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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Feb 08. 2022

봄방학과의 전쟁

애들이 학생인지 내가 학생인지

 이제 곧 아이들의 다사다난했던 4학년 2학기가 끝이 납니다. 학교마다 학사일정의 차이가 있지만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봄방학을 갖습니다.

 예전에 제가 초등학생일 때는 봄방학이라는 것이 그렇게 꿀맛일 수가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제게 딱히 뭘 하라고 시키시질 않으셨던지라 그냥 봄방학이라는 것은 십여 일의 휴가나 다름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입장을 바꿔놓고 부모가 되고 나니 봄방학이라는 녀석은 초등 고학년에게는 허투루 보내면 안 되는 시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무얼 할 수 있겠나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외로 긴 시간이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제가 요즘 아이들의 어휘력, 문해력에 상당히 꽂혀있다 보니 새로운 습관을 위한 계획이 필요했습니다. 제 기준에는 아직 아이들의 어휘력이나 문해력, 글쓰기 능력에 아쉬움 많이 꼈기 때문입니다.

 최종적으로 자기 주도 학습을 목표로 해야겠지만 이런 분야에 대한 공부 무조건 아이의 자율에만 맡기기에는 제 그간의 가르침과 내공이 많이 부족했기에 이번까지는 조금 더 아이의 계획에 개입하기로 했습니다.



1. 독서 (1시간 30분)

일단 타이머로 20~30분 정도를 설정해두고 집중력도 키울 겸 아이가 스스로 정놓은 이야기 책을 읽니다. 당연히 학습만화는 제외죠.


2. 필사(15~20분)

 아이들에게 슬로리딩을 시켜왔던 자전거도둑을 분량을 정해서 필사를 시켜보려 합니다. 슬로리딩 책에서 3, 4학년 추천도서였던(5, 6학년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 자전거도둑은 의외로 어른이 이해하기에도 난해한 대목들이 많습니다. 이미 10여 회 이상 읽었지만 아이들이 온전히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3. 속담, 사자성어(30분-야간에 아빠와)

 놀이처럼 구성했습니다. 저희 집에는 카지노 칩이 있습니다. 그 칩으로 아이들과 퀴즈놀이를 하는 것이죠. 책에 있는 사자성어나 속담을 힌트로 맞추게 하고 그 표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냅니다.

 사용하는 책은 <읽으면서 바로 써먹는 속담, 사자성어>입니다. 요 녀석들이 만화만 읽고 그냥 지나쳐버리기 일쑤였기에 낸 아이디어였습니다. 퀴즈를 맞추면 칩을 주고 그 칩으로 유튜브를 볼 수 있는 시간을 구매하게 하는 것이죠.

 조삼모사이지만 아이들이 아직 순진해서 그런지 한 번 시도해보니까 생각보다 호응이 좋았습니다. 계속하겠다고 저를 안 재우려고 하네요. 일단 봄방학 동안은 좀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4. 한자(15~20분)

 아시다시피 앞으로 한자가 포함된 단어는 아이들의 교과서에 더욱 많이 나올 예정입니다. 한자를 많이 아는 것은 어휘력 향상 및 문해력 향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한자 문제집 하나 구비합니다.   



5. 단어정리, 교과서 읽기(20~30분)

 2학기 동안 사용했던 국어(국어생활)와 사회(서울의 생활) 그리고 과학(실험관찰)에 나오는 단어들 중에서 노트필기를  잊은 것이 있는지 확인해서 채워 넣기입니다. 

 평소 수업을 마친 뒤 노트 정리하기가 있는데 거기에 배운 내용을 요약하고 모르는 단어정리도 합니다. 2학기 동안 배운 내용 중에 누락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죠.

 그리고 교과서도 한 번 더 읽어보도록 합니다.

아이들이 4학년 동안 썼던 필기노트


6. 주제 글쓰기 (20분)

 글감을 정해서 글쓰기를 해보는 것 아이들과 함께 해보려 합니다. 이것 역시 놀이형식으로 할 예정입니다. 아이들과 제가 글감(키워드)을 각자 적어서 접은 뒤에 조그만 상자 안에 집어넣습니다.

 각자 하나씩 뽑아서 그 단어와 관련된 자신만의 짧은 글을 적어보는 것이죠. 산문이어도 좋고 짧은 시여도 상관은 없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것 역시 제가 같이 해야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렇게 저인망어선처럼 빈틈없는 계획을 짜 보니 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분이 처음 TV에서 등장했을 때 주위에서 제가 떠올랐다는 분들이 많으셨죠. (제가 쌍둥이 아비라서 그랬을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외모가 닮았다는 의미는 아니길..)

오겡끼데스까




 이런 계획을 실행하려고 하면 거의 대부분의 가정에는 난관이 생깁니다. 대부분 아이들의 렬한 불만과 저항일 거라 생각하시겠지만 의외로 그건 아닙니다.

 이런 계획을 잡을 때 일방적으로 정해서 통보하지 않고 아이들과 대략적인 시간을 항목마다 계산해서 합의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걸 안 하는 대신 학원을 가겠냐고 물으면 고맙게도 이걸 하겠다고 수긍합니다. (너무 치사한가요?)


 알고 보면 제일 큰 문제는 부모 저의 의지입니다. 제가 함께 아이들과 보조를 맞춰줘야 가능한 프로그램들이  개 있고 자주 챙겨보고 피드백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죠. 하라고 던져놓고 확인하지 않는다면 절대 체화되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거나하게 글만 내질러놓고 작심삼일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긴 합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습관을 만들어준다는 차원에서 제가 이렇게 희생(?)한다면 나중에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갔을 때 사교육을 좀 덜 시키면서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딱 2주만 도를 닦는 마음으로 도전해보려 합니다.


 진짜 TV에 소위 명문대에 다니는 친구들이 나와서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한 적이 없었다라고 한 것이 맞을까요? 가끔 저는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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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캐슬 #나쁜아빠 #피라미드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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