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자가 부서졌다고요? 그럼 고쳐 써야죠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얼마 전 요리를 하던 중에 뜻하지 않았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신혼 때 사서 15년 넘게 잘 쓰고 있던 국자가 덜렁거리기 시작하더니 손잡이와 국물을 뜨는 볼록한 부분이 분리되고 말았죠.


국자의 디자인은 각양각색인데 저희 집에서 쓰던 제품은 스테인리스로 된 부분과 도기로 된 부분이 합쳐진 형태였습니다. 몸통만 덜렁 떨어져 나온 모습은 참으로 초라해 보였습니다. 잠시 갈등에 휩싸였는데 결국 버리는 방법밖에 없나 싶어서 마음이 무거웠죠.


아직 멀쩡하게 쓸 수 있다고 여겼는데 불필요한 지출을 하게 되었다는 점도 그렇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물건을 버리는 일은 언제나 기분이 좋지 않으니까요.

KakaoTalk_20250305_142227207_02.jpg



그러다가 번뜩하고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행복이가 필요하다면서 사달라고 했던 글루건이었죠. 글루건이란 핫멜트라는 접착제를 녹여서 사용하는 공구로, 접착의 보완이나 임시적인 접착에 사용합니다. 저는 한 번도 다뤄본 적이 없기에 행복이한테 물었습니다.


"행복아, 혹시 글루건 이거 쓸 수 있어? 여기 안쪽에 글루건을 녹여서 뿌려줘 볼래?"

DALL·E 2025-03-05 14.35.29 - tly tilted to the right. A.jpg



아이에게 준비를 하라고 일러둔 뒤 저는 저대로 준비를 했습니다. 스테인리스 대야에 분리된 국자를 넣고 오래되어 변색된 접착제들을 녹여내는 작업이었죠. 물을 끓인 뒤 표면을 닦아내고 이쑤시개로 몸통 안에 있는 접착제 잔여물도 긁어냅니다. 꽤 불순물들이 많더군요.


표면이 깨끗하지 않으면 새로 사용하는 글루건의 접착제가 제대로 붙지 않을 테니 꼼꼼하게 했습니다.

KakaoTalk_20250305_142227207_04.jpg
KakaoTalk_20250305_142227207_05.jpg





오랜만에 손맛을 본다고 하니 행복이가 신이 난 모양입니다. 콘센트를 연결하고 나름 깨끗하게(?) 닦아낸 도기 손잡이 속으로 글루건을 쏘는 작업을 하기 시작합니다. 학교에서도 만들기와 관련된 활동을 많이 하고 평소에도 레고로 새로운 작품을 많이 만들어서 그런지 이 정도는 손쉽게 해냅니다.


글루건이 뜨거운 온도로 재료를 녹여 사용하는 방식이기에 화상사고도 많이 생기는데 어른인 저보다 능숙하게 사용하더군요.

KakaoTalk_20250305_142227207.jpg
KakaoTalk_20250305_142227207_01.jpg



스테인리스 부분을 도기 쪽으로 집어넣고 잠깐 기다리니 제법 힘을 줘서 당기는데도 빠지지 않습니다. 소소한 시행착오들이 있기는 했지만 작업은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결국 이산가족이 되어 영원히 헤어질 뻔했던 국자는 제 아이디어와 행복이의 손재주 덕분에 짧은 작업으로 다시 완전체로 재탄생합니다.


혹시 몰라 연결 부위도 꼼꼼하게 다시 닦아놓고 알코올 솜으로 마무리를 하고 나니 마치 새로운 국자를 얻은 양 기쁨이 차오릅니다.

KakaoTalk_20250305_142227207_03.jpg



사실 이런 비슷한 상황이 생겨 제가 전전긍긍하고 있으면 아내가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 정도 썼으면 오래 썼어. 그냥 새로 하나 사"


사실 틀린 말도 아닙니다. 국자 하나만 사려고 하면 그리 비싸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인터넷만 봐도 만 원 정도만 주면 그리 부담 없이 살 수 있으니까요.

제없gg음.jpg



하지만 이 국자가 다른 주방도구들과 하나의 세트이기도 해서 이것만 버리자니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 신혼 때부터 썼던 도구였으니까요.


그 외에도 하나의 이유가 더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쉽게 물건을 버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였죠.

부족함을 모르고 사는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쉽게 생기는 마음이 뭐든지 '새로 사면 된다'입니다.


저희 때부터 그래왔고 요즘은 더 심합니다. 그런 마음가짐은 자원을 아껴 쓰겠다는 마음은 물론 경제관념까지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에게 이런 교육도 중요하니까요.



이 두 가지 이유로 글루건까지 써가면서 고치게 되었는데 수리가 잘 마무리되어서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큰 역할을 해준 행복이도 칭찬을 많이 해주었죠. 여러모로 좋은 교육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버려야 새로운 걸 채워 넣지만 그렇다고 너무 함부로 버려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말이죠.


한 줄 요약 : 소중한 추억을 지켜주고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않도록 큰 공을 세운 행복이를 치하하노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