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르세우스 Oct 10. 2024

아들을 미행한 아빠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며칠 전에 아들들에게는 재미난 경험이 있었습니다. 바로 자유학기제에 진행되는 진로 체험 활동 때문이었는데요. 이 활동은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진로콘서트와 더불어 직업별 체험활동으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진로콘서트를 했던 월요일에는 꽤 이름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강의를 해줬다고 하더군요. 이어서 화요일 일정도 진행되었습니다. 각자 정해진 장소로 이동해서 체험활동을 하는 방식이었는데요.


1호 아들 행복이는 환경전문가에 대한 체험활동을 신청했고 2호 아들 건강이는 국제 분야 및 외교관에 지원을 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는데요. 행복이는 집에서 거리가 멀지 않은 곳인 데다 인근 지리가 익숙한 곳이었고 함께 갈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반면에 광화문까지 가야 하는 건강이는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였습니다.

먼 곳으로 이동하는 친구들은 보통 인솔 선생님이 사전에 팀을 짜줘서 교육장소까지 이동하도록 유도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서였죠. 친분이 있는 친구 중에서도 같이 가는 친구가 없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난 뒤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 혼자서 보내기에는 제법 먼 거리였으니까요. 고민 끝에 제가 갈 때는 데려다주기로 했습니다.


다만 평소에 함께 이동할 때와는 다르게 독특한 방식을 써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함께 가지만 혼자 가는 것처럼 이래라저래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어떤 가이드를 주지 않기로 합니다. 아빠가 없다고 생각하고 가보라고 미리 말도 했죠.


지하철을 함께 타기는 했지만 혼자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 딱히 대화도 하지 않았습니다. 행선지인 광화문 역에서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죠. 스스로 출구 방향을 찾고 걸어가는 아이의 뒤를 조심스레 미행을 하듯 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뒤를 돌아봐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발치에서 쫓아가니 흥신소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뒤를 딱히 뒤돌아보며 제가 있나 찾지도 않더군요. 걱정하지 않는 듯해 저도 안심했습니다. 저 역시 혹시나 아이를 놓치더라도 전화가 있으니 알아서 잘하리라 생각하고 거리를 제법 두고 쫓아갑니다.


이 정도 미행실력이면 첩보요원으로서는 아주 낙제점이지만 다행히 목적지가 같은 두 사람인지라 한-아세안 센터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체험장에 도착한 건강이는 결국 두 시간의 교육을 잘 마치고 돌아올 때는 혼자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잘 돌아왔답니다. 전부는 혼자 해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절반 이상을 스스로 해낸 성과였기에 칭찬을 많이 해줬습니다. 




체로키 인디언족들이 15세가 되면 치르는 성인식은 아주 특별하다고 합니다.

하룻밤을 숲에서 꼬박 보내는 방식이어서죠. 무섭고 외롭지만 그 시간을 이겨내야 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칠흑과 같은 어둠의 시간을 이겨내고 나서 해가 뜨고 나면 먼발치에서 아버지가 활과 화살을 든 채 그 모습을 밤새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합니다.


어설픈 미행이었지만 그 일화가 생각나는 경험이었답니다.

아이와 떨어져 있는 거리만큼 더 지켜봐 주고 믿어줘야 한다는 다시금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거리가 멀어질 테니까요. 과잉보호가 아이들을 망친다는 이야기를 늘 생각하고 있기에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아이나 어른 모두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이제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경험치를 쌓았으니 더 많은 일들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죠.


한 줄 요약 : 아이가 크는 만큼 부모도 자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