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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Aug 26. 2024

육아휴직에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나라는 이제 그만

저출생은 어떻게 오는가 6탄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벌써 저출생 시리즈가 벌써 6탄입니다. 쓰면 쓸수록 암담함만 커져가지만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고 치료할 수는 없으니 계속 나가보겠습니다. 아픈 데를 찾아서 목차를 만들어보니 10부작은 족히 넘어갈 듯합니다.




최근 회사에서 친해진 남자 동료가 2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해서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가족이 다 함께 캐나다로 가게 되었습니다. 개인사가 좀 있어서였는데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시기상 그 친구가 인사이동을 해서 근무지를 옮긴 뒤 바로 반년 만에 떠나는 상황이 문제의 발단이었습니다.


보통 새로운 사업소에서는 휴직 예정자를 대부분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결원이 생기더라도 제대로 채워주는 경우가 없어서죠. 결국 어쩔 없이 같이 근무하던 상사와 선배들조언으로 이 계획을 비밀로 하고 근무지를 옮겼습니다. 그 후 휴직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새로 옮긴 사업소에서는 당연히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속이고 인사이동을 한 셈이었으니까요. 그 친구는 가시방석에 두어 달 넘게 앉아있다가 캐나다로 떠날 수밖에 없었죠.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알려진 공기업마저 이런 상황일진대 다른 곳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학교 같은 곳 정도나 수월한 편이지 다른 직업군에서는 신청은 가능해도 육아휴직을 낼 때 눈치를 엄청 봐야 하는 경우가 많죠.


특히 은행이나 병원, 항공사와 같이 여성의 비율이 높은 곳은 최근까지만 해도 임신 순번까지 정해놓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순번을 지키지 않고 아이를 가진 후배에게 배신자라는 말까지 했던 사람도 있었다고 하니 충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육아휴직의 통계를 보면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아직도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2022년 기준으로 이제야 70%에 도달했으며 남성은 6.8%에 불과하니까요.




육아휴직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회사나 동료에게 눈치가 보인다는 이유입니다. 직원들끼리 임신 문제로 이러한 아귀다툼을 하게 만드는 데는 사업주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아이를 낳으라고는 하면서 결원을 제대로 보충해 주지 않으니까요. 물론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죠.




이런 문제는 당연히 나라에서 책임을 져줘야 합니다. 단순히 다른 나라처럼 사업주를 처벌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휴직자의 비율이 높은 회사일수록 더 많은 이득을 줘야 합니다. 법인세 인하와 같은 방식으로 말이죠. 함께 근무하는 직원에게 업무적인 부담이 간다면 그 대가도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지불하는 방식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특히 남자 직원에게 이 제도는 언감생심에 가깝죠. 저희 회사도 남직원이 아이를 돌보러 가는 경우가 제법 늘었지만 여성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남직원의 육아휴직 비율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는 일본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죠.




두 번째는 쉬는 기간 동안 소득 감소에 대한 부담이 커서입니다.

보통 육아휴직을 하면 받는 수당은 평소 받는 급여와 비교했을 때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아이를 돌보는 일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아이를 돌보는 일도 힘든데 수입까지 줄어드는 상황이 당연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문제도 점점 더 현실화시켜서 부담을 줄여줘야 합니다. 이번에 새로 출범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는 금전적인 부분을 보완한 새로운 정책들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부모가 휴직에 대해 회사에 쉽게 말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노력은 아직 매우 미진해 보입니다.


아이를 출산했을 때 육아휴직 자체를 의무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또한 이번에도 들어가 있지를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리 높여 원하는 부분인데도 말이죠. 합계출산률이 0.5명 정도까지 떨어지면 할 모양입니다.




출산을 하고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될 때도 부모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육아휴직이라는 제도는 엄마를 비롯해 아빠들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아이를 낳으라고 말만 하고 젊은 부부들을 이기적이라고 몰아간다면 누가 쉽게 낳을 수 있겠습니까. 낳으라고 하려면 낳고 나서 걱정 없이 키울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조성도 국가로서의 당연한 책무입니다. 그런 점에서 아이를 가진 부모가 걱정과 부담 없이 휴직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제도가 마련되어야 곤두박질치고 있는 출생률이 그나마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육아휴직을 놀러 가거나 쉬러 들어간다는 우리의 인식도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자신의 와이프는 휴직할 때 사무실 눈치 본다고 분노하면서 얼마 뒤 바로 옆 직원이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니 극대노하던 선배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가나 회사의 정책이 바뀐다고 한들 동료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올바르고 건강한 휴직 문화는 자리 잡기 힘들 테니까요. "밭 맬래? 애 볼래?"라는 말은 수천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질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아이를 돌보는 일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육아휴직에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나라는 이제 그만!


한 줄 요약 : 우리 모두 누군가의 임신과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였을 텐데 아이를 기르는 일에 쓰이는 노력에는 왜 이리 인색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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