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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Feb 15. 2022

비워내기와의 전쟁

살살하려다 힘들게 마친 신박한 정리

 대부분 주말은 평온하게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을 하면서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뤄뒀던 책을 읽거나 지저분한 곳에 대한 청소도 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좀 더 보내기도 하죠.


 지난 주말에는 뜻하지 않게 일을 크게 벌이게 되었습니다. 바로 서랍장과 붙박이장 정리였죠. 저는 원래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제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은 보이는 족족 치워버리거나 버리는 성격이라는 점입니다. 쓸데없는 것들이 굴러다니는 것을 보고 있지를 못하는 성격이죠.

그래서 같이 사는 사람이 많이 힘듭니다. 대신 눈에 보이는 것에 한해서라는 약점도 존재합니다.


 그러던 제게 서랍장과 붙박이장 정리라는 새로운 미션은 상당히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하나를 하다 보면 두 가지, 세 가지가 보이는 법이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처음에는 서랍장 하나만 정리할 계획이었습니다. 비닐봉지로 가득 채워둔 서랍장을 비워내고 그 자리에 그릇을 두기 위한 작업이었죠.

깨끗이 비워진 서랍장


서랍장을 비우고 뒤로 넘어간 몇 개의 봉지들을 빼내는 작업까지 하니 속은 시원했습니다. 정리되지 않고 쌓아뒀던 것들을 비워냈던 것만큼 기분 좋은 일도 많지 않으니까요.

우리집 비닐봉지들의 반상회


 그런데 쌓여있는 비닐봉지들을 보니 눈에 보이지 않았던 다른 것들에 대해서 정리를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 대상은 바로 종이가방과 에코백이었습니다. 붙박이장 세 군데에 나눠서 꽁꽁 몸을 숨기고 있던 종이가방들과 에코백은 오랜만에 빛을 보게 되었죠.

10년 동안의 흔적


 꺼내고 나니까 붙박이장에 자리가 많이 생겨서 좋기는 한데 막상 정리를 하려니 생각보다 먼지도 많이 나고 바닥에 앉아 있었더니 힘들었습니다. 쓰지도 못할 것을 이렇게 오랫동안 보관해두었나 생각하니 틈틈이 비워내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방 사이즈별로 다 필요하겠거니 싶어서 남겨둔 것이었는데 몇 년이 지나도록 쓰지 않은 것들이었죠. 심지어 아이들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도 있었으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얼마나 부자가 되겠다고 이런 것을 모아두었나 싶은 마음도 듭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것들을 만들고 버리는 과정 동안 인간은 얼마나 많이 환경을 오염시켰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옷은 2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으면 크게 고민하지 않고 버리는 습관을 가진 제겐 신기한 경험이었죠. 정리를 얼추 마치고 결산을 해보았습니다. 종이가방은 100여 개가 넘었고 에코백도 30개나 되었습니다(비닐봉지는 도무지 감당이 되지 않아 일일이 세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종이가방은 재활용이라도 되지만 에코백은 그마저도 쉽지 않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과연 친환경제품은 진짜 환경적일까.....?

 

 신애라와 박나래가 출연하는 '신박한 정리'라는 예능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정리를 하지 못하는 연예인들의 집을 방문해서 집을 말 그대로 신박하게 정리를 해주는 프로그램이죠.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는 혀를 끌끌 찬 적이 많았습니다.

 오랜만에 딱 세 가지의 아이템만을 정리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기를 빨린 자신을 보며 집 정리해주는 사업이 생각보다 꽤 유망한 사업이겠다는 것을 새삼 느껴봅니다.



#비닐봉지 #종이가방 #에코백 #환경오염 #환경보호 #재활용 #미니멀라이프 #노가다 #집정리 #신박한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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