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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Sep 02. 2024

양성평등을 가로막는 가부장적 사회

저출생은 어떻게 오는가 7탄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는 주위에서 다른 어머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꼭 한 번은 물어보는 질문이 있죠.

"다시 태어나면 남자랑 여자 중에 뭘로 태어나고 싶으세요?"라고 말이죠. 점점 데이터가 쌓이면서 우리나라의 양성평등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 의심을 넘어 확신에 가까워졌습니다.


대략 100명도 넘게 물어봤는데 거의 대부분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더군요. 가볍게 던진 질문이었기에 더 자세히 여쭤볼 수는 없었지만 아직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으로서의 삶이 만족스럽다고 하시는 분이 계시지 않아서 안타까웠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매년 발표하는 '성 격차(Gender Gap) 지수'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는 세계 146개국 중 105위에 머물렀습니다.


1에 가까울수록 양성평등에 가깝다고 보면 됩니다. WEF는 2006년부터 경제 참여·기회, 교육 수준, 보건, 정치 권한 총 4개 부문을 지수화해서 순위를 발표합니다. 가부장제가 가진 부정적인 요소도 낮은 점수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됩니다.




게다가 요즘 가장 민감한 이슈인 딥페이크 영상물 범죄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남성 중심이며 여성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습니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는 범죄자들에게 미온적이며 

피해를 가볍게 여겨 잡기 힘들다는 말만 하고

중대한 성범죄임에도 초범, 반성, 어린 나이라는 이유로 너무나도 관대한 공권력과 사회 지도층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동문들의 사진으로 딥페이크 합성물을 만들고 배포했던 서울대 N번방 사건도 경찰에서 잡기 어렵다며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바람에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잡으러 다니는 촌극까지 벌어졌죠. 결국 범인은 잡혔지만 1심에서 고작 5년밖에 선고받지 않았습니다. 400개가 넘는 허위 영상을 만들어서 뿌렸음에도 말이죠.




현재 딥페이크를 악용한 범죄는 AI 기술 발달로 더욱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피해 사실이 확인된 학교를 찾을 수 있는 앱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중대한 범죄지만 잡히지 않는다는 확신과 더불어 온정적인 제도 때문에 줄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양성평등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불필요하게 선량한 남성들에 대한 혐오까지 키우고 있으니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닙니다.





거기에 아직까지 가사노동에 대한 양성평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는데 일조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일과 가정을 양립하겠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의 비율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남녀 간의 온도차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답변한 내용대로 집에서 행동까지 그렇게 하는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지난주 제가 했던 <샘터>의 '아빠가 만든 식탁' 인터뷰도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합니다. 정말 좋은 기회이며 영광스러운 경험이었지만 아이들 식사를 차려주는 일은 부모로서 당연한 일인데 과연 글쓰기의 소재가 되는 게 맞느냐는 생각도 한편으로 들었죠. 그만큼 아빠가 요리하는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 흔하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요리는 여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부장제 특유의 편견이 아직 유지된 영향이라고 봐야겠죠.


이런 실태는 통계로 나온 가사분담률만 봐도 아직은 남편의 노력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이런 문제들이 부각되면 되려 남성들이 결혼을 꺼리게 만들 수도 있지만 평등한 가사분담이 못마땅하다면 냉정하게 그런 사람은 결혼하지 않는 편이 낫겠죠.




보육이나 교육에 대한 참여도 아쉬운 점이 아직 많습니다. 실제로 제가 사는 지역에도 꾸준히 관찰해 본 결과 아빠들이 아이들과 적극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대략 열 중 둘셋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거기에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는 아직 제 주위에서는 본 적이 없습니다. 한 학교에 딱 0~2 명 정도 수준입니다. 물론 워라밸이 생각처럼 녹록지 않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렇게까지 드물 수 있느냐는 생각은 자주 듭니다.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에서 만든 라테파파 체크리스트를 보면 유아에 해당되는 내용도 있지만 초등학생 이상의 자녀에게도 해당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과연 나는 어떤 아빠일까요?




남편들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노력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물론 남편을 조종하는 리모컨은 결국 부인의 손에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되겠죠.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명언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니니까요.


모두가 조금 더 노력한다면 결혼생활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가 널리 퍼질 테니 출생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커다란 목표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굳이 그런 목표가 아니더라도 이런 노력이 당장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하다는 사실 또한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줄 요약 : 내 주위의 모든 가정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하지 말라고 말려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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