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갈이, 우산수리 해드립니다. 그것도 공짜로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얼마 전 저는 재미난 경험을 하러 근처 주민센터에 다녀왔습니다. 바로 우산수리와 칼갈이를 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예전에 구청에서 배부하는 구정소식지를 우연히 보고 나서 이런 활동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알게 된 지는 반년이 족히 넘었지만 한 달에 한 번 방문하는 일정이라 어떨 때는 날짜가 맞지 않고 어떨 때는 까먹는 바람에 한 번도 하지 못해서 벼르고 있었던 차였죠.


그런데 딱 휴무일에 제가 사는 지역에 이 사업을 담당하시는 분들이 방문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점심시간이 지나자마자 부랴부랴 짐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가는 물건은 칼 세 자루와 우산 두 개였습니다. 최근에 수육을 만들어서 썰기 위해서 칼을 댔는데 생각보다 칼이 잘 들지 않아서 더 칼갈이가 간절하기는 했죠. 칼이 무디니 확실히 잘 안 썰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살이 찢어지고 대가 망가진 녀석이 하나씩 있었는데 버리려고 하다가 혹시나 해서 가져가 보기로 했습니다.

주민센터에 도착하니 근처 정자에 어르신들께서 자리를 펴고 이미 작업을 하나씩 하고 계셨습니다.


기온이 30도가 훌쩍 넘어가는 날씨였는데 밖에서 고생이 참 많으시다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서 1분 정도 주변을 살피다가 조심스레 다가가서 칼을 갈고 계신 분께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옆에 개수와 연락처를 적는 종이가 있더군요. 아무래도 어느 정도 작업을 했는지 파악하기 위한 용도로 보였습니다.


저는 신문지로 안전하게 감싼 칼을 하나씩 꺼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작업하시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는데 칼이 갈리는 모습보다 더 눈길을 끄는 모습은 바로 작업하시는 어르신의 손이었습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손을 보면서 괜스레 숙연해지는 느낌이었죠.




칼 작업을 하시는 동안 바로 옆에 있는 우산 코너에 계신 분께도 수리에 대해서 여쭤보기로 했습니다. 가져간 것들 중 하나는 상태가 썩 좋지 않았기에 미리 말씀을 드렸습니다. 혹시 고치기 어려우시다면 버려도 괜찮다고 말이죠. 어르신께서는 괜찮다면서 20분 정도 걸린다고 하시며 더우니까 주민센터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십니다.


당신들도 더우실 텐데 제게는 들어가 있으라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업을 하시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합니다. 잠깐 기다리는 동안 제법 많은 분들이 와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여러모로 괜찮은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뎌졌던 칼은 작업을 통해서 예리함을 되찾았고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상태가 나빴던 우산은 거의 새것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동안 찢어지거나 부서진 우산들을 어렵게 버리고는 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돌아오고 나서 생각해 보니 공짜로 칼갈이도 하고 우산도 고쳤는데 일하시던 어르신들께 음료수라도 하나 사드리고 오지 못했던 것이 못내 마음이 걸립니다. 다음에 가게 될 때는 잊지 말고 꼭 챙겨드려야겠습니다.




칼갈이와 우산수리 사업은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오래전부터 운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개인이 하기 힘든 일을 대행해 주며 자원을 아낄 수 있도록 기여할뿐더러 일자리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삼조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산과 칼은 망가지면 고치기보다는 바로 버리고 새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우편함 옆에 쌓여있던 구정소식지가 미약하지만 살림에도 도움이 된 듯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그동안 본체만체했던 이런 관공서의 소식지 안에도 충분히 좋은 정보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부지런히 찾아보면 이런 것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재미 삼아 시간이 되면 가끔씩 챙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줄 요약 :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돈도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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