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저는 행복이와 꽤 어려운 미션에 도전했습니다. 바로 동전으로 마트에서 물건 사기였죠.
사건의 발단은 행복이가 던진 한 마디에서부터였습니다.
"아빠, 우리 집에 동전이 너무 많지 않아요? 그건 지폐로 못 바꿔요?"
"당연히 바꿀 수 있지. 옛날에는 은행에 가면 기계가 있어서 바로 그 자리에서 지폐로 바꿔줘. 그런데 요새는 그 은행 통장이 있어야 바꿔주는데 그 기계도 없는 경우가 많아."
그 이야기를 듣던 행복이는 당장 은행으로 가자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저는 아이에게 오늘은 일요일이라고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아직 가르칠 게 많아 보입니다. 대화는 다시 이어집니다.
"그러면 못 바꾸는 거예요?"
"그 방법이 아니면 마트나 편의점에 들고 가서 바꿔달라고 하면 되는데 그건 눈치가 보이지. 아니면 그걸로 물건을 사는 방법도 있고."
그 말을 듣더니 물건을 사면 되겠다고 합니다. 당장 마트에 가자고 말이죠.
"꼭 오늘 해야겠니?"
라고 귀찮음을 삼키며 물었는데 꼭 오늘 하고 싶다고 합니다. 저도 그냥 지폐로 바꿔달라고 하는 편보다는 물건을 사는 편이 덜 부담스럽겠다 싶어서 그러자고 했죠.
10원짜리 40개 + 알파
50원짜리 30개 + 알파
100원짜리 40개 + 알파
500원짜리는 비밀
한 명인 신나는 마음으로
한 명은 무거운 마음으로 말이죠.
마트에서 일단 파와 당근부터 샀습니다. 대략 계산해 보니 4,500원이 나옵니다. 이 정도면 되었다 싶어서 행복이와 눈빛으로 합의를 한 뒤 계산대 근처에서 묵직한 녀석들을 꺼낸 뒤 최종 점검을 합니다.
개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10원짜리 몇 개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줍느라 애를 먹기는 했지만 종류별로 개수를 나눠서 손에 쥔 뒤 계산대 앞에 서는 상황까지는 잘 마무리했습니다.
4,520원이었는데 순서대로
100원 X 10개
100원 X 10개
100원 X 10개
100원 X 5개 + 50 X 10개
50원 X 4개 + 10원 X 32개
이렇게 순서대로 드리면서 순조롭게 계산을 마쳤습니다. 캐셔를 보시던 여사님도 그렇게 드리니 한결 세기가 편해 보이셨죠. 사람이 없는 쪽으로 갔는데 다행히 뒤에 다른 손님이 기다리지 않으셔서 한결 안심하며 마무리했습니다.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면 엄청 부담스러웠을 뻔했어요.
거기에 끝내지 않고 다시 마트로 들어가 다른 캐셔 분께 남은 100원짜리 열 개를 천 원짜리로 바꾸면서 가져간 동전은 대부분 소진하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진땀이 날 뻔했지만 큰 문제 없이 숙제를 끝낸 듯해서 둘 다 흡족했습니다.
동전은 이제 점점 우리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라 이렇게 보내기가 살짝 아쉽기는 했죠. 아시다시피 이제 온라인 뱅킹이나 신용카드뿐만 아니라 간편 결재로 대부분의 금전거래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니까요. 전체 지급수단 중에서 현금을 사용하는 비중은 점점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죠.
이미 중국에서는 재래시장에서조차 간편 결재인 위챗으로 물건값을 치르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점점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시대로 점점 나아가 있습니다. 현금 없는 버스가 도입된 지도 꽤 되었고 동전을 넣는 공중전화는 진작 천연기념물이 되었죠.
그런 점에서 집에서 굴러다니던 동전을 정리했더니 시원섭섭합니다. 계속 가지고 있다면 가치는 올라갔을 테니까요. 제 자녀의 자녀의 자녀 때쯤이라면 골동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닐지도 모르잖아요? 동전 부자 부자는 이렇게 순식간에 해체되고 말았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이 표를 보시고 저금통을 털어서 정리 한 번 해보셔요. 혹시 모르잖아요. 액면가보다 훨씬 비싼 동전이 우리 집에 숨어있을지도요. 저희 집은 이미 행복이가 이 표를 보고서 한 번 싹 돌려봤다고 하는데 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