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브런치북 공모전에 대한 수상작 발표가 있었습니다. 모든 작품들을 다 읽어볼 수는 없었지만 수상자 중 한 분인 최재운 교수님은 이웃작가님이셔서 더욱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써놓은 글을 차곡차곡 정리할 자신도 없고 실력자분들도 많다 보니 더 돋보일 자신도 없었기에 과감하게 포기했습니다.
그렇기에 담담한 마음으로 수상작들을 살펴봤습니다.
저 또한 2021년 하반기 때 진행했던 9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도전을 위해 준비를 하다가 기일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서 아예 작품을 내지조차 못했습니다. 이듬해 10회 차 공모에는 도전했는데 차디찬 고배를 마신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다른 방향을 모색해서 작가가 되었지만 공모전 결과가 나왔을 때만큼은 입안에 도는 쓴맛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브런치북을 엮는 작업은 해본 사람들만 그 고단함을 압니다. 원래 있었던 글을 재구성하며 시간까지 배분해야 하는 방식은 꽤 까다롭습니다. 그냥 쭉 이어서 쓰는 방식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한 번 만들고 나면 나름대로 느껴지는 보람은 있지만 선정되지 못한 아픔까지 희석해 주지는 않죠.
근래 며칠 동안 추이를 살펴보니 글을 쓰시는 양이 많이 줄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언제나 늘 하던 대로 브런치 활동을 하고 있으니 그런 정도는 감이 옵니다. 워낙 약속도 행사도 많은 연말이라서 그럴 수도 있을 테고 또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아무래도 글쓰기에 마음이 가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한 가지 간과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최근 브런치북 프로젝트 결과 발표가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저 역시 결과 발표가 있고 나서는 진한 아쉬움과 함께 만사가 귀찮아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분명히 부족한 점이 있었으니 떨어졌을 텐데 그 사실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괜스레 심술도 나죠. 특정한 분야만 선호한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머릿속에서 만들어보기도 했으니까요.
다행히 그때 찾아온 상실감과 무기력증은 다른 어려움보다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매일 쓰기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면서 말이죠.
아마도 지금도 마음이 고단하신 작가님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주제넘고 어쭙잖은 위로를 드리는 듯해 보일까 봐 조심스럽지만 저 또한 좌절이 어떤 느낌인지 충분한 아니까요.
그 시기를 버텨내고 쓰고 쓰고 쓰고 또 쓰다 보니 여기까지 와있더라고요. 물론 '여기'라는 표현이 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좋은 분들도 많이 알게 되었고 많은 기회도 얻게 되었다는 점은 확실하기에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어제도 쓰기 싫었고
그제도 쓰기 싫었으며
지금도 이 순간도 쓰기가 싫습니다.
내일 또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뭘 써야 할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졸려서 쓰기 싫고
피곤해서 쓰기 싫고
쓸 게 없어서 쓰기 싫고
바쁘니까 쓰기 싫고
약속이 있으니 쓰기 싫고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쓰기 싫고
어제 글보다 별로인듯 싶어 쓰기 싫고
기껏 썼는데 호응이 없을까봐 쓰기 싫습니다.
한 달을 기준으로 하면 보름 정도는 이런 감정을 겪습니다.
그래도 씁니다. 이 부정적인 감정을 견뎌내면 언젠가는 달콤한 열매가 떨어지리라 믿으면서 말이죠.
두서없이 적은 글이지만 공모전 결과 발표로 속상한 마음이 들어 '글은 써서 뭣하나'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이 계실까 하여 미약하지만 위로나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에 몇 자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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