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예견되었던 엔씨소프트발 게임 업계의 위기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는 한때 게임 폐인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컴보이라는 가정용 오락기에 심취해 있었으며 대항해시대나 삼국지는 밤을 새우면서 한 적도 있습니다. 대학교 때는 오락실에 살았던 적도 있고 결혼 후에도 닌텐도에 온라인 게임까지 섭렵했었죠.




한때는 리니지에서 길드장을 맡을 정도로 활동이 왕성했습니다. 일과로 바쁜 낮에는 컴퓨터로 자동 사냥 프로그램을 돌리기까지 했으니 여간한 폐인이 아니었죠.


미우나 고우나 꽤 오랜 세월 제 옆에서 동고동락을 함께 한 동반자였던 셈입니다. 어마어마한 시간 낭비였다고 하실 수도 있지만 지나고 나니 그런 쓰라린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정신을 차리고 이제는 온라인 게임은 이제 손도 대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온라인 방식, 특히 현질과 채팅이 많고 상대와 대결해서 죽여야 하는 구도로 된 게임은 절대 금지하고 있습니다. 정서적으로 피폐해지기 쉽기 때문이죠. 당연히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입니다.




특히 현질은 문제가 꽤 크기는 했습니다. 예전 지인 중 한 분은 리니지에 2억 넘게 쓰신 분도 계셨으니까요. 그 이상 쓴 사람도 온라인상에서는 제법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게임을 한창 몰두하던 10년 전만 해도 이 업계는 한창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온라인에서 지나치게 몰입하는 유저들이 현질을 하며 회사의 매출을 팍팍 올려줬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에는 분위기가 많이 바뀐 모양이었습니다. 최근 황제주라고까지 불렸던 엔씨소프트가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충격을 받았죠.


리니지로 한국의 대표적인 게임회사로 자리 잡은 엔씨소프트가 2024년 4분기에만 1,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창사 26년 만의 대규모 적자를 시작으로 5,000여 명의 본사 인력도 3,000여 명대로 줄이는 대규모 희망퇴직까지 12년 만에 실시하기로 합니다. IT 업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5,500만 원)을 주는 회사로 유명했던 엔씨소프트의 추락이 심상치 않습니다.




사실 엔씨소프트만이 처한 현실은 아닙니다. 게임 업계의 불황은 현재 꽤 심각한 상황입니다. 넥슨과 넷마블, 카카오게임즈를 비롯해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인 크래프톤까지 신작들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어려운 처지에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 게임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관계가 깊죠.


일단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에 대한 규제는 강하고 지원은 적습니다. 청소년 이용 제한이 엄격해진 점이 대표적이죠. 거기에 지나치게 높은 모바일 앱 시장의 수수료(구글, 애플의 30%)도 문제입니다.


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도박과도 같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배신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질을 하고 뽑기를 해도 진짜 좋은 아이템이 나오거나 장비 강화에 성공할 확률이 0.01%도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서겠죠. 저 역시 기만을 넘어 사기와도 같은 성공 확률을 보면서 극대노한 적이 많았으니까요.




이 문제는 비단 엔씨소프트처럼 한 업체만 가진 문제가 아닙니다. 리니지와 같은 수익 모델로 얻은 성공에 취해 업계는 그동안 MMORPG와 같은 특정 장르에만 집중하며 비슷한 부류의 게임만 출시하고 있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불만들은 개선하지 않은 채 말이죠. 결국 배신감이 쌓일 대로 쌓인 소비자들은 아예 이 바닥을 떠나고 있으니 어쩌면 불황은 예견되어 있었던 결과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게다가 한국 업계에서 이렇게 비슷한 게임들을 찍어내고 있었던 동안 글로벌 시장은

오픈월드(가상세계에서 플레이어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방식),

서브컬처(애니메이션 스타일),

콘솔 게임(PS5, 닌텐도 스위치),

클라우드 형, AI NPC 등

으로 다방면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뒤처질 수밖에 없었죠. 거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있는데 최고급 사양의 게임 개발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게임 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의존, 대형 신작의 부진,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인해 큰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언젠가는 엔씨소프트의 구조조정은 이러한 위기의 신호탄일 뿐, 업계가 체질 개선을 위한 피나는 노력이 없다 감당하기 힘든 위기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만 줄인다고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말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저도 온라인 게임을 무조건 배척하지는 않습니다. 게임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여가활동으로서 충분히 삶의 질을 높일 수도 있고 건전한 취미생활로 자리 잡을 수 있으니까요.


업계가 그동안의 실수를 만회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할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혁신적인 게임 개발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으로 다시 재도약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 산업도 우리나라의 경제를 지탱하는 하나의 중요한 축이니까요.


젊은 시절 한때 확률형 아이템 때문에 인내심의 한계를 몇 번 경험했던 유저 올림


한 줄 요약 : 지금처럼 하다가는 진짜 위험하지 않을까요?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게임업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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