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는 원래 이 시간이면 인도네시아 발리섬에 도착하는 비행기 안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 한국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원래 오전 11시 25분 출발 예정이었던 비행기의 출발 상태가 변경되었다는 소식은 저희 가족이 인천으로 가는 동안 문자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메일에는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항공사에 사정이 생겨 기존 비행기가 11시간이나 뒤로 밀려 밤 10시 25분으로 바뀌었다고 말이죠.
공항에 도착하기 일보 직전에 전해진 이 소식은 모두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았습니다. 11시간이 늦어지게 되면 이래저래 일정이 꼬이는 상황이었죠. 현지에 도착하면 새벽 4시 반이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의외로 큰일이 났을 때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편이라 화가 크게 나지는 않았습니다. 막상 공항에 도착해 항공사 카운터로 가서 이렇게 된 연유를 전해 들었을 때는 좀 황당하고 짜증도 나더군요.
버스를 배차하듯 비행기도 시간에 맞게 배치를 하는데 우리나라로 와서 인천에서 승객들을 태워가야 할 비행기가 현지에서 다른 곳으로 배치되는 바람이 지연되었다고 하는 게 아니겠어요. 비행기에 긴급한 결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명백한 인도네시아 항공사의 실수였습니다.
하지만 딱히 화를 낼 수도 없었습니다. 항공사 카운터에 모여서 안내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수십 명이나 있었으니까요. 화를 낸다고 딱히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보상과 관련된 안내를 받기 위해 서있던 줄에서 우리 바로 뒤에 계셨던 분들이 바로 신혼여행을 가시는 분들이셨거든요. 평생 한 번뿐인 여행을 시작부터 망치게 되었음에도 그분들은 저희 가족보다 더 차분해 보였습니다.
그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어찌 되었든 지금 시점에서 차분하게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에서는 여행사 본사를 통해 직접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줬습니다. 기준을 보니 배상을 해야 하는 내용이 명확하게 있더군요.
거기에다가 지금 이곳에서 쓸 수 있는 밀카드를 1인당 2만 원어치를 주더군요. 당일에만 쓸 수 있고 쓸 수 매장도 한정적이기는 했지만 아주 약간은 기분이 풀어졌습니다. "오히려 더 좋아!"라고 생각하기 위해서 애를 썼죠.
다행히 미리 들어놨던 여행자 보험 콜센터에서도 이런 지연출발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공항 안에서 사용한 식사나 간식, 음료에 대한 비용을 1인당 최대 70만 원까지 가능하다고 말이죠.
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니 조건이 까다로웠습니다.
항공사에서 발행한 지연출발 증빙자료가 있어야 하고
비행기 출발시간 이후 시간이 찍힌 영수증만 인정된다고 말이죠.
억울한 마음에 저와 아내는 어떻게 하면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더 먹을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근처에 있는 파ㅇ바게트로 가서 밀카드를 사용해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습니다.
먹으면서 잠시 아내와 함께 상의를 했습니다. 공항에서 짐을 맡아주는 서비스가 있다고 하는데 이용해 볼까 하고 말이죠. 11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데 충분히 해봄직한 고민이었습니다. 하지만 금세 포기를 했죠.
캐리어 하나를 맡기는데 하루 기준으로 6천 원인데 이만 원 가까이 내면서까지 할 이유가 있겠나 싶었습니다. 11시간이지만 이 안에서만 계속 돌 텐데 말이죠. 이제 장정이 되어가는 아들도 둘 있는데 카트에 짐을 싣고 다녀도 크게 문제가 없겠다는 결정에 이르렀습니다.
황당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카페에 앉아서 글을 쓰다 보니 분량이 꽤 많아졌습니다.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서 일정이 꼬이기는 했지만 그로 인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으니 좋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글감도 하나 얻었으니까요.
오전 동안의 경험만 썼음에도 분량이 초과해 버려서 아쉽지만 이 이야기는 2부작으로 나눠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