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행복이의 레고 작품을 오랜만에 가지고 나왔습니다. 제목은 그러데이션인데요. 그러데이션은 어떤 색조, 명암, 질감을 단계적으로 다른 색조, 명암, 질감으로 바꾸는 예술 기법을 뜻합니다.
행복이가 그동안 모았던 다양한 모양과 색상의 블록을 이용해서 그러데이션처럼 꾸며봤다고 합니다. 제일 안쪽의 흰색부터 시작해서 색깔과 모양들을 부채꼴 모양으로 채워나갔는데요. 별로 특별해 보이지도 않는데 이 작품이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채로운 색상과 모양들로 꾸며진 한 판의 블록이 우리 인생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습니다. 사실 우리는 시각적으로 가시광선만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나온 색깔이 일곱 가지 색깔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인간의 감정도 일곱 개로 정의한 사람이 있다는 점이죠.
유교에서는 기쁨(喜), 분노(怒), 슬픔(哀), 즐거움(樂), 사랑(愛), 증오(惡), 욕망(慾) 일곱 가지를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인 칠정의 요소로 꼽습니다. 희로애락의 네 가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수준이죠.
하지만 미욱한 인간은 언제나 기쁨과 즐거움, 사랑처럼 좋은 감정만 함께 하기를 원합니다. 그렇게 될 수 없음에도 말이죠. 그런 과한 욕심이나 집착이 인간을 더 불행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죠.
어찌 보면 현대인들은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서 그런지 더욱 그런 집착이 심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음을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서는 비 온 뒤에 땅이 굳듯 시련이 필요한데 그 시련을 충분히 겪지 못했으니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이런 모습들이 심해지겠죠. 결국 경험으로는 이런 부분을 채울 수 없으니 스스로 마음을 단련하고 다스리는 훈련이 필요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이 그러데이션 작품을 보니 인사이드 아웃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색상으로 구분했듯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한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에는 15가지가 넘는 색상이 들어가서 더 풍성하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사실 깊게 들어가면 인간의 감정은 이보다 더 다양합니다. 강신주 작가의 <감정 수업>이라는 저서에는 48가지나 되는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 다루죠.
비루함, 자긍심, 경탄, 경쟁심, 야심, 사랑, 대담함, 탐욕, 반감, 박애, 연민, 회한, 당황, 경멸, 잔혹함, 욕망, 동경, 멸시, 절망, 음주욕, 과대평가, 호의, 환희, 영광, 감사, 겸손, 분노, 질투, 적의, 조롱, 욕정, 탐식, 두려움, 동정, 공손, 미움, 후회, 끌림, 치욕, 겁, 확신, 희망, 오만, 소심함, 쾌감, 슬픔, 수치심, 복수심
이 감정들만 봐도 우리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느낍니다. 시련은 저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누구에게도 생깁니다. 견딜만한 고난이 있는가 하면 견디기 힘든 고난도 충분히 존재합니다.
그런 점에서 피하는 능력이 아니라 이겨내는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죠. 명상이 그래서 요즘 더 인기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무작정 즐기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오랜만에 만든 작품이 풍경이나 물건처럼 그동안 보자마자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직관적인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해석의 여지를 주는 추상적인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좋았습니다. 물론 해석은 감상하는 사람의 몫이니까요.
오랜만에 아빠에게 글감을 준 행복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