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도파민 중독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서진이네2가 나름대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사실 저는 TV프로그램을 잘 찾아보는 편이 아니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한 편을 본 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개그맨 이수근 님이 출연한 이식당,
거기에 이서진 님을 중심으로 한 서진이네까지.
연예인들이 출연해서 식당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이렇게 꽤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밥에 그 나물 같다고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꽤 오랜 시간 사랑을 받고 있죠.
지난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서진이네2를 보면서 많은 점을 느끼지만 세 가지 정도 큰 깨달음을 얻기는 했습니다.
첫 번째는 식당과 같은 자영업이 이렇게 힘들다는 점을 알게 해 준다는 점이죠.
스타들이 외국에 나가서 차리는 식당은 외국인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입소문보다 빠른 SNS 때문이죠. 하지만 일반인들이 운영하는 식당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외식업체 폐업률은 신생률을 작년에 처음으로 뛰어넘었습니다. 데드크로스인 셈이죠.
그럼에도 생각보다 요식업에 대한 환상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특히 프랜차이즈에 대한 환상을 가진 분들도 많으셨죠. 동네의 또래 지인 중 한 분은 회사를 그만두고 이 동네에서 잘 되는 치킨집을 인수해서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하신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그 치킨집을 자주 이용하지만 사장님이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너무 바빠서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셨거든요.
그런 점에서 이 서진이네를 자세히 살펴보면 가벼운 취미활동처럼 운영하는 방식이 아니기에 결코 식당 일이 쉽지 않다는 교훈도 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를 잔소리를 하지 않더라도 알려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너무 자주 하면 잔소리가 될 수밖에 없죠. 그런 점에서 TV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영어로 손님과 나누는 의사소통은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유명한 연예인이었어도 회화 능력이 없었다면 캐스팅하기 어려웠을 테니 언어의 중요성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왜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하는 일처럼 고통스러운 일은 없습니다. 특히 공부가 그러하죠. 그런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은 물론 제게도 외국어 공부에 대한 이유나 열정을 다시 살려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이런 자극은 뒤돌아서면 금세 까먹으니 이런 식으로라도 얻으면 도움이 되니까요.
세 번째는 도파민 ZERO 프로그램이라는 점입니다.
지난번 학교 공개 수업에 갔을 때의 일인데요. 사회 시간에 아이들이 각자 정한 매체(프로그램)로 장단점과 특별한 정보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둥이들은 '아기 공룡 둘리'와 '티쳐스'를 선택했었죠.
그런데 놀랍게도 19금 호러물을 비롯해 욕설을 사용해서 논란이 된 유튜버 채널을 선택한 아이들도 있어서 충격을 줬습니다. 아이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자극적인 부분에 점점 더 길들여져 가는 현재 우리의 미디어 환경을 보여주는 듯해서 걱정스러웠죠.
요즘 통용되는 표현인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과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더 자극적인 맛에만 길들여지기 시작하면 순한 맛에는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욕설, 폭력, 갈등, 마약, 협박 등과 같은 선정적인 요소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자연식과도 같은 이 프로그램이 도파민에 찌든 뇌를 디톡스 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식이든 콘텐츠든 지나치게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지면 그 뒷감당은 자기 자신이 해야 할 테니까요.
거기에 한류, 특히 한식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니 그 부분은 덤이겠죠.
요즘 디지털 디톡스라는 말이 많이 언급됩니다. 아예 디지털 기기 사용시간을 줄이기 어렵다면 이런 방식으로의 시도도 나쁘지 않다고 보입니다. 덜 자극적인 방식으로 말이죠.
여러모로 긍정적인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 종영이 되었는데 앞으로 MSG가 덜 들어간 이런 순한 맛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등장하고 시청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