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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Feb 11. 2022

정시와의 전쟁

스카이캐슬을 보고 나서도 변하지 않은 마음

 저는 99학번 수능세대입니다. 자연계로 시험을 치르고 논술을 준비했지만 수능성적만으로 대학교에 추가 입학하게 되었죠.  수능점수에 맞춰서 원서를 넣은 뒤 모두 떨어지고 재수 학원에 등록하고 오는 날 추가합격 전화를 받은 기억이 아직도 선합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정시 제도의 대항마로 '수시'라는 전형제도가 본격적으로 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학생부 종합전형', 일명 '학종'이라는 제도도 생겼죠. 쉽게 얘기하면 수능시험의 비중을 줄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대학교에 갈 기회를 주겠다는 뜻입니다.

 획일화된 수능점수나 내신점수로만 평가하기보다는

개인이 가진 다양한 적성과 역량을 평가하자는 취지입니다. 공교육에서의 교육 활동으로 학생의 성장시키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도입된 제도인 것이죠.


 

 이 제도는 시작할 때부터 논란이 많았만 점점 비중을 높여나가고 있었습니다. 극단적인 예라고 보일 수도 있지만 참고로 카이스트의 2021년 수시전형과 정시전형의 비율은 695명 대 15명 (97.8% : 2.2%)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늘 모르고 세력을 확장해가던 수시전형은 생각지도 않았던 엄청난 암초를 만나게 되죠. 바로 얼마 전 방송된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 때문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인기를 끌었는데 후폭풍도 컸습니다. 수시전형의 불공정성, 불합리함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입니다. 그 후로 이 제도는 가진 자들을 위한 제도라는 오명이 씌워졌고 '수시 축소, 정시 확대'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오기까지 이르렀죠.

 정치권에서도 너도나도 이런 시류에 화답하며 수시제도를 축소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그 결과 2022학년도부터 서울 주요 상위권 대학들의 정시 비율은 40%까지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https://m.nextnews.kr/news/newsview.php?ncode=1065576509373347)



 하지만 과연 수시제도만 없어지면 이런 입시제도의 비리들이나 불합리한 점들은 모두 사라지는 걸까요? 수능의 비중이 올라가게 되면 사교육의 비중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길 텐데 말이죠.



 수능에 포함된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10여 가지의 과목의 성적만으로 수백, 수천 개에 이르는 학과에 대한 입학을 정한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것은 언제나 제겐 의문이었습니다. 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이 평가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기회가 있다는 긍정적인 부분이 포함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수시전형에 제도적인 허점이 많이 발견되었다면 제도개선이든 처벌 강화든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개인적으로는 많이 듭니다. 


단순히 정시 비중을 늘리기보다는 수시제도의 개수를 줄인다든지 더 공정성이 확보되는 방식을 찾는다든지 말이죠.



 아이를 가르치면서도 아이의 장래희망에 진짜 중요하고 필요한 교육도 국영수과사 공부에 밀려버리는 현실은 개인적으로 안타깝습니다.

 수능의 비중을 늘리면 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은 더 커지는 부작용이 생기게 되겠죠. 학습부담을 줄이는겠다는 취지로 수능 수학은 기하와 벡터 분야를 제외하며 점점 쉬워지기만 하고 학업성취도는 점점 떨어지는 희한한 알고리즘을 보면서 진짜 교육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최근 일부 교육청에서 바칼로레아 한국어화를 추진한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습니다.

 허무맹랑한 이상주의자 같이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 우리나라도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같은 시험으로도 아이들이 능력과 가치관, 소신, 비전을 평가받을 수 있고 글을 잘 쓰기만 해도 대학에 갈 수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냥 저의 헛된 꿈입니다. 아무래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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