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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Oct 27. 2021

2-1. 자기 주도 학습능력을 키워줄 걸

아이가 열 살이 넘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48가지

Chapter 02 – SQ(Study Quotient)를 키우는 교육     

목차

01.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워줄걸(복습만 해도 길러지는 자기주도학습)

02. 국어 공부를 가볍게 생각하지 말걸(단어장 만들기로 키우는 국어 실력)

03. 아이에게 맞는 영어 공부를 시킬걸(결론은 영어책 읽기)

04. 아이를 수포자로 만들지 말걸(수학 머리 없다고 수포자 되는 게 아니에요

05. 유대인 교육인 하브루타를 제대로 해볼걸(아이와의 말싸움도 하브루타)  

06. 글쓰기를 꾸준히 시킬걸(연필을 잡고 뭐라도 쓰면 그게 글쓰기의 시작)    

07. 아이에게 몰입하는 힘을 더 키워줄걸(스톱워치로도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니까요)     

08. 조기교육과 선행학습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볼걸


SQ(Study Quotient)는 공부 지수를 일컫는 표현입니다공부머리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냐는 부모들에게 오랫동안 회자되어 왔던 해묵은 논쟁거리였습니다실제로 신경과학자들은 공부하는 뇌즉 공부머리는 80%가 타고나는 부분이고 노력으로 20%를 극복 가능하다고 합니다이런 말만 들으면 노력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를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공부머리가 없었지만 노력을 통해서 극복한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일단 아이의 공부머리가 부족하다고 쉽게 단정 지을 필요도 없고 만약에 그렇더라도 노력을 통해서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SQ(Study Quotiont)를 키우는 교육 1 : 자기 주도 학습능력을 키워줄 걸(복습만 해도 길러지는 자기 주도 학습)


강제로 주입된 지식은 결코 뿌리를 내릴 수 없다   - 조 웨트-     



 제 어린 시절에서 부모님께 제일 감사했던 부분은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한 적이 없는 것입니다. 맞벌이를 하셨던 부모님은 저와 동생의 공부를 꼼꼼히 챙길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했습니다. 격려나 조언을 넉넉히 받을 여건도 아니었죠. 저는 어렸을 때 눈에 띌 만한 것이 거의 없었던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4학년 때 치른 시험으로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성적이 잘 나왔고 선생님과 부모님께 칭찬을 꽤 많이 받았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공부에 흥미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제 공부 방법은 단순했습니다. 낯가림이 심했던 저는 학원이 맞지 않아 학원에 가는 집에서 대신 문제집이나 학습지를 손에 잡히는 대로 풀었습니다. 저만의 자기주도학습이었던 것이죠. 그런 방식의 공부가 그 시절에는 효과가 있었던지 입시 결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운도 많이 따랐죠.

 요즘 아이들의 공부 방법에 대해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제가 경험한 자기주도학습의 경험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들 하십니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그런 방식의 자기주도학습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말이죠. 그렇지만 의외로 자기주도학습을 완벽히 이해한 부모는 많지 않습니다. 



당신의 아이는 혼자 공부할 수 있습니까?

《당신의 아이는 혼자 공부할 수 있습니까?》는 2020년 7월에 SBS 스페셜에서 다룬 주제였습니다. 방송이 끝나고 온라인에서는 학부모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선 학교에서 새로이 도입된 온라인 형태의 수업이 그 발단입니다. 스스로 공부하는 힘이 없는 아이들이 어떻게 집중력이 무너지고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아이들은 결코 그러지 않을 거라고 믿어왔던 부모들은 아이들의 학습결손을 직접 눈으로 보고 난 뒤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런 현상은 일부 학생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들조차 80% 이상이 ‘비대면 수업은 교육적 효과가 떨어지며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학생들 사이의 학력격차가 더 생겼다’고 설문에 답했습니다. 등교 수업을 못함으로 인해 생각하지 못했던 큰 사회적인 문제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유네스코에서 조사한 ‘코로나19 이후 수학 성적 결손 예측’에 따르면 저학년은 학습결손에 더 취약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기초학습이 부족하기에 심할 경우는 50% 이상 성적이 하락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이 수치입니다. 학습량이 부족할 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도 잃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원격수업 지원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지만 학습결손을 완벽히 보완하기에는 부족합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등교하지 못해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졌으며 결국 학력격차가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교육전문가들의 분석은 냉정합니다. 학습결손은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공부를 해왔던 아이들의 민낯이 드러난 결과라고 합니다. 온라인 교육으로 인해 학력격차가 생긴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능력이 없음이 이번 온라인 교육을 통해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학교에 꾸준하게 다니고 있을 때는 미처 알 수 없었던 것뿐이었습니다.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그렇다면 공부는 누구에게?

자기주도 학습이란 ‘공부하는 사람이 주체가 되어 학습과정을 스스로 이끌어 나가는 학습활동’을 의미합니다. 즉, 학습자 스스로 주도권을 가지고 학습목표를 설정하고 학습전략을 사용하며 학습결과를 스스로 평가하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자기주도학습은 고립적인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적인 학습이 아니라 오히려 교사, 학부모, 동료 등 다양한 형태의 조력자와 협력하면서 이루어지는 보다 높은 차원의 학습 방법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 아이는 스스로 공부하지 못하는 걸까요? 아이가 머리가 나빠서도 아니고  좋은 학원을 보내지 못해서도 아닙니다. 정답은 아이에게 제대로 된 자기주도학습을 체화시켜주지 못해서입니다.

 대표적인 공부 코치 중 한 사람이자 유튜브 채널 ‘스터디코드’의 조남호 코치는 아이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에 대해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은 학원이 아닌 가정에서 키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니 아이 혼자서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부모가 믿는 것 자체가 모순인 셈입니다. 하지만 부모들은 아이가 학교에 가지 못하니까 어디라도 앉혀 놔야 불안하지 않다고들 하며 학원에 보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내 아이를 위한 맞춤형도 아닌 불특정 다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원을 통해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키워질까요? 

 전문가들은 아이가 집에서는 공부를 안 하지만 학원에 가면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이라는 기대도 부모들이 가진 환상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힘들더라도 부모가 아이의 공부에 대한 습관 형성과 동기부여에 깊이 관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공부 경험을 바탕으로 내놓은 공통적인 의견 역시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남이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닌 스스로 하겠다는 의지를 바탕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기주도학습 능력의 핵심

 정신건강 및 두뇌 연구 전문가인 노규식 박사는 자기주도학습의 핵심은 전두엽의 실행기능이라 불리는 뇌 기능과 관계가 깊다고 밝혔습니다. 뇌 기능은 ‘시간 관리 능력’, ‘조직화 능력’, ‘자발성’, ‘충동 조절 능력’, ‘감정조절 능력’의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시간 관리 능력은 공부를 비롯하여 일상생활 모두 시간을 나눠서 엄격하게 지키는 것입니다. 시간 내에 정해진 분량을 마무리 짓지 못하더라도 다음 시간으로 넘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능력은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줄여줍니다.

 조직화 능력, 계획관리 능력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입니다. 공부할 분량을 미리 체계적으로 계획해 플래너에 작성하고 그 밖의 일정이나 일기, 목표, 성과도 기록하는 식으로 훈련할 수 있습니다.

 자발성은 틀린 문제를 다시 살펴보는 등의 무언가를 찾아서 스스로 하려고 하는 의지를 나타냅니다. 통제나 감시를 통해서가 아닌 진짜 자신의 필요로 성취감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훈련을 통해 습득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충동 조절 능력은 공부할 때 다른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특히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이 능력을 기르는 데 가장 핵심입니다.

 감정조절 능력은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노력하는 것을 뜻합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더라도 심리적으로 편안하지 못한 환경에서의 공부 효율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좋은 성적으로 입시에 성공한 학생들 가운데 이 다섯 가지의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없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이 다섯 가지 항목은 아직 어린아이가 스스로 키우기에는 어렵습니다. 부모가 생활 속에서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습관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초등 6년이 자녀교육의 전부다』의 저자인 전위성 선생님도 학교나 학원보다 부모의 역할이 아이의 공부 능력을 좌우한다고 말합니다.

 일단 아이가 공부에 몰입할 수 있는 적절할 범위는 부모가 정해줘야 합니다. 자신이 어떤 공부를 얼마만큼 해야 할지를 스스로 알 수 있는 아이는 거의 없습니다. 목표가 세워져 있느냐 없느냐가 성과 달성 여부를 판가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습 목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공부에 대한 적극성을 키워줄 수 있습니다. 목적지 없이 달리는 레이스의 결과가 좋을 수는 없기에 달성할 수 있는 목표치를 정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아이의 책이나 문제집을 확인해서 어떤 부분을 배우고 있으며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럴 때는 지적하듯이 말하기보다는 격려를 동반한 피드백을 해주어야 합니다.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학생들은 모두 이런 기초공사를 부모님의 지도를 통해서 습득했습니다. ‘부모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것까지 챙겨야 하나?’, ‘이래서 외주(학원을 우스갯말로 표현한 말)가 필요한 것인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비타민이나 영양제 하나 먹는 것처럼 쉽게 생기는 습관이란 이 세상에 없습니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부담감 없는 휴식입니다. 분량을 정한 뒤 그 기준을 충족시키면 부담 없이 쉬거나 놀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공부와 휴식을 위한 공간을 분리하는 것도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엄마주도학습』의 이미애 작가는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것은 엄마가 게으르기 때문’이라는 불편할 정도로 단호한 의견을 내놓습니다. 아이의 학습을 위해 부모가 챙겨야 하는 부분이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메타인지를 위한 최고의 학습법, 복습!

 얼마 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메타인지는 현재 자신의 인지상태를 스스로 파악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소크라테스도 자신의 사형이 걸린 재판에서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다른 사람보다는 더 지혜롭다고 생각하네’라고 말로 메타인지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메타인지를 공부라는 국한된 범위에서 조금 더 쉽게 표현하면 내가 공부한 것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느냐를 말한다고 보면 됩니다.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면 듣자마자 생각해보지도 않고 ‘나 그거 알아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안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메타인지가 부족하다는 뜻이지요.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과 집에서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뇌가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메타인지 학습법』의 저자 리사 손 교수는 일방적 강의 형태의 수업으로는 제대로 된 지식의 습득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지식을 장기기억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공부한 내용을 스스로 고민해보고 정리해보는 복습을 반드시 해야 하는데 이는 효율적으로 공부하기 위한 제일 큰 원칙이기도 합니다. 일명 망각곡선이라고 불리며 ‘인간은 학습 후 하루 뒤에는 66%를 잊는다’라는 것을 밝힌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의 연구는 이를 뒷받침합니다.

 일반적으로 메타인지는 아이가 혼자 고민하며 자신의 수준을 생각해볼 기회를 가져봄으로써 키울 수 있습니다. 당장 달콤한 결과를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스스로 자신의 수준을 깨닫고 자신에게 맞는 최선의 공부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메타인지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자기주도학습의 짝꿍, 공부정서

 ‘공부정서’란 공부에 관한 정서적 경험의 반복으로 쌓인, 공부를 떠올릴 때 느껴지는 고착된 정서상태를 말합니다. 공부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흥미롭고 재미있다거나’, ‘지루하고 하기 싫고 어쩔 수 없이 하는 느낌’ 이런 감정들을 공부정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부정서가 낮다는 것은 공부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많다는 뜻이고 공부를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공부라는 말을 듣기만 해도 싫어하는 아이라면 앞으로 남은 학교생활은 공부 스트레스로 인해 상당히 힘들 것입니다. 공부가 꼭 재미있어야만 공부정서가 좋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제대로 내용을 이해하거나 좋은 성적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공부정서를 좋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임작가의 『완전학습 바이블』에서는 아이의 공부정서를 살리는 원칙 3가지를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아이의 발달 상황과 학습 수준을 고려해야 합니다. 아이의 인지능력과 성향은 같은 쌍둥이들조차 다릅니다. 아이의 상황에 맞춰서 교육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두 번째는 아이의 성장을 전적으로 믿어줘야 합니다. 아이의 성취가 눈에 차지 않을 경우에도 시간을 가지고 아이에게 믿음을 주고 격려해주며 기다려줘야 합니다. 부모의 긍정적인 믿음이라는 영양분이 없다면 아이라는 식물은 금방 시들어버립니다.

 세 번째는 부모가 먼저 학습에 대해서 배워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학습적인 어려움이 생겼을 때 이성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을 가진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확실히 우리 부모 세대와는 생각이 많이 다른 것을 느낍니다. 그중 제일 눈에 띄는 부분은 아이가 공부머리가 없다면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지는 않겠다는 말이었습니다. 물론 당연한 말이고 두말해봐야 입만 아픈 말입니다. 문제는 자신의 아이가 공부에 재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의외로 부모가 더 빠르게 포기해버린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대부분은 공부를 잘해서 부모에게 인정받기를 원합니다. 공부를 잘하면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공부를 잘하는 방법도 알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익히고 습관으로 만들 기회가 없었기에 결과가 좋지 못한 것입니다. 아이에게 ‘공부 머리가 없다’라며 섣불리 내리는 판단은 아이의 공부정서와 자존감을 빠르게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부모가 포기하지 않고 아이의 가능성을 믿고 격려하고 이끌어준다면 아이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야~

 저는 아이를 붙잡고 2학년 때부터 직접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부모가 조금의 관심만 가지고 있다면 초등 저학년 수학을 지도하는 것은 처음엔 식은 죽 먹기처럼 쉽게 느낍니다. 하지만 며칠만 해보면 자주 들어봤던 실없는 농담이 절로 생각납니다. ‘가족끼리는 그러는 거 아니야~’

 저도 초반에 그런 위기를 세차게 겪었습니다. 아내에게는 그러다 애를 잡는 거 아니냐는 잔소리를 듣기도 하고, 아이와 사이가 나빠지기 전에 학원을 보내는 것이 낫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저 역시 회사 일로 쌓인 피로와 귀찮음을 이겨내며 아이를 가르쳐 보려 하다가도 마지막에 결국 화를 내면서 다그치는 제 모습을 보며 오히려 아이와 사이만 나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아이의 심드렁하고 무성의한 태도는 사랑의 힘으로도 극복하기 쉽지 않아 큰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부모가 아이를 가르치며 느끼는 분노의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습니다.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 하니 이해가 안 되고, 이해를 안 되니 집중이 안 되고, 집중이 안 되니 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딴짓을 합니다. 그 광경을 보는 순간 설명이 부족했던 자신에 대한 반성은 온데간데없고 아이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 솟아오르며 동공에는 지진이 일어납니다, 결국 입에서는 아이를 향해 아름답지 못한 말이 나오게 됩니다. 그 뒤에 일어날 상황은 생략하겠습니다. 이런 경험이 두세 번 이상 쌓이게 되면 가르치는 사람의 자신감도 떨어지고 이 아이를 맡아주는 선생님들이 너무나도 존경스러워집니다.

 이런 상황이 생기는 원인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자신에게 쉬운 내용이기에 상대방도 쉬울 거라는 판단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겁니다. 분수를 처음 가르칠 때 피자를 사용해서 가르치는 이유는 아이 기준에서는 이런 개념을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가르치는 부모도 눈높이를 더 많이 낮춰서 접근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더 간단한 방식으로 예를 들어서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미 자신에게는 쉬운 문제라고 생각하고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왜 그걸 모르냐고 아이만 닦달하면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는 물론 부부 사이도 나빠지며 아이의 공부정서까지 해칠 수 있습니다.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자신의 아이를 가르치는 것을 포기하면 어릴 때부터 학원과의 동행이 시작됩니다. 일명 ‘학원주도학습’이 시작되는 것이죠. 『부모 인문학 수업』의 김종원 작가는 부모가 자녀를 가르치는 일은 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아이의 자기주도학습 능력은 절대 학원이 아닌 부모가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에 힘을 얻어 포기하지 않고 초반의 위기를 잘 이겨냈습니다. 초창기에는 소리 지르고 나중에 사과하고를 꽤 반복했습니다. 아이들도 아빠에게 배우기 싫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몇 개월의 시기를 넘기고 나니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아이들이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게 설명을 해서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가끔 벽에 붙여둔 화이트 보드판에 다양한 문제를 만들어서 내면서 함께 풀며 토론하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도 가르침이 마냥 쉽지는 않지만 저뿐만 아니라 아이도 서로의 성향과 방식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부모의 교육이 정착된 셈입니다.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시작부터가 위기입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수준도 상당히 높습니다. 교육전문가가 아니기에 부모의 포기도 단념도 빠릅니다. 그래도 한 번만 더 도전해보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아이가 설명을 해줘도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를 차분하게 두세 번 정도 읽게 해 보세요. 비슷한 문제를 계속 틀릴 때는 왜 틀렸는지 생각해보게 하고요. 알려주다가 화를 도저히 참기 힘든 상황이 되면 자리를 잠깐 비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 6장 60절에도 예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제자들이 알아듣기 어려워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렇듯 가르치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선생님이라 할지라도 말이죠. 전문적으로 잘하지 못할까 지레 걱정하고 겁먹어서는 우리 아이를 가르칠 수 없습니다.      



원의 넓이를 배운 뒤 보드판에 새로운 문제로 복습하는 과정  ⓒ 양원주


 아이를 보란 듯이 훌륭하게 키워낸 부모들의 이야기를 기사나 책으로 접해보면 학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시행착오를 치열하게 거치면서 아이에게 필요한 습관을 만들어준 뒤 자기주도학습을 키웠을 것입니다. 부모 역시 아이가 자신이 가르침을 이해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를 가르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별다른 시간과 노력 없이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쉽게 얻을 수 있다면 이 단어가 이렇게나 유명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에만 집착하지 않고 최소 몇 달 이상 아이와 함께 보조를 맞춰 꾸준히 습득해 나간다면 반드시 습관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차곡차곡 습관으로 만들어낸 자기주도학습은 아이의 인생이 더욱 풍요로워지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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