지는 공부에 커다란 버팀목이 될뿐더러 결국 아이가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는 데까지 폭넓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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