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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조금 일찍 데려온 겨울 풍경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오늘은 117년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되는 날이었습니다. 서울 11월 날씨 기준으로 117년 만에 폭설이 쏟아졌기 때문이죠. 지난번에 겨울의 시작이 평균적으로 12월 초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일주일이나 일찍 겨울이 찾아온 느낌입니다.




눈이 많이 내리기는 했지만 아침에 출근을 할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밤새 내린 눈들이 셔벗처럼 쌓여있었고 한 발자국씩 내디딜 때마다 바스러지며 물을 튀기는 정도였죠.


조심조심 사뿐사뿐 걷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출근길도 쉽지는 않았죠. 비가 오지 않았음에도 녹은 눈이 물처럼 고여서 신발이 젖는 기이한 경험까지 합니다.




지하철도 평소보다 더디게 운행되는 듯하고 평소보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도 많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날씨를 감안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분들이 많아서였겠죠. 다행히 저는 10분 일찍 나와서 정시에 딱 맞춰서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점심때쯤 되자 날씨가 다시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눈이 세찬 바람에 의해 대각선으로 날리면서 내리고 있어서였죠. 회사 복도에서 폭설이 본격적으로 내리고 쌓이는 바깥을 바라보니 그 광경은 가히 신비로웠습니다. 마치 영화 <설국열차>의 한 장면을 보는 느낌이 들었죠.




그나마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지금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이 제설작업을 하러 불려 나가지 않아도 되는 직무였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른 부서에 근무할 때는 항상 눈이 쌓이기만 하면 불려 나갔거든요. 계속 쌓이는 눈을 보면서

눈을 치우고 계시는 분들에 대한 안타까움,

내가 치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퇴근이 온전히 가능할지에 대한 두려움 등


다양한 감정이 몰려옵니다.

여러분, 눈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폭설은 오후까지도 그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다가 오후 4시 정도가 되니 거짓말처럼 그치더군요. 잠시 동안이기는 했지만 놀랍게도 해까지 나타나서 까꿍하고 인사를 하고 갑니다.




근무하는 동안 정전도 평소보다 훨씬 많이 났습니다. 그것도 눈발이 심해진 오후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복구를 하고 민원전화를 받는 등 정신이 없었죠.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다행히 제가 담당하는 지역에는 큰 피해는 생기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이 또한 전쟁터입니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요. 이럴 때마다 서울이 정말 엄청난 도시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폭설은 멈췄지만 도로 상태는 아직까지 매우 열악해서 걷는 사람이 더 빠른 구간도 있었습니다. 차들도 사람들도 힘든 하루입니다.


폭설을 겪고 전철 역사에 세워진 구세군 냄비까지 만나고 나니 이제 겨울이 진짜 온 듯합니다. 어차피 겨울이 왔으니 이 시기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오늘 하루 종일 내렸던 폭설로 인해 힘드셨던 분들도 많으셨을 텐데 평안하고 행복한 저녁시간을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퇴근하면서 쓴 글로 오늘 하루를 때워야겠어요. ^^


한 줄 요약 : 이렇게까지 겨울을 드라마틱하게 가져올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좀 심했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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