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은 어떻게 오는가 5탄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오늘은 저출생 시리즈 5탄으로 학벌주의와 사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얼마 전 서울대학교발전재단 측에서 자녀가 서울대학교를 다니는 학부모에게 차량용 스티커를 무료로 제공했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습니다. 미국 대학에서 가족 관련 굿즈를 만들어서 파는 문화를 착안해서 만든 서비스라고 하는데요.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엄청나게 시끄러웠습니다. 학벌에 대한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의견이 컸지만 한편으로는 피해를 주는 일도 아닌데 개인이 이룬 성취나 소속감에 대한 존중으로 봐도 되지 않느냐는 말도 있었죠.
서울대발전재단에서는 "미국 유명 대학은 온 가족을 대상으로 한 굿즈가 많으며 이런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면서 이런 홍보방안을 통해 모금사업을 활성화하려고 스티커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온라인상의 논란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고 재단은 동문을 대상으로 한 이런 사업을 앞으로도 다양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죠.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큰 잘못까지는 아닌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도 충분히 짐작이 갔습니다. 미국에서는 좋은 대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인생을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죠. 출신 대학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문화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큼 심한 나라는 흔치 않습니다. 특히 학과보다 학교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크죠.
그래서 좋은 대학의 간판을 얻으려 수험생들은 모두 죽어라 달립니다. 부모는 이를 위해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며 사교육으로 뒷받침을 하죠. 세상은 점점 더 발전해서 AI가 삶에 이렇게까지 깊이 들어왔지만 관심사나 적성으로 학과를 선택하겠다는 생각 따위는 아직까지 큰 사치입니다. 전체적인 상황과 통계만 보더라도 사교육 없이 좋은 대학을 보낸다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죠.
이런 현상으로 인해 사교육비 총량 또한 매년 증가합니다.
사교육비란 학원 수강, 개인·그룹과외, 방문학습지, 인터넷 강의 등의 수강료(교재비 포함)를 말합니다. 2023년 기준으로 전체 학생 평균 사교육비 지출은 참여 학생만 기준으로 보면 55.3만 원이었는데요. 고등학교로 갈수록 비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심지어 서울지역 고2, 3 학생에게 드는 사교육비는 이미 100만 원을 넘겼습니다. 이러다 보니 가계 경제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죠.
그렇다고 고3까지만 뒷바라지한다고 상황이 끝나지만도 않습니다. 입시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되면 재도전을 하기 때문이죠. 한 해 더 공부를 해서라도 좋은 학교에 가겠다는 학생과 좋은 학교에 기필코 보내겠다는 부모의 의지는 N수생 시장까지 키워놨습니다. 평균적으로 기숙학원만 해도 월 400만 원 들어가는데 총 5천만 원이 넘는 비용도 불사합니다.
이런 열정들이 모여서인지 대한민국의 대학 진학률은 전 세계를 통틀어서 최고 수준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높은 수준의 대학 진학률에 비해서 대졸자의 취업률은 턱없이 낮다는 점입니다. 눈도 높을뿐더러 좋은 일자리들도 별로 없다는 말입니다. 자녀를 괜찮은 대학에 보내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죠.
우리나라 대학의 서열화는 이미 진흙이 굳은 땅을 넘어 콘크리트 차폐벽 수준으로 튼튼해져 있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듯 절을 바꿀 수 없으면 이 서열화된 사회에 적응하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 교육계의 모습도 영화 <설국열차>의 계급사회를 방불케 합니다. 꼬리칸에서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 몸부림을 칩니다. 유일하게 남은 계층 이동 사다리는 교육이다 보니 올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좋은 대학에 무조건 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학원만이 답이라고 여기며 이 시장으로 과도하게 몰리게 되는 현상은 이 업계만 제외하고 모든 이들을 병들게 하기에 충분하죠.
이런 상황들은 수십 년간 이어져왔습니다. 이 시스템 속에서 치열한 경쟁의 폐해를 뼈저리게 겪은 젊은 층이 느끼는 학벌주의와 사교육에 대한 압박은 클 수밖에 없죠. 당연히 내 아이에게는 이런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또한 충분히 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시점까지도 전혀 변하지 않았고 변할 가능성도 낮기에 출생률 저하와도 직결됩니다.
대치동 학원가의 밤 풍경을 한 번 보게 되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아이들을 키우면서 대학교이나 서열 그리고 사교육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말은 자주 합니다. 학원에 간다고 꼭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거니와 졸업장을 따기 위한 대학교는 보내지 않겠다고 제 스스로 다짐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간사하게도 아이들이 좋은 학교, 좋은 과에 가면 좋겠다는 욕심까지는 버릴 수 없더군요.
물론 독일과 같이 경쟁을 배제하고 사람을 성장하게 만드는 교육정책이 펼쳐진다면 달라질 수도 있겠죠. 이 치열하고 야만적인 경쟁 사회의 폐해도 나아져서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겠지만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입니다. 지금 언 발에 오줌 누듯 하나씩 던지는 정책들은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니 무대책이나 다름없죠. 각계각층의 중지가 한 데로 모아져 지금의 교육시스템을 리모델링이 아닌 재개발 수준으로 바뀌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